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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별나라 Aug 21. 2024

고퀄 솔숲에 녹차향이 솔솔, 천년고찰 다솔사

사천 반달살기


연일 폭염주의보와 폭염 특보가 울려댄다. 어쩜 이리도 하루도 빼놓지 않고 더운지....

그럼에도 불구하고 오늘 하루 시원하게 보내고 싶다는 소망을 안고 사천 봉명산 다솔사를 찾았다.

사실 시원함에 대해서는 큰 기대를 하지 않았는데~~~너무너무 시원하게 하루를 보내게 된다.

이럴수가!


사천 봉명산 다솔사는 지리산에서 뻗어 나와 동남쪽으로 바다를 향해 내 달리다가 미처 바다에 닿지 못하고 마지막 우뚝 봉우리를 세웠는데 바로 그곳에 위치해 있다. 다솔사는 사천 지역의 대표적인 고찰로 국가 등록유산으로 지정된 괘불도, 보안암 석굴, 대양루 등 다양한 국가 유산을 보유하고 있다.

네비게이션의 안내에 따라 다솔사에 도착했는데 날이 더워 조금이라도 덜 걷고 싶은 마음에 첫 주차장을 지나 사찰쪽으로 올라가게 되었다. 그런데 올라가다보니 숲길이 너무 우아하고 고급스럽고 눈으로 보기에도 시원해 보였다. 이런 길은 걸어서 올라가야 하는데...라는 후회가 마구 마구 밀려오게 만드는 곳이다.

사찰 바로 아래에도 널찍한 주차장이 마련되어 있고 더군다나 주변에 나무가 많아 그늘 주차장이다. 이런 무더위에 그늘 주차장만큼 고마운 것도 참 드물다.  ㅎㅎ


다솔사에는 일주문이 없었다. 아마도 보기에도 너무 시원한 소나무 숲이 아마도 일주문을 대신하고 있는 것은 아닐런지. 주차를 하고 나면 곧장 사찰로 올라간다. 긴 돌계단을 오르면 규모가 그리 크지 않은 다솔사를 만날 수 있다.

다솔사 적멸보궁
적멸보궁 바깥쪽으로 부처님 사리탑이 보인다(좌), 부처님 사리탑(우)
응진전(좌), 극락전(우)

다솔사는 국가보훈부 지정 현충시설로 지정되어 있다.

만해 한용운을 중심으로 결성된 불교계 항일 비밀 결사만담의 근거지다.

불교계 청년들은 1930년 5월 한용운의 영향을 받아 호국불교의 전통을 잇고 불교혁신과 항일 운동을 전개해 나갔다고 한다.

만해 한용운은 이곳 다솔사 안심료에서 12년간을 은거하였고 1919년 3월 1일 독립 선언에 참여했던 그는 3·1운동 기미독립선언서 '공약삼장'의 초안을 작성하기도 했다.

또한 이곳은 소설가 김동리가 머물렀던 곳이며 친형인 김범부, 한용운, 최범술이 '소신공양'에 대해 이야기하는 것을 듣고 영감을 얻어 소설 '등신불'을 집필한 곳이가도 하다.

교과서에서 자주 들었던 위인들이 살다 간 곳이라 생각하니 감회가 새롭다.


적멸보궁 뒤 녹차밭

가끔은 염불보다는 잿밥에 더 관심이 가듯 다솔사에는 정말 아름다운 곳이 있었다.

바로 다솔사를 한 품에 안고 있는 신선한 초록의 녹차밭이다.

한용운 스님의 독립 사유의 길이라고 명명된 녹차밭 가는 길로 올라서면 바로 다솔사 뒤로 펼쳐진 녹차언덕을 만날 수 있다. 규모가 보성차밭과는 비교가 되지 않게 작은 규모이나 봉명산을 뒤에 업고, 다솔사를 품안에 모아놓은 형상으로 따뜻하고 아름답게 펼쳐져 있었다.

녹차밭에 천년 고찰이라니....멋지다!

다솔사를 안은 녹차밭
나무와 녹차밭의 조화가 멋지다!


한국의 차 문화는 삼국시대부터 본격화되어 고려시대에 전성기를 맞았으나 조선시대 임진왜란과 병자호란을 거치며 위기를 맞았다고 한다. 초이선사, 다산 정약용, 추사 김정희에 의해 차 문화가 이어져왔으나 일제시대와 한국전쟁사를 겪으며 사라져 간 차 문화를 1933년 다솔사 주지인 최범술 스님이 다솔사 녹차밭을 가꾸면서 1960년대 이후 전통 차 문화 복원과 대중화에 힘쓰게 되었다고 한다. 역사와 전통이 깃들여 있는 녹차밭이다.

한여름 뜨거운 태양아래서도 싱그런 녹차향을 내뿜으며 보는 이의 마음을 싱싱하게 살아나게 만들어 주는 매력이 있다.  


녹차밭을 천천히 산책하며 내려오며 '오,다'라는 기념품과 이곳에서 만든 녹차를 파는 곳을 만날 수 있었다.

스님들이 한 땀, 한 땀 손으로 수확하여 말리고 찌고 한 녹차를 파는 곳이었다. 시음도 할 수 있었는데 우전차를 엷게 우려내 주셨다. 녹차를 좋아하는 편은 아니어서 녹차 전문가는 아니지만 우려낸 차를 보니 연한 연두빛 차가 정갈하였고 맛도 은은하게 녹차맛이 올라왔다. 떫은 느낌이 전혀 없었다. 가격이 비싼 듯 했으나 스님들이 짬짬이 시간이 날 때마다 수확을 하여 판매하기 때문에 많이 만들 수 없다고 한다. 완전 수제 녹차인가보다.


다솔사를 한바퀴 둘러보고 나니 아까 못 걸었던 숲길이 그리워졌다. 여기저기 나있는 산책로 중 하나를 골라 숲속 매력에 빠져본다. 일단 나무들의 키가 높고 쭉쭉 뻗어 있어서 나무아래에는 너무나 시원했다. 이럴수가 있을까. 이글거리는 태양도 단칼에 막아주는 대박 스킬이다. 더군다나 벌레도 없어서 걷기에 너무나 쾌적하다. 사천에 와서 가장 시원하게 지낸 하루~~ㅎㅎ

벤치와 마루도 중간중간 잘 배치되어 있어 숲 향기 마시고 간단히 싸온 도시락도 까먹고 평상위에 드러나워 나무 숲 사이로 보이는 하늘도 봤다. 완벽한 하루!


녹차 향기 마음 깊숙이 담고 고급스럽고 우아한 나무들을 바라보며 파란 하늘과 흰구름을 탐색할 수 있었던 곳. 사천 봉명산 다솔사. 언젠가 또 뜨거운 여름이 계속되면 다시 찾고 싶은 곳이다.


누워서 본 하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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