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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공대생 이씨 Nov 16. 2019

180920 오늘의 한 포기

왜 힘들까?

요즘 부쩍 '힘들다'라는 생각을 많이 하게 된다. 취업을 해 나가는 형들을 보면서 이제 더 이상 남 얘기 같지 않다고 느낄 때도 많아지고 표정은 혼자 세상 다 힘든 사람처럼 캄캄하게 하고 다닌다. 부쩍 우울해진다. 되는 것도 많이 없고 공부를 해도 뭔가를 알아가는 즐거움보다는 치여서 하게 되는 일들이 잦아진다.


요즘 부쩍 '외롭다'라는 생각을 많이 하게 된다. 이별을 보낸지도 꽤 되어가는데 계속 여러 사람들을 만나봐도 뭔가 제자리걸음이고 다 잘 안되는 거 같다. 정말 나이를 먹고 나면 지금 내가 하는 생각들이 우습겠지만 나이의 무게도 조금씩 느끼고 있는 것 같다. 후배들을 보면 정말 한참 어려보이고, 아직 세상 물정 모르는 그 친구들이 걱정될 때도 있다. 사실 나도 잘 모르면서.


이제 고작 스물넷 먹었을 뿐인데, 4년이라는 숫자 동안에 나의 발목을 잡는 것들은 정말 많아졌다. 걱정해야 할 것도 많아졌고, 생각해야 할 것도, 더 재고, 더 따지고, 이기적으로 살아야 할 일들도 많아졌다. 사람을 만나도 그 시절처럼 순수하게 사람을 대하지 못하고 의심하고, 혹은 내가 먼저 가식적인 모습을 보여주는 것을 보고 스스로 놀랄 일도 잦아졌다. 지금이 제일 좋을 때라고 하는데, 잘 모르겠다. 이제는 너무 진부한 이야깃거리라서 더 말할 것도 없지만 그 '제일 좋을 때'를 살아가고 있는 당사자는 좋을 때라는 걸 모르고 살고 있다.


답답하다. 그냥 하루하루가 숨이 콱 막혀서, 몸의 모든 구멍을 막아놓은 것 같다. 심장을 누가 꾸욱 누르고 있는 것 같고 하루 종일 답답한 기운이 가시질 않는다. 열심히 하지는 않는 모습이 마음에 들지 않고 내 능력을 탓하게 되는 날도 있다. 자괴감을 가지고 하루하루를 지내 본 사람들은 알 거다. 온 몸의 모든 구멍을 막아놓은 것 같다는 이 말이.


어느 날, 이런 생각이 들었다. 나는 왜 힘들까?


사실 아직도 잘 모르겠다. 내가 이렇게까지 무기력해지고 힘들었던 적이 있었나 싶을 정도로. 처음 있는 일이라 더 힘들어하고 버티지 못하는 것일 수도 있을 거 같다. 정말 나는 왜 힘들까?


돈이 없어서? 내 능력에 내가 실망해서? 연애를 못해서? 놀러가지 못해서?


글쎄, 어느 정도는 있을 수 있는 가능성들이지만 이것만으로 설명하기에는 그건 예전에도 그랬다. 모자라지는 않았지만 돈이 항상 풍족하게 있었던 것도 아니고, 내 능력에 실망한 건 대학 입시를 준비하면서도 충분히 느꼈었고, 살면서 연애를 한 날보다 하지 못한 날이 더 많았고, 논 날보다 놀지 못한 날이 더 많았다.


그럼 뭐가 문제일까.


나는 오늘도 답을 찾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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