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과 함께 예술의 전당에서 백희나 작가의 그림책전을 보고 왔다. 백희나 작가 그림책에 나오는 나오는 그림들의 원화나 입체 모형들을 직접 보니 책으로 보던 때보다 훨씬 실감이 났다. 내가 전혀 스토리를 모르는 동화 속 작품들도 작품 하나하나가 정겨웠다.
그중 [이상한 엄마]라는 책 속 작품이 유난히 마음이 갔다. 직장을 다니는 엄마가 비를 맞고 감기가 걸린 아이의 연락을 받지만 직장 때문에 갈 수가 없어서 발을 동동 구르는 가운데에 '선녀'가 나타나 아이를 엄마 대신 돌봐주는 내용이었다. 나도 병원에서 일하지만 정작 내 아이가 아프다고 유치원에서 연락이 오면 직접 갈 수 없어 여기저기 전화를 해서 아이를 봐줄 사람을 찾던 기억이 되살아 나서 가슴이 아렸다
작품들 중 선녀가 만든 구름 위에서 아이와 엄마가 살포시 누워 자고 있는 장면이 있었다. 아이 엄마는 저녁이 되어서야 집에 도착해서 미안한 마음에 아픈 아이 옆에 누워 토닥이다 피곤한 나머지 같이 잠이 든 상황인 것 같았다. 이제야 엄마도 아이도 마음을 놓고 포근한 구름 위에서 깊이 잠든 모습에 나도 같이 나른해졌다.
백희나 작가, [이상한 엄마] 중
둘째 아이에게 말했다.
"저기 좀 봐봐 푹신해 보이지? 엄마도 저렇게 구름으로 만든 침대 위에 눕고 싶다."
아이는 그 말이 기억에 남았는지 저녁에 집에 와서는
"엄마 집에서 그렇게 구름 위에 눕고 싶어?"
라고 물었다.
"응. 포근하고 좋을 것 같아~"
라고 답했더니 본인도 그 구름침대에 엄마랑 같이 눕고 싶단다. 내가 작품을 보고 느낀 포근함이 아이에게도 전달된 것 같아서 흐뭇해하고 있는데 거실에 있던 첫째 아이가 말했다.
구름 위에는 잠시만 서 있어도 추락해. 안돼.
엄마도 그거 아는데... 그래도 뭉게구름을 보면 포근할 것만 같단 말이야......설마 그 선녀도 말도 안 되는 존재라고 생각했던 건 아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