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01.03
그날은 그해의 가장 더운 날이었다
똑똑한 반장이 전학 가던 날
마지막으로 건넨 인사를 곱씹으며
화장실 벌청소를 끝마치고
집으로 돌아가던 길
멀찍이 길 건너 그 애의 모습이 보여
멈춰 서서 손을 들었는데
이름도 불러보기 전에
버스가 와서 그 애를 데려가버렸다
품 속에 넣어둔 편지 한 장을
구겨버리곤 다시 걸었다
이제 눈에 띄려고 장난을 치다가
벌청소를 하는 일은 없겠지
내 이름이 예쁜 글씨로 칠판에 적힐 일도
43번 정거장을 습관처럼 서성이거나
꾸불꾸불한 글씨로
밤새도록 유치한 편지를 쓸 일도
이제 귀찮은 일은 없겠네
그것 참 잘 된 일이네
자꾸만 중얼거리며 한참을 걸었다
버스가 나의 여름을 데려갔으니,
그날은 그해의 가장 춥고 시린 날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