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이 많이 아파서 상담을 다닐 때 상담 선생님께서 저에게 가만히 물어 오신 적이 있습니다.
“소현씨는 가장 두려운 게 무엇인가요?”
힘들었던 이야기를 하던 중이었기에 한참을 눈물을 닦고 훌쩍거리며 고민하던 저는,
“외로움이요.”라고 대답했습니다.
세상에 혼자 뚝 떨어진 듯한 외로움을 참 많이도 느꼈습니다. 원인도, 그 근본이 무엇인지도 알 수 없는 외로움이 너무나 괴롭고 사무쳐서 울며 잠든 날도 많았습니다. 저는 왜 이리 외로웠던 걸까요? 무엇이 저를 이토록 외롭게 만들었나 오래도록 궁금해했습니다. 하지만 결국 근원을 찾아내지 못하고 스스로 애정결핍이라서 그렇다는 결론을 내렸습니다. 그리고 그 결핍을 어떻게 벗어나면 좋을지 또 몰라서 오래도록 막막했습니다. 누군가 곁에 있을 때는 괜찮은 듯싶다가 시간이 지나면 누가 곁에 있어도 외로울 지경이었습니다. 곁에 있는 이들이 금세 떠나갈 듯해 두려웠습니다. 나는 구제불능인가보다. 그렇게 생각했습니다.
그러다 보니 연애에 있어서도 참 많이 힘들었습니다. 채워지지 않는 외로움은 연인의 탓이 되기 일쑤였고, 그들은 결국 제 결핍에 지쳐 떠나버리고는 했습니다. 친구 관계에서도 참 많이 위태로웠습니다. 애정을 주고받는 것에 안정감이 없었습니다. 결국 이 외로움은 곁에 사람이 없기 때문이 아니라는 것을 깨닫게 되었습니다. 또한 누군가 타인이 채워줄 수 있는 것이 아닌가 보다는 체념에 가까워질 무렵이었습니다.
친구의 추천으로 사주 어플을 알게 되었습니다. 평소에도 사주나 타로를 좋아하는 편이었는데 상세한 설명을 해 주는 어플이라 더 흥미가 돋았습니다. 그렇게 한참을 정통사주라 하던지 관상이라 하던지 하는 것들을 뒤져보다가 제 사주가 흙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흙 안에서도 여러가지 종류로 갈래가 나뉘는 것을 처음 알았습니다. 그것도 저는 흙은 흙인데 큰 산과 같은 흙이라고 합니다. 그러다 보니 다른 이들을 기대게 해 주고 의지가 되어주는 사람이라는, 그런데 정작 본인이 힘들 때에는 기댈 곳이 없어 외로움이 평생 따라다닐 거라는 설명이었습니다.
아, 그래서 내가 외로웠나? 오히려 마음이 편안하다고 느꼈습니다. 외로움이 평생을 쫓아다닌다고 하는데 느닷없는 안심이었습니다. 왜일까요? 아마도 외롭기는 하나 그게 아무도 곁에 없기 때문이 아니라는 걸 알았기 때문일까요? 그나마 제가 주위 사람들에게는 기댈 곳이라는 사실이 못내 안심이 되었던 것 같습니다.
큰 산이라니 참 듣기 좋은 말입니다. 그 자리에 그대로 있기에 누구도 산이 떠날 것이라는 두려움을 느끼지 않을 것입니다. 그리고 또 누구도 힘껏 밀어내지 못할 것이기도 합니다. 제가 이 곳에 있음으로써 누군가는 저를 마음 둘 곳이라 느낀다면 참 좋겠습니다. 제가 그렇게 간절히 바라 마지않던 ‘비빌 언덕’이 결국엔 저 자신이었다는 사실이 실없는 웃음이 날 만큼 좋습니다.
이제는 오랜 시간 저를 괴롭게 한 이 외로움과도 조금 친근해질 수 있을 것 같은 예감이 듭니다.
(사진 출처: Pixaba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