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녁에 퇴근해서 집에 들어오니 첫째 아이가 오늘따라 유난히 반가워했다. 거실 바닥에는 새 장난감들이 늘어서 있었다. 오늘은 첫째 아이가 유치원에서 시장놀이(마켓데이)를 하는 날이었다. 한 학기 동안 받은 칭찬카드를 모았다가 돈 대신 사용해서 물건을 산다. 지난 학기에 처음 해보았는데 그때 한껏 신이 난 채로 장바구니 가득하게 이것저것 사 왔었다.
시장놀이를 하는 날 만큼은 엄마의 눈치 보지 않고 마음대로 물건을 사서 그런지 아이는 아직까지도 들떠 있었다. 재미있었냐고 묻는 내 질문이 끝나기도 전에 방으로 달려가더니 작은 주먹 안에 무언가를 쥐고 돌아왔다. 주먹을 펴니 아이의 손바닥 위에는 하늘색 별 밑에 달랑거리는 진주가 달려있는 장난감 반지가 올려져 있었다.
"하늘색 다이아몬드 반지야. 엄마한테 선물로 주려고 사 왔어."
심장이 쿵. 사랑하는 사람으로부터 예상치 못한 프러포즈를 받으면 이런 느낌일까.
"정말 엄마 주려고 사 온 거야?"
"응. 색깔이 여러 개였는데 엄마가 하늘색 좋아해서 하늘색으로 골랐어."
내가 가장 좋아하는 색깔은 하늘색이 맞다. 장난감이나 사탕을 하나라도 더 사고 싶었을 텐데 시장놀이에서 엄마 선물을 사 오다니. 엄마 선물을 사겠다는 생각을 한 것만으로도 감동이었건만 색깔까지 신경 써서 골랐다니.
아이가 선물로 사 온 반지
누군가를 사랑할 때면, 좋은 것을 볼 때 그 사람이 떠오르고 사주고 싶고 그 사람이 무얼 좋아하는지 관심을 갖고 관찰하게 되고 기억하게 된다.그런데 아이가 시장놀이를 하다 예쁜 반지를 보고 나를 떠올렸고 내가 가장 좋아하는 색깔로 골라왔다.
내가 아이에게 많은 사랑을 주려고 노력한다고, 아이를 키우느라 애쓴다고 생각했었는데 어쩌면 아이는 내가 생상하는 것보다 훨씬 더 많이 나를 사랑해주고 있었나 보다.
진작 알아주지 못해서 미안.
초등학생 때 용돈을 아끼고 모아서 부모님 결혼기념일에 커피잔 세트를 선물해 드린 적이 있었다. 그때 부모님이 눈물 지으셔서 당황했던 기억이 있다. 그날 우리 부모님이 이런 기분이셨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