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반고희 Dec 09. 2023

경찰서에서 전화가 왔다!

드디어 올 것이 온 것인가

때는 바야흐로 아들 중간고사가 끝난 바로 그 날이었다. 

아들은 늘 그렇듯 학교 주차장에 짐만 던져두고 친구들과 홀연히 사라졌다.

그래, 시험도 끝났으니 실컷 놀다 오렴...

하지만 그땐 아무것도 몰랐다. 곧이어 들이닥칠 어둠의 그림자를...

지가 가봐야 어디서 밥이나 먹고 노래방에서 노래나 부르겠지...라는 순진한 생각에 사로잡혀, 아무것도 짐작할 수 없었던 것이다.


해가 저물어가고 눔이 어디서 뭐 하나 궁금하던 찰나,  저녁 여섯시쯤인가... 모르는 번호로 전화 한통 걸려왔다.

"땡땡이 어머님이시죠? 여기 경찰서인데요..."

...? 경찰서...?

순간 골이 오싹해지며, 디어 올 것이 온 것인가... 가 들이닥칠지 모른다 생각했던  날이 바로 오늘인 것인가... 하는 생각이 스 찰나,

"땡땡이가 술을 먹어서  여기 애들 같이 있는데, 모님이 직접 셔서 데려가셔야겠습니다!" 한다.

일단 정신을 차리자. 경찰치고는 꽤 목소리가 구수하다. 설마 보이스피싱은 아니겠지? 그건 아닐 것이다. 보이스피싱이었다면 아이 이름을 렇게 정확히 알고 있을 리가 없 않은가.

호흡을 가다듬고, 마침 근처에 있을 남편에게 전화해 보겠다 말씀드리고 다시 연락드리마 했다.

끊고 보니, 경황이 없어 사건의 자초지종이나 경위 등을 묻지 못했다. '애들' 대체 몇명을 말하는  것인지, 술먹은 거 말고 다른 무슨 사건이 있었던  아닌지...

그래, 그래도 그나마 다행인 건 술 먹고 '뭔가를 했다'라고는 분명 안했다! 그냥 '먹었다'라고만 했으니, 분명 누가 미성년들이 술 먹는 걸 보고 단순히 경찰에 찌른 것이리라.


아이 아빠에게 전화하니, 예상대로 털털 웃으며 별일 아닐 거라 한다. 자기가 가보겠다고...

그래, 가히 소싯적 경찰서 꽤나 다녀본 사람의 에서 나올 법한 여유로운 무드다. 그래, 매도 맞아본 놈이 잘 맞겠지. 너는 좋겠다, 니 아들이 꼭 너를 닮았으니...

어머니는 경찰서에서 전화를 받고, 우린 그런 아들 없다 전화를 뚝 끊어버렸다지...


아들에게 전화해 볼 생각은 미처 못했다. 어차피 술에 취해 경찰서에 가있는 놈이라면 무슨 들을 말과 무슨 할 말이 있겠는가. 눔도 염치가 없어 전화를 못하고 있나 보다...하는데, 예상을 깨고 아들 넘에게서 전화가 걸려왔다. 과연, 꼬부라진 소리다.

"엄마 내가 미난해... 내가 다시는 술 안먹을꼬야... 엄마 점말 미안해..."

"잘한다, 이 썩을 넘아!"

그래도 일말의 양심은 있네...


시간이 얼마나 흘렀을까. 한참 후 아들이 먼저 집으로 왔다. 얼굴이 허옇게 떠가지고는 겁에 질린 건지, 놀란 건지 술이 좀 깨어서 나타났다.

"헤헤, 엄마!"

"아주 잘하는 짓이다!"


사건의 경위는 대충 이러하다.

학교 끝나고 남자아이들 다섯이서 고기뷔페에 갔고, 그 중 둘은 여친 만난다고 먼저 라졌다고 한다. 나머지 여친없는 셋이서 늘 마시던(!) 맥주로는 당최 취하질 않 소주를 몇 병까지 마실 수 있나 테스트를 해보기로 했고, 각자 세병(!)씩을 마시고는 다들 꽐라가 되어 2차를 가기로 했단다 ;;

그동안 식당 주인은 안말리고 뭐 했냐니, 거기 뷔페라 술도 자기가 갖다 먹는 방식어서 아무도 몰랐을 거라나...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딱 보면 미성년인 게 티가 안 날 수가 없는데, 주인이 제지를 안했다니...

