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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영웅 Dec 04. 2021

브랜드를 이야기하는 브랜드 <매거진 B>

매거진 B 창간 10주년  전시를 다녀오고

흥미로운 이야기를 들었을 때 나는 그 이야기를 계속 곱씹는다. 누군가에게 이야기를 전달하고 싶어서다. 이처럼 이야기는 머무르지 않고 마치 살아 숨 쉬는 것처럼 사람들의 입과 입을 통해 옮겨진다. 그렇게 수만 번 이야기가 옮겨지면 그 이야기는 새로운 신화가 된다.


지금까지 이야기는 영화, 드라마, 음악, 웹툰, 소설로 만들어져 많은 대중에게 사랑을 받아왔다. 문학의 일부였던 이야기는 이제 기존 콘텐츠의 형태에 머물지 않고 다양한 브랜드와 크로스 오버하며 브랜드의 아우라를 만들어주는 역할로 확장하고 있다.


친환경 아웃도어 의류 브랜드 파타고니아는 단순한 소비를 위해 자신들의 옷을 사지 말라는 광고를 해서 큰 반향을 일으켰다. 파타고니아는 알고 보니 자연을 아끼는 등반가가 만든 브랜드였다. 파타고니아의 대표는 꾸준히 브랜드에 대한 책을 내며 파타고니아가 환경에 대해 어떤 철학을 가지고 있는지 세련되게 설파하고 있다. 발뮤다의 창업자는 자유로운 영혼을 가진 뮤지션이었다. 그는 세상 어디에도 없고 사람들을 감성적으로 즐겁게 할 수 있는 록스타 같은 가전 회사를 만들고 싶어 했다. 그는 결국 자연 바람에 가까운 선풍기 그린 팬이라는 베스트셀러를 만들어냈고 발뮤다는 가전의 애플이라는 별명으로 불리고 있다.


이처럼 이야기는 브랜드에게 메시지를 부여한다. 브랜드에 좋은 이야기가 켜켜이 쌓이면 그 이야기는 브랜드의 아우라가 되어 견고한 무형의 가치가 된다. 그래서 어느 정도 대중적인 인지도를 얻은 브랜드는 이야기 자본 형성에 힘을 쏟는다.


브랜드를 이야기하는 브랜드 매거진 B의 등장

매거진 B는 라이프스타일 편집 브랜드 JOH에서 만든 브랜드 다큐멘터리 매거진이다. 2011년 창간호 브랜드 <프라이탁>을 시작으로 100여 개가 넘는 브랜드 매거진과 단행본을 출간하고 있다. 보통 광고비로 운영되는 상업 매거진과 다르게 매거진 B는 광고를 받지 않고 오직 독자의 구매에만 의존하고 있다. 가장 상업적인 브랜드를 다루면서 브랜드로부터 비용을 받지 일절 받지 않아 매거진의 신뢰성을 확보하였고 매거진 B만의 두터운 팬층을 형성하는데 기여한다.

스타벅스나 애플같이 거대한 팬덤을 형성한 브랜드는 나날이 늘어나는데 팬들이 소비할 수 있는 콘텐츠는 현저히 적었다. 그런데 매거진 B는 그 브랜드의 팬이라면 만족할 수밖에 없는 세련된 콘텐츠를 만들어 냈고 그렇게 가꾸어진 매거진 B의 브랜드는 기존보다 더 갖고 싶은 브랜드가 되어 트레드세터들의 마음에 자리 잡았다.

