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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청연 Apr 17. 2022

19.  자연과 함께 하는 삶

자연이 놀이터가 되는 순간

봄은 언제나 나를 설레게 한다. 아이들을 등원시키고  이른 아침, 창문을 활짝 열어 봄의 기운을 만끽해 본다. 정원에는 각종 구근 식물들이 뾰족이 얼굴을 내밀고 인사한다. 다른 식물들이 겨우내 얼어 죽거나 말라죽지는 않았는지, 매일 아침 들여다본다. 다행히 비가 흠뻑  다음날 아침 푸른 새싹이 촘촘히 올라와 있는 모습을 보고 안도의 한숨을 내쉰다.



우리 집은 북한산 국립공원 아래 지어졌다. 5분을 걸으면 북한산 둘레길을 코스별로 즐길  있다. 그날의 기분에 따라 코스를 선택해 아이들과 함께 가볍게 산책을 즐긴다. 계곡을 지나다 보니, 아직도 얼음장처럼 차가운 물속에 개구리 알과 도롱뇽  천지다. 새들이 와서 알들을 먹어버리지 않도록 주위를 나뭇가지로 둘러쳐 주었다. 매일 와서 알들이 얼마나 커졌는지 확인해 보기로 한다.  

계곡에서 발견한 도롱뇽 알

우리 아이들에겐 자연은 놀이터다. 주변에 널린 나뭇가지는 장난감 도구다. 나뭇가지는 아이들에게 칼싸움 도구가 되고, 해리포터의 마술 지팡이가 된다. 가끔 자기 키만큼  매끈하고 두터운 나뭇가지를 발견하는 날이면 횡재라도  , 신이 나서 집으로 가지고 돌아온다. 그렇게 우리 집 창고에는 가공되지 않은 천연 나무 막대기들이 쌓여간다.


어느 날은 첫째가 학원에 가고  , 둘째 아이와 강남에 나갔다가 2미터는 족히 되는 버려진 대나무 막대기를 발견하고는 형아가 좋아할  같다며, 그것을 들고 지하철을 타고 택시를 타고 한 시간이 넘게 걸리는 집으로 가겠다는 아이를 뜯어말리느라 길가에 서서 진땀을 뺐다. 너의 마음을 충분히 형아에게 전하겠다고 달래며, 형아 대신 대나무 막대기를 들고 멋지게 폼을 잡고 사진을 찍어줬다. 고집스러운 둘째 아이의 성격을 알기에, 마음 한편을 쓸어내리며,  다른 마음 한편은 따뜻해졌다. 흔하디 흔한, 버려진 나무 막대기가 선물이 되는 아이들이라니!

나무막대기를 가지고 노는 아이들

하루는 집으로 가지고  뭇가지를 놀러 온 친구가 과격하게 놀다가 부러뜨려 버렸다. 마음이 여린 첫째 아이는 친구에게는 아무  못 하더니, 친구가 가고  다음에 나를 붙잡고 펑펑 울었다. 소중한 장난감이 망가지기라도 한 듯이…… 나는 다음  엄마가 산에 가서  멋진 나무 막대기를 구해 오겠다고 아이를 달래었다.


등산을 좋아하지도 않는 나는 다음날 산에 올랐다. 아이의 부러진 나뭇가지와 비슷한 나뭇가지를 구하기 위해…… 두리번거리며, 뒤적뒤적 나뭇가지를 찾기 바쁜 나를 등산객들은 흘끗 한번 쳐다보고 지나갔다. 짐짓, 이게 뭐하는 짓인가 하는 생각이 들었지만 나뭇가지 찾기를 포기할 수는 없었다. 결국 나는 아들의  매끈하고 적당히 두껍고 아이의 키만큼 , 그런 멋진 나무 막대기를 찾지 못하고 돌아와야만 했다. 대신 울퉁불퉁하고 부정한 뭇가지 하나를 찾아가지고 내려왔다. 역시나 아이는 실망했지만,  이상 슬퍼하지는 않았다. 엄마의 노력이  가상했나 보다. 


풀벌레들이 많은 여름과 가을에는 잠자리채를 들고 들판으로, 습지로, 계곡으로 곤충 채집을 나간다. 가다 보면 동네 아이들을 심심치 않게 만난다. 혼자 놀 때 보다 친구들을 만난 아이들은  신이 나서 풀벌레와 잠자리를 잡는다. 여치와 메뚜기는 1, 흔하지 않은 사마귀는 2, 상대적으로 날아다녀서 잡기 힘든 잠자리는 3점이다. 가장 많은 점수를  사람이 승리다. 곤충들은 점수 확인이 끝나면, 모두 다시 있던 곳에 놔준다. 저녁 먹을 시간이 되어 집에 가야 할 때는 아이스크림만큼 꼬시기 좋은 게 없다. 그렇지 않으면 해가 지도록 놀 판이다. 쭈쭈바 하나씩을 빨면서 다섯 살 옆집 아이부터 3학년 형아들까지, 꼬재재한 얼굴을 하고 집으로 돌아온다. 남자아이들이란 나이에 상관없이 그냥  똑같다. 흥미가 떨어질 때쯤, 놀이에 슬쩍 경쟁심까지 불어넣어주면 눈에 불을 켜고 집중한다.


가끔은 산의 비탈길에서 아이들이 마음껏 구르도록 내버려 둔다. 구른 뒤에 옷에 박힌 잔디와 낙엽과 흙을 씻어내기가 골치 아프지만, 아이들은 깔깔거리며 시간 가는  모른다.


겨울에는  비탈이 천연 눈썰매장이 된다. 눈이 많이 내린 날에는 백 미터는 미끄러져 내려간다. 인터넷에서 썰매를 하나씩 사서 겨우내 눈이 오는 날이면 산비탈로 달려갔다. 재미있어 보여, 슬쩍 나도 썰매에 올라타 본다. 눈치  사람도 없이 우리들 뿐이기에.

눈썰매 타러 가는 길

예전처럼 아이들을 위해, 일부러 시간을 내어 주말마다 돗자리와 텐트를 가지고 공원에 나가지 않아도, 이제는 이렇듯 언제든지 자연을 만나고 즐길 수 있다. 덕분에 우리 가족에겐 갈수록 몸과 마음의 여유가 생겨나고 있다.


자연은 참으로 우리에게 많은 것을 가져다준다. 오늘도 아이들과 나는 도롱뇽을 찾아보겠다고 습지의 갈대 틈을 헤치고 다니다가, 온몸에 도깨비바늘을 붙이고 돌아왔다. 아이들과 서로의 에 붙은 도깨비바늘을 하나, 하나씩 떼어주며, 다음번에는 얼마 전 유튜브에서 본 귀여운 어미 도롱뇽을 날 수 있기를 마음속으로 빌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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