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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에 비누방울 놀이를 하는 이유

by 방송작가 최현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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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월은 완연한 봄이다. 겨울은 말하기 어색할 정도의 봄이 왔다. 어렴풋한 겨울의 기억보다 선명한 봄의 기억이 나를 생기롭게 한다. 시간의 가치를 알기에, 더 예쁘고 아름다운 것을 바라보기도 아까운 삶이기에, 어둡고 절망적인 순간보다 밝고 희망적인 순간의 삶을 사랑한다. 순식간에 터질 비누방울도 한 순간의 경험을 위해, 그 아름다움을 위해 만든다. 때로는 작게, 때로는 크게 형성되는 비누방울이 인간의 삶과도 같아 보였다. 비누방울 속의 세상은 흐릿하지만 아름다울거야. 비누방울 속에서 사는 사람이 아니라, 비누방울을 만드는 사람이 되어야지. 아름다운 것을 보는 것도 중요하지만, 만드는 것이 더 중요하니까. 내가 만든 비누방울을 다른 한쪽에 있는 아이가 보고 즐거워했을 때의 감정을 떠올렸다. 비누방울이 예쁜 줄 알았는데, 비누방울을 보는 아이의 미소와 웃음소리가 예뻤다. 내 눈에 보이는 것도 아름답지만, 누군가의 눈에 아름다운 것을 보여주는 삶의 값짐을 이제는 알 것 같다. 사월이 시작 되었고, 완연한 봄이다. 매순간의 따스함, 따뜻함, 포근함을 안고 우리들의 삶을 살아가고 사랑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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