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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반고희 Mar 24. 2023

아들과 헤어지는 중입니다

길 잃은 하이에나

이제 고2가 되는 아들 얼굴방학 동안 몇번 못보고 지냈다.

이건 무슨 신종 고문 방법인지 모르겠는데, 아침 먹고 나가 허구한 날 열두시에 빨리 와라 와라 쪼아대야만 신데렐라 모냥 허겁지겁 들어와 얼굴도 안보여주고 방으로 쏙 사라져 버리곤 니, 얼굴을 볼 수가 있나.

물론 학원도 가고 운동도 가고 자기 나름의 루틴으로 살아가는 건  있지만, 이렇게까지 밖으로 돈 적은 처음이 어리둥절기만 했다.

보통은 중간에 들어와 라면 끓여 먹거나 치킨이라도 시켜달라고 조르곤 했는데, 아빠한테 용돈 카드를 받은 후부터는 먹고 싶은 게 있으면 자기 알아서 혼자 해결하고 다니며 일절 귀찮게 하는 법이 없었다.

참 신기한 일이다. 그렇게 안보고 밖에서 끼니 해결하고 들어와 주면 오히려 몸과 마음이 편야 하는 것이 인지상정일 텐데, 왜 이렇게 서운하고 불안하고 초조한 것인지 알 수가 없었다.

두고 보다가 하도 기가 막혀 인생 5회차 중학생 딸아이에게 자문을 구했다.


- 자식이말야... 밖으로 도는 게 나을까, 집에만 처박혀 있는 게 나을까?

- 쎄... 그래도 밖으로 도는 게 낫지 않아?

- 그래... 그렇겠지?


우연히 에서 아들을 어색하게 마주친 적도 있었다.


- 어디 갔다 와?

- 밥 먹으러. 지금 학원 가려고.


딱딱한 몇 마디 주고받고 돌아서서 떠나는 아들의 뒷모습은 흡사 길 잃은 하이에나 같았달까. 그렇게 황량하고 거칠 수가 없었다.

아, 아들 가진 엄마들의 숙명이란 이런 것인가!


못된 짓은 참 가르치지 않아도 먼저 알고 습득한다니, 어느 날은 바지 주머니에서 전자담배 카트리지 나왔고, 서랍에서 다 먹고 찌그러뜨려놓은 맥주캔도 발견되었다. 특히 카트리지가 나왔을 때는 드디어 올 것이 온 것인가... 머리가 하얘지는 절망적인 기분이었다.

하지만 어릴때마냥 무릎 꿇리고 훈계를 할 수도 없는 노릇. 그러지 말라고 타이르면서도 기대하긴 힘들다. 이제 그냥 본인의 선택이기에.

그렇게 의 아니게 게 모르게 아이에게 기를 빨려서인지 겨우내 시름시름 앓게 되었다. 이게 그냥 자식을, 전히 분리하기 위한 몸살이려니 생각했다.

때마침 유튜브에 뜨는 법륜스님의 얄궂은 영상. (유튜브는 분명 나를 도촬하고 있는 것이 분명했다.) 스님이 내게 자식에게 신경을 끊으라 하다. 그저 배고프면 밥 차려주고 도움을 요청할 때만 관심을 주라고 하신다.... 너무하십니다! 스님!

그렇게 나는 겨우내 아이를 내 품에서 완전히 떨어뜨리기 위한 연습을 호되게 고 있었다.


그나마 다행인 건 무슨 일이 생길 때마다 '남자애들은 원래 다 그래'라는 말로 사람 복장을 터지게 만들었던 남편이 긴긴 대화 끝에 자기도 신경을 많이 쓰겠다고 그나마 내 고충을 이해해 주고 수용해 줘서 마음이 한결 가벼워졌다는 거다. 

상대방의 마음을 수용해 주고 수긍한다는 것이 이토록 중요 일인 줄은 몰랐다. 울적하고 무력하고 버거웠던 마음이 조금 벼워졌다. 그렇게 해서 아들 귀가 담당은 남편이 맡게 돼 한결 부담을 덜었다.

나 역시 아이들을 수용하고 수긍해 주는 대화를 하도록 노력해야 함을 절실히 깨달았다.


한 가지 다행인 건 1학년 2학기 끝나는 성적이 몰라보게 많이 올랐다는 것이다. 진학담당 선생님도 조금만 더해서 잘해보자 하셨단다. 적이 중요한 건 아니지만 그래도 아이가 말 그대로 하이에나처럼 그냥 돌고 있다는 뜻아닌 것 같아서 안심이 되었달까.

지난주 교육 설명회 때는 아이 교실에서 아이를 마주쳤는데, 늘 밖에서는 면데면하던 녀석이 그날은 웬일로 반아이들이 많았는데도 불구하고 먼저 웃으며 다가와 아는 척을 해주기도 했다. 심지어 친구까지 데려와 인사를 시키더라는.

아주 밀당의 재로구만!


며칠 전에는 이 밥 먹으면서, 중학교 친구 중 하나가 엄마랑 단둘이 반지하에 사는데 형편이 안좋아 엄마가 학원비를 부담스러워한다는 얘기를 우연한 기회에 듣게 되었다며, 그동안 친하게 지내면서도 그런 사연이 있는 줄 몰랐는데 그 얘기를 듣고 나니 새삼 자기가 얼마나 많은 걸 누리고 있었나 절실히 깨달았다고 주절주절 고해성사를 어놓았다.

늘 친구들과 어울려 못된 짓이나 하고 다닌다고 상상하며 타박했었는데, 이런 식으로 깨달음을 얻움을 받을 줄은 미처 몰랐네. 원하던 방식은 아니지만 철부지 같던 넘이 뭔가를 느끼 조금이라도 달라지면 좋으련만.


나는 솔직히 '아이를 믿고 기다'표현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믿음이라는 것도 차근차근 쌍방이 서로 쌓아나가는 것 매번 실망감을 안겨주는 사람을 어느 한쪽이 무작정, 무한정, 맹목적으로 믿어준다는 게 가능한 일인지  모르겠. 그저 그 외에는 다른 방법이 없기 때문에 믿고 기다리는 척할 뿐이지 다른 의미는 없다. 게는.


이제 성년이 되기까지 2년.

보아하니 졸업하면 빼박! 독립하겠다 나올게 뻔하, 그동안 부지런히 부지런히 멀어져야다짐했다. 

아들하나 키우기가 이렇게 빡시다니...

몇번의 몸살을 더 치를지 모르겠지만, 가능한   멀리멀리 보내려 한다. 식을 낳아 20년 가까이 길렀는데 고작 얻는 게 멀어지는 것뿐이라니 억울하기도 하지만, 홍삼이나 잘 챙겨 먹으면서 잘 버텨보려 다...


이렇게 여기까지 마음 정리하며 순조롭게 써내려갔는데...

어젯밤 기숙사 벌점이 쌓여 다음 주 일주일간 집에서 통학하라고 벌칙을 받았다고 전화가....

이래도 믿어주라고??

아우, 나는 진짜 못먹겠다!


지난 겨울 옥상에 화목난로를 설치했는데, 희한하게도 장작불을 태우면 마음이 거짓말처럼 평온해졌다. 덕분에 장작을 겨우내 얼마나 피워댔던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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