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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의나 Sep 13. 2021

마감과 함께 집 나간 의욕은 어떻게 찾을까

가지가지다 하는 에디터의 하루

지난 8월 말. 첫 단행본인 <근데 에디터는 무슨 일 해요?>가 드디어 나왔다. 비슷한 시기에 외주 작업들도 마무리되었다. 콘텐츠를 만드는 일은 대체로 일의 강도가 균일하지 않다. 특히나 프리랜서는 일감이 썰물처럼 빠져나가거나 해일처럼 몰려오는 두 가지 상황만 존재하는 바닷가에 하염없이 서 있는 존재랄까...


폭풍 같은 8월 마감, 그에 따른 소중한 결과물들과 함께 내 의욕도, 기운도, 정신도, 사고능력도 모조리 빠져나간 게 분명하다. 3박 4일 간 자체 휴가를 가졌지만, 간은 커녕 목구멍에도 기별이 가지 않는 휴식이었나 보다. 일이 너무 하기 싫었다.


주변인들의 "덜 쉬어서 그렇다"는 위로와 다시 도진 요통을 명분 삼아 지난 한 주는 작업실도 거의 가지 않고 실컷 게으름을 부렸다. 새벽까지 넷플릭스를 보고, 늦잠을 자고, 낮잠을 자고. 물론 마냥 논 건 아니다. 그러고 싶었지만 그럴 수가 없었다. 책을 직접 발행하니 온갖 행정 업무와 잡무가 나를 기다린다. 서점 계약도 해야 하고, 이런저런 정산도 해야 하고, 매일 아침 주문량을 체크해 배본사에 발주도 해야 한다. 이상하게 은근히 많은 시간과 에너지가 소모되지만 뭔가 일을 했다는 성취나 보람을 느끼기 어려운 작업들. '아무것도 하고 싶지 않아' 증상이 심각하다 보니 메일 하나 확인하고 회신하는 일도 심각하게 귀찮다. 


그래도 여백이 있는 한 두 주를 보내면서 눈알이 아플 정도로 드라마를 몰아보고, 쌓아두기만 했던 책도 뒤적이고, 그도 아니면 그저 굴러다니면서 여백의 시간을 만끽하고 나니 아주 조금은 의욕이 돌아왔나 보다. 이렇게 브런치를 재정비하고 새 글도 쓰는 걸 보면(꾸준하게 좀 써야 할 텐데).


재택근무가 재택'근무'가 아닌 재택'휴가'라는 어떤 이의 이야기를 들으며 유급휴가 따위는 바랄 수도 없는 프리랜서의 처지를 비관했지만, 그래도 마감이 끝나면 결재받아야 할 상사 없이 실컷 쉴 수 있다는 건 프리랜서만의 특권이지, 라며 긍정적으로 생각해보기로 한다. 그러니 이왕 쉴 거면 나 자신의 눈치조차 보지 않고, 죄책감 따위 느끼지 말고 실컷 쉬어야지. 늘 마음처럼 잘 되지는 않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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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의나

프리랜서 에디터이자 라이터. 독립잡지 '나이이즘'을 발행하며, 에디터 세계 안내서 '근데 에디터는 무슨 일 해요?'를 펴냈다. 콘텐츠 기획, 집필, 인터뷰 등 콘텐츠를 만드고 편집하는 다양한 일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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