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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누나 Apr 12. 2020

높은 곳에서, 무슨 생각 했나요

경찰청 정문에 소복 입은 젊은 여자가 서 있다는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보통 때에도 1인 시위가 흔하게 있는 장소라 처음엔 별다르게 생각하지 않았습니다. 나중에야 궁금해져 주변에 물어보았더니 “두 달 전에 자살한 직원의 부인”이라고 하더군요.


같은 층에서 일하던 직원이었습니다. 직접 본 적은 없지만 사람들 이야기로는 주말에 어린 아들을 데리고 사무실에 종종 들르곤 했다네요. 금요일 회식 후 회사에 두고 간 차를 가지러 왔을 수도 있겠고, 그저 아빠가 일하는 곳을 아들에게 보여주려는 마음에서 그랬을 수도 있겠지요.


어쩌면 평일에 마치지 못한 일을 살피러 출근했던 건지도 모릅니다. ☞나중에 공개된 그와 아내의 메신저 대화를 보면요. 며칠 동안 서너 시간씩만 자면서 일을 하기도 했고 새벽 세 시가 되어서야 퇴근하던 날도 있다고 하니까요. 그런 생활이 그를 마포대교로 데려갔으리라는 생각이 들어요.


출퇴근길에 그의 부인을 마주치는 날이 일주일 넘게 이어졌습니다. 살을 에는듯한 추위 속에 자리를 지키는 부인에게 누군가는 핫팩을 가져다주고, 누군가는 마스크를 나누어주었다고 들었습니다. 부인은 누구에게 어떤 말도 건네지 않았지만 앞에 놓인 손 팻말이 부인의 목소리를 대신했습니다.


손 팻말은 “직원 두 명이 자살, 이게 우연이냐”고 묻고 있었습니다. 우연이냐고요. 우연이 아니라면 필연일 텐데요. 어떤 사정이라야 ‘스스로 목숨을 끊을 생각을 하게 만드는 이유’로 설명이 될까요. 문제는 어디에 있었을까요. 일인가요, 사람인가요. 사람이 문제였다면, 버티지 못한 사람의 탓이었나요. 아니면...


같은 부서에 근무하던 W 오빠라면 그의 심정을 알 지도 모르겠네요. ☞<W 오빠에게>

하지만 이야기를 들을 수는 없겠어요. 
W 오빠 역시... 이미 몇 년 전에 우리 곁을 떠난 사람이라서요.


무거운 짐 내려놓고 모진 말로부터 먼 곳에서 편히 쉬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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