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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의나 May 10. 2020

어떤 할머니가 될까

나의 나이 라이프





그림 수업시간에 할머니를 그렸다.

보드타고 도로를 질주하는 할머니.

길에서 신나게 춤을 추는 할머니.


그리고 보니 약간 어이가 없다. 나는 지금도 보드를 타지 않고(운동 신경 꽝의 몸치다), 춤을 그다지 즐기지도 않는다(박자 감각도 없는 심각한 몸치다).


지금도 하지 않는 걸 수십 년이 지난다고 하게 될까?  초등학교 미술시간, 현실 가능성과는 관계없이 그저 로망만으로 그리던 장래희망 그리기의 연장인 걸까.


물론 그림 속 노인처럼 70살, 80살이 되어도 새로운 스포츠에 도전할 수 있다면 참 멋지겠지. 신나게 춤출 수 있는 튼튼한 관절이 있다면 그만한 축복도 없을 것이다.



매주 일요일, 취미모임에서 그림을 그린다. 실력이 잘 늘지는 않지만 그래도 즐겁게 그린다.


무엇보다 관성대로 흐르지 않고 배우며 도전할 수 있는 노인, 타인의 시선에 쭈뼛대기 보다는 나의 감정에 충실한 노인으로 나이 들어 수 있기를 간절하고 간절하게 바란다. 나는 나는 '늙어서' 그런 할머니가 되고 싶다.


그러나 설령,

그렇지 못하더라도.


멋지고 자유로운 할머니가 되지 못하더라도,

지금처럼 잘 헤매고 자주 주저하는 3N살의 내가 그대로 80살이 된다고 해도, 내 맘처럼 움직여주지 않고 쇠락하는 몸을 마주하며 절망하게 된다고 해도,


그런 나를 혐오하지 않고 잘 보살피며 나이 들고 싶다. 때로 어찌할 수 없이 서글퍼지더라도 절망에 침잠되기보다 그때의 좋은 점을 누릴 수 있길 바란다.


어쩌면 가장 어렵고도 중요한 장래희망.




write 박의나

프리랜스 에디터이자 글 노동자. 나이문화와 나이듦을 화두로 한 독립잡지 <나이이즘>도 만듭니다.



https://brunch.co.kr/@forgetage/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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