잃어버린 노동마인드
주식시장에 입문한지도 어언 6개월, 우리 누나 생일에 시작했으니 정말 딱 6개월이다.
처음부터 과감하게 시작했다. 주식은 자기 자본으로만 하는 것이라는 항간의 충고를 무시하고, 모든 부채를 끌어모아 그야말로 풀배팅을 했다.
또, 통념을 무시하고 분산하지 않았다. 2 종목 정도만 분석해서 그중 더 안정적이며 주가 상승의 여력이 있는 1 종목에 '몰빵'을 했다.
그렇다, 애초에 관심을 가지지 않으려야 않을 수 없었다.
코스피는 3월 급격한 하락 이후 연일 최고점을 경신하고 갱신했지만, 난 고난과 역경이 계속됐다.
그렇지만 어떤 상황에도 내 투자원칙의 4가지는 고수했다. 다음과 같다.
1. 코스피에 속한 대형주일 것
2. 재무제표상 영업이익이 증가하고 있을 것
3. 증가하는 영업이익에도 불구하고 주가는 전년도와 비교하여 더 낮을 것
4. 주가가 더 낮은 이유가 성장가능성의 부재가 아닌 외부적 요인에 있을 것
딱 이 4가지는 지켰다. 이를 내 나름대로 요약하면, '동 트기 전 새벽이 가장 어둡다', 즉 외부적요인에 기인한 시장소외주를 선택했다.
그 결과는 어땠냐고? 매번 성공한 것은 아니었다. 시장 소외주는 언젠간 상승할 것이라는 믿음에 투자했던 종목들은 쉽사리 오르지 않았다. 결국 참지 못하고 매도했던 몇몇 주식들은 외부적요인이 해결되자 급등했다.
그러나 다행히도, 전체적으로보면 아주 실패하진 않았고, 밥벌이는 하고 있다.
다만, 요즘 내 생활이 많이 바뀌었다. 노동문제에 관심을 갖던 열혈인간은 이제 잠들기 전 주식을 한번 더 본다. 아침에 눈을 뜨면 미증시를 확인한다. 종종 읽던 노동뉴스를 경제뉴스가 대체했다.
그래도 주식으로 인해 긍정적으로 바뀐 점은 있다. 좀 더 물질에 구애받지 않게 되었고, 물질이 부질없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 아득바득, 인간미 없을 정도로 나에 대한 투자를 아꼈는데 나에게 조금은 덜 아끼게 됐다. 당장 1년여는 고민했던 의자를 장만했다. 내 허리를 위해, 책상 앞에 조금 더 앉아있을 수 있게. 엄마에게 홍삼과 매트리스를 선물했다. 누나와 동생에게 용돈을 줬다. 뿌듯했다.
오늘의 이 일기를 쓰는 이유는 조금씩 주식에 대한 관심을 조금 멀리하기 위함이요, 다가오는 새해에는 좀 더 발전적인 내가 되기 위함이다. 물론 글을 쓴다고 바뀌는 것은 아니겠지만, 의식을 조금 환기할까 하여....
적당한 주식은 활력을 준다. 월요일이 싫지만은 않게 됐다. 중용이라고 하던가.. 이런 것을...... 오랜만에 쓴 블로그의 글은 노동이야기가 아니라 주식이야기가 됐다. 어느새 주식 블로그로 바뀌는 것은 아닐까하는 우려가 조금은 있지만............하하! 능력 미달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