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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반고희 Apr 26. 2023

아들이 add래요

(아들의 add 진단기 + 약처방기)

아들이 add 진단받은 지 2주가 었다.


작년 여름방이던가.

아이가 기숙사에 옷 여덟 벌을 잃어버리고 온 후, 다시 한번 아이의 주의력 결핍에 대해 심각을 느끼고 조심스럽게 adhd검사를 권유했었다.

아이는 별 대답 없이 듣고만 있었고 혹시 병원에 가고 싶으면 언제든 말해달라 했으나, 결국 방학이 끝나가도록 아무 대답도 을 수 없다.

그로부터 약 6개월이 흐른 얼마 전, 아들이 기숙사 규칙을 어겨 받은 벌점이 쌓여 기숙사에서 일주일간 퇴소 조치를 당하는 일이 있었다.

일주일간 집에서 등하교시키느라 온 가족이 새벽같이 일어나야 했고 (본인은 집에서 다니는 게 더 좋았는진 모르지만), 자습도 안하고 수업이 끝나면 집으로 곧장 돌아왔다. 자기도 면목이 없긴 했는지 일주일간 동네친구들은 만나지 않겠다 약속했고, 약속은 아슬아슬하게 지켜졌다.

벌칙이 끝나갈 무렵 저녁, 아들이 밥 먹으면서 조심스럽게 아무래도 adhd검사를 받아보는 게 좋을 것 같다고 운을 떼었다.

사실 아이가 망설이는 6개월이란 시간 동안 '그래, 아이가 주의력이 좀  안좋고 꼼꼼하지 못해서 그렇지 성적이 오르기도 했으니, 집중력에는 문제가 없을 거야...'라고 좋은 게 좋은 거라는 식으로 애써 문제를 축소하고 지냈는데, 아이가 집중력이 거의 십분에 한번씩 흐트러진다고 뜻밖의 고백왔다.


- 그럼 그동안 공부는 어떻게 한거야?

- 십분에 한번씩 마음을 다잡았지...

- 진짜? 그것도 대단한 거다 !


생각해 보니, 아이가 중학교 때부터 잠을 못 잔 사람처럼 늘 정신이 맑지 않다고 한 두어번인가 얘기한 적이 있다. 언젠가는 하루 열두시간 이상을 늘어지게 자고 일어나더니, '오늘은 조금 정신이 좀 맑네. 진짜 오랜만인 거 같아.'라고 말한 적도 있다.

늘 안개에 휩싸인 기분이라고.

'그래, 결심해 준 거 아주 고마워. 훌륭해!'라고는 했지만, 갑자기 마음 한켠이 심란해 오는 건 어쩔 수 없었다.

내가 낳은 자식의 어떤 결함? 같은 것을 목도해야 하는 두려움이란 게 좀처럼 떨쳐지지가 않다.


아이다시 기숙사로 돌아갔, 나는 월요일 댓바람부터 전화를 리기 시작했다.

당일이라도 예약이 되면 아이를 외출을 시켜서라도 데려가야겠다고 생각했는데 웬걸... 학기 초이고 새학년이라 그런가. 모든 소아청소년 adhd 전문병원의 예약이 두어 달 후에나 가능하다고 했다. 예약 자체가 안된다는 곳도 여러 군데 있었다. 이 일을 어쩐다...


결국 일반 신경정신과에 전화를 걸어 사정 얘기를 하자 한번 와보라고 했고, 아이가 귀가하는 금요일 오후로 운 좋게 예약을 잡을 수 있었다.

처음 방문해서는 이런저런 면담을 약 30분가량 진행했다. 엄마의 얘기와 당사자 얘기를 차례로 듣고 병원에서 소개해준 심리센터에서 다음날 CAT검사 진행했다.

그리고 결과지를 들고 월요일 오후 다시 아이를 외출시켜 병원으로 향했다. 결과지를 끝까지 보지도 않고 앞 페이지만 보고 바로 덮는 선생님. 과잉행동은 없으니 조용한 adhd(add)가 맞다고.

그리고는 이어진 약처방.

일단은 가장 적은 용량으로 시작해 자신에게 맞는 용량을 찾아가 보자 했다.


아이를 다시 려보내고 드디어 다음날 아침. 일어나자마자 약을 먹은 아이에게서 문자가 왔다.


- 엄마 진작 먹을 걸 그랬어! 약 먹고 한 시간쯤 지나니까 정신이 맑아져! 몇년만인지 모르겠어!

- 오호!


하지만 그런 기적적인 느낌은 오래가지 않았다. 첫날은 아마도 플라시보 효과였던 걸까.

얼마 지나지 않아 그 효과는 반감되어 증량을 하게 되었고 감정조절 문제 때문에 항우울제도 같이 처방받았는데, 주말에 보면 무슨 부작용 때문인 건지 오후가 되면 아이 얼굴이 피가 안통하는 사람처럼 허옇게 들떠서는 무기력하고 어지럽다고 했다. 학교 안에 갇혀있다 보니 병원 나가는 절차도 까다롭고 번거로운 데다, 중간고사가 코앞이라 병원 왔다 갔다 하며 시간 허비하기도 쉽지 않았다. 

'에고... 진작에 방학 때 갔으면 좋았을걸...'

다행히 집중은 증량하고 나서 잘된다고 했다.

이런저런 부작용이 걱정되어 중간에 병원에 다시 한번 방문했는데, 약처방 외에 병원에서 따로 해주는 건 없었다. 그냥 알아서 적응하라는 건...


오늘 아침은 설거지하는 도중 연신 문자 길래 뭔가 안하다 더니, 아들이 이번엔 머리가 깨질 듯 아프다고 다.

보건실에서 약 먹고 한 시간 정도는 쉴 수 있다고 해서 그렇게 해보라고 했다.

찾아보니, 3개월 정도는 안정화 단계라 이런저런 증상들이 나타날 수 있다고 하는데... 이게 아무래도 정신과 약이다 보니 괜한 선입견이 있어서인지, 무작정 약을 함부로 시작하는 게 아니었나... 괜시리 두렵고 불안한 마음에 후회마저 되었다.

물건 좀 잃어버리고 집중 좀 못하면 어때. 그냥 타고난 대로 살면 되는 것을...


최근 계속 큰아이한테 신경을 써서 그런지 시간이 어디로 어떻게 흐르는지 모르겠고, 늘상 뒷목이 뻣뻣하고 나 역시 머리가 너무 아프다. 온신경이 아들에게 가있어서 딸아이는 어찌 지내는지 한집에 살면서도 기억에 없네...

새삼 알아서 잘 주는 딸아이에게 고마운 마음이 든다.


인생이란 무거운 짐을 지고 걷다가,
이따금씩 나무 아래서 잠시 쉬었다가,
다시 또 묵묵히 걷고 걷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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