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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공대생 이씨 Nov 20. 2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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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과 죽음

한 남자의 눈을 봤다. 정말 소중한 것을 잃어버린 젊은 남자의 눈을. 어린 딸을 바라보는 그는 어떤 생각이었을까. 12시간도 채 지나지 않은 그는 지금 어떤 생각을 하고 있을까. 그의 눈은 외할아버지의 눈과 같았다. 어떤 생각을 미처 할 수 없는 그런 눈.


뒤에서는 딸이 색연필을 가지고 놀고 있었다. 그녀는 엄마를 기억할까. 문득 그녀가 안타까워 끝까지 볼 수가 없었다. 그녀는 아직 이 모든 것을 받아들이기에는 너무 어리다.


그는 참 담담했다. 담담했던 것일까, 어쩌면 그는 힘겹게 싸우고 있던 것일지도 모른다. 이른 일요일 아침 그에게 찾아온 현실은 너무도 갑작스럽고 힘든 일이었을 것이다. 아니, 채 힘들기도 힘들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의사인 그는 더 디테일한 아픔을 느끼지 않았을까.


삶과 죽음에 대한 생각을 했다. 살아있는 것에 감사하는 것이 쉬울까. 인간의 생존 본능은 무엇을 위해 그토록 필사적으로 살아가려고 만들어진 것일까. 거시적인 관점에서 우리의 인생은 별 것 아닐지도 모른다. 그럼에도 우리는 많은 사람들을 지고 살아간다. 사랑하는 배우자, 가족들, 친구들 같은 사람들을 말이다. 한 사람, 한 사람은 어떤 사람에게 지여진 채로 살아가는 것이다. 그 사랑, 그 슬픔은 크다.


비도 추적추적 오는 날이었다. 어떤 복선이 있었다는 듯이. 그 남자는 충분히 슬퍼할 수 있을까. 그 남자가 잘 돌아왔으면 좋겠다. 그 무게는 내가 감히 상상할 수 없을 것 같다.


처음에 부고를 들었을 때, 아직 누구의 부고인지도 모르는데 머리가 갑자기 멍해졌다. 그리고 그 예상은 정말 거짓말처럼, 아니기를 바라는 그 생각대로였다. 잠깐 동안 아무 생각도 할 수가 없었다. 무관심했던 나를 혼내기도, 아무 생각이 없기도 했다.


하지만 이내 나는 친구들을 만나고 정말 아무 일도 없었던 사람처럼 남은 하루를 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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