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그럴수있지 Feb 23. 2024

오전 10시인데 왜 피곤한 거죠

보통의 아침

부스럭부스럭

아침 7시면 출근준비로 분주한 남편의 준비소리

이런, 오늘도 미라클 모닝은 실패다.

나에게 미라클 모닝은 ‘기적’을 만들어 내서 ‘미라클’이 아니라 해내는 게 기적이어서 미라클인 건가

회사 출근할 때는 5시에 일어나던 사람이 이젠 7시도 끙끙거린다.

역시 게으름은 달콤하다.


본인은 조용히 한다고 했는데 깨버렸냐고 미안해하는 남편에게 괜한 투정을 부린다.

남편이 출근을 하고 소파에 누워 멍하니 앉아있으면서

10분이라도 더 잘까, 스트레칭을 해볼까 고민으로 시간을 보내고 있으면

이윽고 “엄마~~ 엄마~~” 부르는 소리가 들린다.

아침의 시작이다.


잘 잤냐고 아이를 힘껏 안아주고 방에서 나와 계란을 삶고 사과를 꺼내 씻는다.

그 사이 아이는 본인도 맛있는 요리를 하겠다며

도마를 꺼내고 주방놀이 장난감을 방에 우르르 쏟아버린다

피곤하지도 않니

이 역할놀이에 중독된 어린이 같으니라고

간단한 김밥까지 해서 아침 한상을 차린다.


벌써 8시 반이다. 이제 슬슬 어린이집에 갈 준비를 해야 한다.

10시가 내가 마음으로 정한 등원의 마지노선 시간이다.

그 시간이 넘어가서 “어머니, 로미가 아직 등원을 안 해서요~”라는 전화를 받을 순 없다.

그건 스스로 게으른 엄마라는 낙인을 찍는 것만 같으니 안될 일이다.


자, 첫 단계는 양치하기.

아침에 하는 양치는 간단하게 하는데도 이게 왜 그렇게도 싫은 걸까

이제 5살인 아이를 또 내가 붙잡고 하는 것이 싫어서 칫솔을 두고 스스로 할 수 있게 기다린다.

슬슬 내 눈치를 보면서 할거 다 하면서 10분이 지난다.

조금 치사하지만 다음 작전.

“어우, 이거 내가 먼저 먹어야겠다. 사과랑 계란이랑 엄마가 먼저 먹어야지”

그때서야 “아니야, 나도 나도 양치할래!!!”

이건 아침 식사를 뺏기기 싫어서 양치를 하겠다기보다 놀이처럼 이 시간을 기다린 것 같다.

뭔가 잘못된 느낌이 강하게 들지만 살짝 무시하기로 한다.

첫 단계를 넘어가지 않았는가. 이 순간엔 그걸로 됐다.


두 번째 단계. 아침먹이기

이건 먹는 거라 그런가 생각보다 수월하고 어린이집 간식이 있으니 사실 미션 성공에 대한 부담감이 없다.


이제 세 번째 단계.

아마 딸 엄마들에게는 제일 힘들 수도 있는 세 번째 단계

공주에 눈을 뜬 딸이라면.. 후후 말은 다했다.

오늘도 무슨 옷을 입겠느냐고 물어본다. 물론 의미는 없다.

대답은 정해져 있을 테니까.

“공주옷”

문제는 아이의 공주옷의 기준이 점점 디테일 지고 나의 취향과는 멀어진다.

예전에는 그저 치마면 괜찮았는데

이젠 핑크 혹은 화이트 색상에 프릴이 있어야 한다.

세 원피스를 바닥에 깔아 두고 고르라고 한다.

셋다 아니란다.

갑자기 설명, 회유, 반항, 협상이 뒤섞인 대화가 오간다.

만약 다른 색상의 옷을 입어야 한다면 (물론 원피스다) 입이 어쩜 그렇게 나오는지

그런 딸의 표정을 보면

머리에는 공주 머리띠와 핀을 안 해줄 수 없다.

눈과 비가 많이 내려 땅이 질퍽거리는 오늘 아침에도 핑크 부클 구두를 신길 수밖에 없었던 마음 같은 거다.

이렇게라도 가면 오늘 다녀와서 친구에게 오늘 옷이 이쁘지 않다는 소리를 들었다고 볼멘소리를 하진 않겠지


이사때문에 5분이면 가던 어린이집이 걸어가면 20분이 걸린다.

지나가며 매일 보던 나무가 오늘은 눈이 조금 쌓여있으니 구경해야 한다.

3분 걸었더니 다리가 너무 아파서 움직일 수 없단다.

토끼 귀마개를 했으니 깡총깡총 뛰어도 줘야 한다.

뛰어서 다리가 또 아프니 쉬어가야 한다.

그래도 오늘은 어린이집 다 와서 친구를 만났으니 들어가는 길이 1분은 빨라졌다.

아이에게 안전하고 재미있게 놀고 만나

라고 인사를 한 뒤 들어가는 것을 보고 나온다.


나오는 길에 조금은 여유로워진 마음이다.

근데 또 5분 10분 조금 더 걸리는 게 뭐라고

아까 아이에게 너무 재촉을 한건 아닌가 찝찝한 마음이 남아있다.

거의 매일 이런 생각을 하다니 나 기억상실인가.


일단 얼른 가서 달달한 아이스커피를 한잔 마셔야겠다.

이제 나의 하루는 시작이니까


작가의 이전글 아이가 아프면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