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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뫼르달 May 09. 2024

전학

2014.01.03


그날은 그해의 가장 더운 날이었다

똑똑한 반장이 전학 가던 날

마지막으로 건넨 인사를 곱씹으며

화장실 벌청소를 끝마치고

집으로 돌아가던 길

멀찍이 길 건너 그 애의 모습이 보여

멈춰 서서 손을 들었는데

이름도 불러보기 전에

버스가 와서 그 애를 데려가버렸다

품 속에 넣어둔 편지 한 장을

구겨버리곤 다시 걸었다



이제 눈에 띄려고 장난을 치다가

벌청소를 하는 일은 없겠지

내 이름이 예쁜 글씨로 칠판에 적힐 일도

43번 정거장을 습관처럼 서성이거나

꾸불꾸불한 글씨로

밤새도록 유치한 편지를 쓸 일도

이제 귀찮은 일은 없겠네

그것 참 잘 된 일이네

자꾸만 중얼거리며 한참을 걸었다

버스가 나의 여름을 데려갔으니,

그날은 그해의 가장 춥고 시린 날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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