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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euung Apr 12. 2022

1. 여명

 2021년 8월 13일 금요일. 밤 10시쯤 동생에게 전화가 왔다. 못 받았고 새벽 한시쯤에 되어서야 동생이 남긴 메시지를 확인했다. 엄마가 뇌전이 판정을 받았다고 했다. 뇌전이라는 단어를 이해할 수 없었다. 그냥 엄마가 아프다고 생각했다. 10년 넘게 수차례 암투병을 했기 때문에 이제는 초연하게 마냥 괜찮을 거라고 생각했다. 모순이다.



 다음날 이른 아침 전화가 왔다. 암이 뇌로 전이되었으며 종양의 크기나 개수로 봤을 때 살 수 있는 기간은 길어야 6개월이 채 안된다고 했다. 엄마는 말이 잘 안 나와서 홀로 병원에 가서 검사를 받고, 결과를 받아 들고 무서워서 동생에게 전화해 보고 싶다고 했다더라.



 단순히 엄마가 아프다는 사실로도 충분하지만, 딱 열흘 전에 당신이 단어가 생각이 안 난다고 했을 때, ‘나이 들어서 그렇지 뭐’ 하고 대꾸했던 내가 너무 미웠다. 아프지 않았으면 하는 마음이 그렇게 나왔다고 하기에는 일말의 걱정도 하지 않았다는 죄책감이 아침잠을 모두 날려버렸다. 이주정도 빨랐으면 뭔가 달랐을까 생각하게 된다.



 불안해하는 동생에게도 아무렇지 않은 듯 웃으며 일단 알겠다고 했다. 그렇게 행동하는 자신이 너무도 싫었다. 다음날 엄마와 동생은 서울로 올라왔다. 나는 또 웃을 수밖에 없었다.



  답답했다. 몸안에 무언가를 강제로 끄집어내어 놓고 싶은 느낌이었다. 동생은 생각과 마음을 정리했다고 했다. 엄마는 농담처럼 유언이라며 내 안 좋은 습관들을 고쳤으면 좋겠다고 했다. 살 좀 빼고, 새벽까지 깨어있지 말라고 했다.병원에 가서도 나는 진료실에 들어갈 수 없었다. 그렇게 진료가 끝났지만 수술로 제거할 수 있는 수준이 아니며 생존 연장 또는 증상 완화를 목적으로 전뇌 방사선 치료를 하고 예후를 지켜봐야 한다고 했다고 한다. 할 수 있는 게 없다는 소리처럼 들렸다. 답답했다. 답답했다.



 다른 생각은 나지 않았다. 모든 감각이 현실을 부정하고 있었다. 스스로를 증오하고 동생을 원망했다. 어떤 상세한 정보도 주지 않으면서, 엄마의 여명기간을 말하는것이 너무 싫다. 하루에도 수가지 감정과 생각들을 반복한다. 머리가 아프다.


 2021. 8. 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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