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소년상담 성찰일지6
“사람들은 사건 자체가 아니라 사건에 대한 생각에 의해서 고통을 받는다.” 한마디로 ‘내 생각이 고통의 근원’이라는 말이다. 고대 그리스 노예출신 스토아학파 의 대표적 철학자 에픽테토스의 말이다. 그는 소아시아에서 노예로 출생하였으며 고문을 받아 절름발이가 되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주인의 총애를 받아 스토아 철학을 배웠으 며, 노예에서 해방되자 젊은이들에게 철학을 가르쳤다고 한다. 노예가 철학자가 되다니. 이게 무슨 일인가? 고대라고 신분상승의 벽이 없었을 리 없을텐데. 노예는 철학자가 될 수 없다는 내 ‘자동적 사고(automatic thought)’가 혹시 ‘비합리적 신념(irrational belief)’, ‘인지왜곡(cognitive distortion)’의 시작인가? 한국은 사회, 경제적 불균형에서 오는 상대적 박탈감으로 ‘자살’을 하는 나라다. 10년 넘게 OECD 자살률 1등 국가이다. 청소년은 학교에서 받는 스트레스와 우울로, 중 년은 은퇴후 경제적 위기의 문제로, 노인은 고독(외로움)과 빈곤의 문제로 자의반 타의반 죽음의 줄을 서고 있는 실정이다. 엎친데 덮친격으로 ‘코로나19’는 장애인, 여성, 사회 취약계층에게 단순 비정규직의 일자리를 빼앗음으로 코로나블루를 가져오고 있다. WHO 는 코로나재앙 이후 2년 뒤 기하급수적 자살률 증가를 우려하고 있다. 왜냐하면 우울이 전 세대를 아우르는 자살의 원인 중 하나이기 때문이다. 인지치료는 우울증치료에 탁월 한 효과가 있다. Aaron Temkin Beck의 인지행동치료(CBT)나 Albert Ellis의 합리적정서행동치료(REBT) 는 내 삶을 위협하는 실제적 사건을 있는 그대로 인지하게 한다. 그렇다. 자기의 아픈 상처를 들여다 보는 일부터 시작한다. 그게 문제의 원인이기 때문이리라. 비합리적인 사 고를 함으로 행동의 제약을 받게 된다는 사실을 자각하는 일부터 시작하는 게 순서다. 그래야 단기적 변화든 삶 전반의 변화든 꾀할 수 있기 때문이다. 오호 통재라! 그러나 인간은 그렇게 단순한 존재가 아니다. 매일 매순간 우리는 문제에 둘러싸여 살아가고 있다. 한마디로 복잡다단하다. 인지도식 몇 개를 그린다고 해결될 수 있을까하는 의문이 든다. 하지만 그래도 우리는 코로나재앙 속에서도 일상의 삶을 감당해야만 한다. 인지치료의 힘은 정서, 인지, 행동의 다양한 기법으로 인간을 탐색하는데 있다고 본다. 복잡한 인간 을 단순한 하나의 기법으로 접근해 결론내리지 않는다. 어쨌든 인간은 잘못된 신념, 사 고를 할 수도 있다. 하지만 자신이 그것을 알아차리고 논박을 통해 극복하고 변화할 수 도 있는 존재다.
나역시 터널 공포를 수년째 이겨내지 못하고 고통받고 있다. 원인을 알 수 없다. 대략 짐작가는 부분은 있지만 직면하기를 꺼리고 있다. 그러나 드러내어 말할 때마다 조금씩 자유로워지리라고 믿는다. 지난주 청소년상담 수업시간에 여기저기서 자신의 아픈 곳을 드러내어 말하는 동료들 을 줌화면으로 보면서 순간적으로 울컥했었다. 모두 다 건강하다면 병원은 무슨 일을 하 겠는가. 아픈 상처를 드러내어 말하는 것이 치료의 시작이리라. 드러내어 말하는만큼 자 유로워질 것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