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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반고희 Feb 04. 2024

남편과의 하루

글쎄... 그게 언제인지 잘 모르겠다. 남편이랑 단둘이 외출하거나, 오래도록 대화하거나, 밖에서 같이 밥을 먹거나 한 것이.


얼마전 엄마가 디스크 때문에 힘들어하셨다. 

아주 오래전부터 엉치가 아프다 하셨는데, 동네 병원에 가서 (무슨 주사인지 모르겠지만) 주사 한대씩 맞으면 괜찮다고 하셨었다. 그러다 지난 가을 마지막 해외여행이라며 가족들과 일본여행을 다녀왔는데, 그때 많이 걸어서인지 주사를 맞아도 좀체로 통증이 가라앉지 않는다고 하셨다.

내가 동네 작은 병원 말고 사진을 찍을수 있는 병원에 가보는게 어떠냐 해서 다른 병원에 가게 되었는데... 진단 결과, 뜻밖에도 '허리 디스크'다.

꼼짝없이 식사도 잘 못하시고 기력이 없으셔 걱정되던 차, 편의 23만 탄 차가 제대로 퍼지는 바람에 차도 바꾸고 해서 시승겸 겸사겸사 함께 엄마한테 다녀왔는데...


빨갛게 부은 엄마 얼굴을 보니 안쓰럽더라.

그래도 심한 통증은 치료받고 나서 조금 가신 상태였고, 일어서 왔다 갔다 어느 정도 움직이실 수는 있는 상태였다.

소고기 구워 드시라 투플러스 고기 한덩이 드렸더니 반색하며 하러 힘들게 왔, 김치에 알타리에 사골에 갈비까지 냉장고 싹 쓸어 담아주셨다.

그러게 뭘 그렇게 때마다 음식하고 김장까지 해서 나눠주려고 애쓰다 병이 나냐며 타박 아닌 타박을 했. 이번 명절부턴 아무것도 하지 마시라 신신당부했다.


커피 마시고 이런저런 얘기 나누며, 남편이 지금 짓고 있는 새 건물 사진 보여드리며 꼭 다 나아서 구경 오셔야 한다고 살갑게 당부하는... 새삼 참 고맙드라. 나 빼고 모두 다한테 살가운 남편...

얼마전 감기 걸려 아플 때도 아버님 방에 있는 콘택 좀 갖다 달라 렇게 일렀건만, 올라올 때마다 까먹었다며 그걸 안갖다줘...

참네, 진짜 감기 다 나으면 내 기필코 이번엔 이놈에 구석 가고야 만다고 다짐에 다짐을 했건만... 엄마한테 하는 거 보니 음이 좀 누그러지더라.


내려오면서 (골 아팠던) 엄마 이사문제에 대해 구체적 얘기다. 남편이 먼저 우리 건물로 장모님 모셔오자고 해주었고, 더 미룰 수 없으니 가을까지 세입자 중에 먼저 나가는  없으면 누구라도 계약만료되는 집 연장 않고 내보내자고 했다. 장모님이 우선이지 무슨 세입자가 중허냐며... 혹시 재개발이 되면 그건 그때 가서 생각하자고...


집 근처 와서 배가 고파 설렁탕 한 그릇씩 먹으며 (애들 없이 둘이서만 먹는 식사가 얼마만인지...), 가 먼저 엄마가 들어와도 으론 안들어오고 보증금 제대로  테니 걱정 말라했다.

남편도 돈을 쌓아놓고 사는 사람도 아니고, 아무리 부부라도 그런 식으로 신세 지고 싶지 은 내 작은 자존심이랄까. 자란 돈은 어떻게든 동생이랑 해결해보려 동생이랑도 이미 허심탄회하게 얘기를 나눴다.

동생 앞에서의 언니로서의 체면, 남편 앞에서의 신세지고 싶지 않은 자존심. 지금의 나로서는 그 둘을 오롯이 다 챙길수 있우아한 형편이 아니라는걸 각하고, 반씩 내려놓고 절충하기로 다. 

평생을 일해서 재테크없이 꼬박 모으기만 한 엄마의  고집스럽고 무지한 돈이 제와 참 속하지만, 돌이킬수도 없는 일.

어쨌든 남편 입장에서는 아버님, 형님 다 모여사는 집에 장모님까지 모시면 불편할 수도 있는 일인데 (나는 이 시월드에서 20년을 넘게 버틴 몸이지만), 그래도 형님도 흔쾌히 다 하셨대고, 먼저 호탕하게 모셔오자 해주었으니 고마운 마음에 우쭈쭈 좀 해줬다.


집에 돌아와 계산해 보니, 꼬박 다섯 시간을 남편과 께 있었더라.

하이브리드 차로 바꾸고 나서, 매뉴얼은 안보고 계속 차가 잘 안나간다는 둥, 소음이 크다는 둥 임없이 궁시렁대는 중년 남자의 옆자리를 지키는 일은 가히 통스러...

그리고 그렇게 매사 불만 많고, 투덜대고, 모든게 나랑 1도 안맞는 정반대의 사람이지만...

그래도 근본착한 사람이라는 거, 그거 하나는 다시 한번 인정하는 시간이었.


정말 다행이다. 내 남편이 그런 사람이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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