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니나nina Oct 14. 2020

바닥을 보이고 바닥을 디디다

내 안에 공존하는 밝음과 어둠의 균형에 관한 글쓰기


원의 극한 Ⅳ, 천국과 지옥(Circle Limit Ⅳ ‘Heaven and Hell’), 1960, 모리츠 에셔


무엇이 먼저 보이시나요? 천사? 악마?


이 작품은 모리츠 에셔라는 화가이자 판화가의 판화작품 <원의 극한 Ⅳ, 천국과 지옥>입니다. 천사를 먼저 보았다고 좋은 사람도 아니고, 악마를 먼저 보았다고 나쁜 사람도 아니겠죠. 천사와 악마, 천국과 지옥이라는 상반되는 두 가지의 요소는 대립관계지만, 서로 연결되어 있기도 해요. 무엇이 먼저 보이든 천사와 악마는 원 안에 공존하고 있어요. 다만 무엇을 중심으로 보는지에 따라서 천국이 되기도 하고, 지옥이 되기도 합니다.


제 글을 읽으시면 어떤 느낌을 받으셨나요?

 

  무겁다, 아프다, 답답하다,

  정감 간다, 따뜻하다, 즐겁다 …


브런치 생활 5개월 간, 42편의 글을 발행했습니다. 널리 읽히기 위해 쓴 글이라기보다, 답답함을 글로 덜어 내고자 썼어요. 제가 경험한 이혼소송 과정, 소 취하 후 일상 복귀 노력이 주 내용이었고요. 주제가 그렇다 보니 글에서 흐르는 기운이 무겁기도 하고, 아프기도 하고, 답답하기도 했습니다. 그 와중에 잘 살아보고 싶은 마음도 담아서 따뜻하거나 정감 가거나 즐거운 부분도 있었다고 생각해요.


<천국과 지옥>작품처럼 제 글에도 어둠과 밝음이(농도의 차이는 있겠지만) 공존한다고 생각합니다.


보시기에 따라 밝음은 점멸할 듯 깜빡거리고 새카만 어둠만 깊어 보였을 수도 있고, 짙어 보이는 어둠 속에서도 찌릿하는 밝음이 힘 있게 보였을 수도 있다고 생각해요.


지난 5개월간, 평생 해온 이야기보다 더 많은 이야기를 글로 쏟아 냈어요. 글로 쓰고 나서 후련하기도 하고, 허무하기도 했고요. 실제 저에 대해 모르시는 분들과 소통하는 경험, 자유롭고 즐거웠습니다.


혼자만의 고민을 글로 쓰고 공감도 받고, 위로와 조언을 받기도 했어요. 이제는 글쓰기와 소통으로 제 마음의 시급한 답답함을 많이 덜어냈기에, 많이 무겁다고 생각되는 글, 많이 부끄럽다고 생각되는 글 13편을 발행 취소했어요.


발행 취소를 했다는 것을 모르시는 분이 대부분이실 거예요. 혹, 발행 취소한 글을 기억하시고 다시 찾으셨는데, 그 글이 없으면 저에게 묻기도 애매하실 것 같아서 글을 남깁니다.


발행 상태의 글에도 이혼소송 관련 내용은 아직 담겨있어요. 하지만 소 취하  부부상담이나 책, 노래, 영화 등을 통해 조금 더 나은 삶을 향하기 위한 마음을 담은 글은 그대로 두었어요.


이혼소송은 저에게 큰 사건이었고, 여전히 일상 복귀 노력 중이기에 그 부분을 완전히 도려내고 글을 쓰려면 할 얘기가 없을 것 같아요, 아직은요.


제 안에 공존하는 밝음과 어둠의 균형을, 앞으로도 글을 통해 건강하게 지켜가고 싶어요.




오늘 기준 224명의 구독자분들이 계세요.

진심으로 감사합니다. 


발행 취소 하기 전 총 42편의 글로

저와 연이 닿으신 224명의 구독자여러분.

스스로에게도 부끄러움의 농도가 짙은  

제 글들을 읽어주셔서 진심으로

아끼는 마음전합니다.


제 글로 저의 바닥을 보시고도

저를 외면하지 않으셨어요.

이 감사함, 잊지 않겠습니다.


(새 글 발행하면 몇 분씩 구독해지를 하시기에, 이 글 발행 이후 224명 보다 적은 수의 구독자가 계실 수도 있습니다. 그래도 괜찮습니다. 다만 이 시점에서 인사를 드리고 싶었습니다. 꾸벅)


150일가량의 브런치 생활,

몇 가지 숫자와 앞으로의 글쓰기


현재까지 누적 조회수는 약 286,000이에요. '김밥 글 <남편에게 미안할 때 저는 김밥을 쌉니다>' 조회수가 135,000이고요. 이 글로 많은 분들께 제 브런치가 소개되었고, 구독도 해주셨어요. ‘김밥 글’은 다른 제 글에 비해 재미도 있고 무겁지 않아요. 그런 느낌처럼 조금은 밝고 좋은 에너지가 있는 글을 쓰고 싶은데, 제 실체에 가까운 무거운(?) 글이 더 많이 써지네요. 김밥 글 이후로는 소위 말하는 조회수 잭팟이나 구독자 수의 급증은 없었습니다.


앞으로도 구독자 수나 조회수 상승을 목표로 글을 쓰지는 않을 거예요. 그럴 능력도 안되고요. 지금처럼 제 마음에 닿는 글, 누군가에게 도움이 되거나 적어도 상처는 되지 않는 글을 쓰고 싶어요.


바닥을 보이고 바닥을 디디다.


글을 통해 저의 바닥을 보이고도

제 글을 있는 그대로 읽어주시는 분들을 만났습니다.

있는 그대로의 제 모습을 보는 것이 덜 무서워졌어요.


저에게도 바닥에 발 디디며 서 있을 힘이 있다는 것을

기억하게 되었습니다.


모든 구독자 분들, 저와 글로 소통해주시는 작가님들.

제 글을 읽는데 드는 시간과 정성이라는

선물을 주셔서 마음 깊이 감사드립니다.


제가 글에 '마음'이라는 표현을 많이 써요.

가을바람에 실어 제 마음을 담은 노래 한 곡 전해요.


   툭 웃음이 터지면 그건 너

   쿵 내려앉으면은 그건 너

   축 머금고 있다면 그건 너

   둥 울림이 생긴다면 그건 너

   …

   나를 알아주지 않으셔도 돼요

   찾아오지 않으셔도

   다만 꺼지지 않는 작은 불빛이

   여기 반짝 살아있어요

   영영 살아있어요


      - 아이유 노래 <마음> 


살아가며 마주하게 되는 자연스러운 어둠과 밝음 속에서

나름대로 반짝거리며 살아가는 이야기를 나누고 싶어요.

조금 더 자주 만날 수 있도록 노력할게요.

편안한 날들 보내시길 바랍니다.



낮에 초고라고도 할 수 없는,

메모하고 있는 상태에서 '저장'을 누른다는 것이

'발행'을 누르는 실수를 하였어요.

이 또한 허술한 제 모습.

부끄러움은 제 몫으로 남았습니다 @.@

매거진의 이전글 '뿌리가 흙을 파고드는 속도로' 읽고 쓰는 삶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