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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공대생 이씨 Mar 03. 2020

200302 휴가

인생은 선택의 연속이며, 불확실성으로 가득하다.

두 달 가량의 아쉬웠던 인턴 생활을 마치고 정말정말 자유의 몸이 되었다.


전 세계를 휩쓸고 있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덕분에(?) 의도하지 않게 개강전에 2주 간의 휴가를 얻게 되었다.


물론 가택연금 신세지만.


항상 무언가를 바쁘게 해야 마음이 놓이고, 쉬는 것을 잘 못하는 나는, 쉴 수밖에 없는 상황이 와야만 잠깐 손을 놓곤 했다.


그래서 나는 내가 쉬어야겠다고 생각하면, 쉴 수밖에 없는 상황으로 나를 몰아넣는 방법을 선택했다.


물론 이번에는 내 의지로 그렇게 된 건 아니지만 결과적으로 나에게 쉬어야 할 타이밍에, 쉴 수 있는 시간이 주어졌다.


집에 있는 시간이 많아져서 좋은 건, 생각할 시간이 많아졌다는 것이다.


내가 쉬어야겠다고 생각하게 되는 경우는 크게 두가지인데,


첫번째, 몸이 정말 한계치라서 힘들거나,

두번째, 방향성을 잃어가고 있다고 느낄 때이다.


사실, 몸이 힘든 건 며칠 쉬고 나면 괜찮아지지만(이것도 점점 오래 걸리는 걸 느끼고 있다 ㅎ) 방향성을 잃어서 힘든 건 그렇게 쉬이 나아지지 않는다.


어떤 방법이 정해져있는 것도 아니고, 정답이 있는 것도 아니다.


상황에 맞게, 내가 할 수 있는 것들을 헤아리며, 바로 다음 디딜 한 발의 각도를 정하는 것뿐이다.


생각할 시간이 많아지면서 제일 먼저 했던 생각은, '한 학기를 어떻게 보낼까'였다.


인턴을 하면서 내가 어디가 어떻게 부족한지, 거친 실전에 몸을 던져 피멍이 들어가며 배웠지만, 어디에 멍이 났는지만 알았을 뿐, 멍이 들지 않게 하는 법은 모르는 것 같다.


인생은 선택의 연속이며, 불확실성으로 가득하다.


어디서 많이 들어본 듯한 말들의 조합이지만, 요즘 들어 공감을 더 잘하게 되는 말이다.


'What if~'의 고민은 어느 정도 일어날만한 미래의 일들을 현재로 가져와서 미리 고민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지만, 그마저도 완벽하지 않기 때문에 빠져버릴 수도 있다.


고민들에 빠져서 정작 내가 지금 해야할 것들, 생각해야 할 것들을 더 생각하지 못하게 되는 것이다.


하지만 시간이 많을 때는 더 헤집고 다녀도 좋은 거 같다.


어짜피 미래는 내가 생각한대로 오지 않고, 우리는 그 불확실성을 예측할 수 없기 때문이다.


누군가에게는 시간 낭비처럼 보여질 꼬리를 무는 생각들이, 나의 생각을 넓혀주고 안정을 줄 것이라고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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