아무튼 그래서 택시를 타고 이동 중, 아들이 제일 꽐라가 돼서 흐느적거리다 택시에 폰을 두고 내렸고...

폰을 주운 기사님이 그냥 돌려줘도 될 것을 굳이 경찰서에 친히 맡기시고... 내 볼 땐 기사님이 제일 하드캐리이신 듯. 아마도 미성년들인걸 알고 일부러 갖다 놓으신 아닐까 싶다.

아무튼 폰을 가지러 경찰서에 간 꽐라 셋이 개중 제일 덜 취하고 미성년자로 안보이는 녀석이 폰을 가지러 들어갔는데, 을 풀어보라는 말에 당황한 친구가 다시 나와 비밀번호를 묻는 과정에서 이를 수상하게 여긴 경찰관께서 다 같이 들어오게 해 주민증을 달라고 했고, 결국 미성년인 게 들통 나 음주측정을 하고 부모님께 연락하게 되었다는...

결국 지들 발로 술에 취해 경찰서를 찾아간 것.

택시 기사님께 이 자리를 빌진심으로 감사드린다. 안그랬음  녀석들이 술을 얼마 먹고 인사불성이 돼서, 무슨 사고를 치거나 혹 사고를 당했을지도 모를 일데... 기사님이 은인이다, 정말.

그 와중에 아들은 자기 대학가야한다며 학교에는 제발 연락하지 말아 달라고 원했다나.

막상 제복으로 무장? 공권력을 눈앞에 맞닥뜨리 겁덜컥 만도 하지. 얼마나 놀랐는지, 집에 와서도 연신 자기는 스무살 전에는 절대절대 술을 입에도 대지 않겠노라고 다짐에 다짐을 하더. 아무렴, 너도 애는 애...

근데 대학은 갈 모양이네?


일찍 씻고 자라 하니, 문 닫기 전 아들이 한마디 한다.

"엄마, 인생이 지루하면 아들을 낳으란 말이 있대!"

에라이~ 저 주댕이를 쥔짜! 야, 이미 니 아빠 때문에 지루할 틈 없이 살았거든!!


시간이 얼마나 흘렀을까.

한참을 씻고 잠든 아이 방에서 자꾸 소곤소곤 말소리가 들리길래 무슨 유튜브라도 틀어놨나 들어가 봤더니만, '밀리의 서재'가 잠든 아이에게 책을 읽어주고 있었다.

술과 밀리의 서재라... 이건 또 무슨 괴이한 조합이냐.

간혹 잠 안올때 책 읽어주는 소리를 들으면서 잔다는 얘기는 얼핏 긴 했, 굳이 술 취해 잠들면서까지 틀어놨 화면을 슬쩍 봤더니, 글쎄 제목이 하필 '다자이 오사'의 '인간실격'...

꼭 어디서 들어도 이런 걸. 이거 고등학생이 술 마시고, 여자랑 동거하고, 약하고 그런 내용 아니야? 내가 제일 극혐 하는 책 중에 하...


다음날 고등학생 아들을 위해 처음으로 아침에 북엇국을 끓여 대령하면서,

"아들아, 우리가 자꾸 음지로 들어가면 안 돼. 밝게 양지에서 건전하게 살아야지. 안 그래?"

"명심하겠습니다! 어머니! "

그래... 그러곤 갑자기 급발진하,

"그리고 술 세병씩 먹으면 죽어, 이눔아! 술자체로 죽을 수도 있고, 2차 사고로 죽을 수도 있다고!! 그리고 니들 때문에 장사하시는 분들 영업정지라도 당하면 그분들은 무슨 죄야. 장사도 못하고 그게 무슨 민폐냐구!!"

그 후로 아들이 들어올 때마다 슬쩍슬쩍 냄새를 맡보곤 하는데, 아직까 별일 없었다.

며칠 후 경찰서에서 학교에 연락 안하는 대신 경찰서에 와서 두시간 정도 교육을 받으라고 해, 방과 후에 같이 먹은 아이들과 함께 받고 왔다.


그러고 보니 스무살 넘으면 본격 술 먹고 늦게 다닐 텐데, 그 꼴은 또 어떻게 지켜봐야 할지.

요즘은 클럽에서 몰래 술에 마약까지 타서 먹이는 세상인데...

부모 노릇은 진짜 해도 해도 끝이 없다.


오늘도 나는 열반 오른다...


헉! 엄마 대박!!



-끝-







매거진의 이전글 아이가 차분해지고 있어요!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