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서원 Jun 18. 2023

새로 오픈한 안마방에 다녀오다.

 일요일 아침, 침대와 한 몸이 되어 움직이지 않고 있었다. 두 아이는 아침 일곱 시부터 번갈아가며 나한테 와서 말을 시켰다. 최소한의 대답만 하며 어떻게든 이불속에 더 머무려고 애쓰고 있었다.


엄마 형아가 밀었어요.
 형아가 왜 밀었을까. 그냥 밀지는 않았을 텐데.

엄마 OO이가 사탕 두 개 먹어요.
 두 개 먹어도 돼. 너도 먹고 싶으면 두 개 먹어.   


  한 시간쯤 그렇게 버텼을까. 일곱 살 첫째 아이가 오더니 안마를 해주겠다며 엎드려 누우라고 했다. 이불속에 머무른 채로 엎드리는 것까지는 할 수 있었다. 순순히 돌아누웠다. 아이는 내 뒤통수에 손을 얹더니 두피 안마를 시작했다. 어린아이 같지 않은 손 끝 힘 조절에 몸이 더 나른해졌다.

 다음은 종아리였다. 부어있는 내 종아리를 조물조물 주물러 주었다. 그다음에는 무지외반증으로 툭 튀어나온 내 발 옆부분을 주먹으로 톡톡톡 때리더니 발가락 하나하나를 꾹꾹 눌러준다. 손 끝에서 진지함이 느껴졌다. 여린 손으로 못생기고 더러운 내 발을 저렇게 진지하게 안마해 주다니 서서히 미안해지기 시작했다.  

 "엄마 잠깐만 있어봐."

 갑자기 안마를 멈춘 아이는 방 밖으로 나가더니 3분쯤 후에 돌아와서 작은 종이조각을 내밀었다. 공책 한 귀퉁이를 급하게 찢은 듯했다. 종이조각에는 분홍색 색연필로 '안마방'이라는 글자가 써져 있었다. 순간 풉 하고 웃음이 나왔다.  

 '네가 방에서 안마를 해주고 있으니 안마방이 맞기는 하는데...... 왜 나는 다른 안마방이 생각나는 거니.'

 이 안마방은 서비스도 좋았다. 일곱 살 주인장이 냉장고에서 방금 꺼내온 시원한 탄산수도 손에 쥐어주었다.


 이제는 어깨 안마를 할 차례이니 나보고 앉아야 한단다. 더 이상은 이불 안에서 버틸 재간이 없었다. 느릿느릿 일어나 앉았다. 처음에는 온 힘을 다해 어깨를 주무르더니 손에 힘이 빠졌는지 도구가 필요하다며 플라스틱 골프채 장난감으로 어깨를 통통통 다. 그렇게 5분을 더하더니 아이가 눈웃음을 치면서 말했다.

 엄마 이제 거실로 나가서 놀자.

 


 

그래 내가 졌다. 그만 일어날게.

이 안마방 요금은 오전 내내 놀아주기였구나.

어쩐지 서비스가 좋더라니. 비싸다 비싸.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