매거진 B의 구성은 주로 이야기로 가득하다. 섣부르게 브랜드를 정의하려고 하기보다는 해당 브랜드를 만들어가는 사람들의 인터뷰와 그 브랜드를 애용하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통해 읽는 독자가 스스로 브랜드를 떠올릴 수 있도록 한다. 매거진 곳곳은 그 브랜드가 가지고 있는 철학과 멋짐이 가장 잘 표현된 이미지로 가득하다. 브랜드를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소장하지 않을 수 없는 구성이다. (해당 브랜드에 대한 매거진 B만의 특별한 굿즈가 포함된다면 더욱 좋겠지만…)


나와 츠타야를 엮어준 매거진 B와의 첫 만남

2015년에 출간된 매거진 B 츠타야는 내게 강력한 이미지를 심어주었다. 중절모를 쓴 중년의 신사가 책장 앞에서 책을 보는 모습이 츠타야 편의 표지였는데 매거진을 열기 전부터 나는 츠타야에 흠뻑 취할 수밖에 없었다. 매거진에서는 츠타야가 취향에 대해 고민하는 다양한 세대가 모이는 멋진 공간임을 알려주었다.

나는 매거진 B의 츠타야와 츠타야 대표의 책 <라이프스타일을 팔다>를 읽고 2016년에 드디어 고대하던 다이칸야마의 츠타야에 방문할 수 있었다. 매거진 B가 내게 심은 츠타야라는 불씨는 결국 1년 만에 나를 그 브랜드로 인도했다. 그날 이후 매거진 B와 서로의 취향을 나누며 함께 성장했던 것 같다. 매거진 B는 파타고니아 룰루레몬, 발뮤다, 무인양품, 이케아, 블루보틀 등 내가 좋아하는 것들을 찾아 소개해줬고 윌슨, 이솝, 모노클 등 내가 확장해도 좋을만한 브랜드를 추천해줬다.   


매거진 B와 드디어 미팅을?

매거진 B와의 첫 만남을 이야기하다 보니 매거진 B 에디터와의 첫 미팅도 떠오른다. 당시 나는 전자책 서점 리디에서 콘텐츠 매니저로 일하고 있었는데 어느 날 나는 지인으로부터 매거진 B 에디터를 소개받을 수 있었다. 매거진 B는 브랜드가 된 직종의 사람들의 인터뷰를 잡스(JOBS)라는 시리즈로 책을 내고 있었는데 해당 시리즈의 전자책 출간을 검토하고 있었다.  

나는 평소에 내가 좋아하는 매거진 B가 전자책으로도 서비스되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해왔기 때문에 들뜬 마음으로 매거진 B와의 미팅에 참석했다. 그때 만난 매거진 B의 에디터는 내가 생각했던 만큼 멋진 톤 앤 매너를 가지고 있었다. 본인이 직접 인터뷰한 인터뷰이들과 직접 편집한 책에 대한 애정이 듬뿍 느껴지는 미팅이었다. 나도 덩달아 그 책들을 애정 하게 되어 직접 리뷰를 쓰고 홍모를 많이 하고 다녔던 기억이 난다. 당시 전자책으로 서비스한 매거진 B의 책은 잡스 시리즈 중 소설가와 에디터였다. 이 두 책은  계속 글을 써야겠다는 생각을 만들게 해 준 고마운 책이다.


브랜드를 소유할 수 없지만 소장할 수 있게 해 준 매거진 B

취향의 시대 사람들은 이제 집에서 자신의 취향을 보여줄 수 있는 공간을 정성껏 만들고 인스타그램을 통해 취향을 드러낸다. 자신이 빠져있는 취향을 보여주는데 브랜드만큼 좋은 것이 없다. 브랜드는 잘 정제되어있고 브랜드를 함께 향유하는 사람들이 있어 자신이 노출하는 브랜드에 반응하기 때문이다. 매거진 B는 그런 의미에서 사람들에게 당장 가질 수 없는 브랜드를 소유할 수 있는 기회를 준다. 우리는 당장 일본에 있는 츠타야에 갈 수 없지만 매거진을 통해 츠타야의 라이프 스타일에 대한 정신은 소장할 수 있다. 당장 300만 원이 넘는 브롬톤 자전거를 구매할 수 없지만 브롬톤이 이야기하는 자전거의 철학은 매거진을 통해 소장할 수 있다. 매거진 B의 소장은 바로 그 브랜드의 이야기와 정신을 소장하는 것과 같다. 매거진 B는 누군가에게 내가 좋아하는 브랜드가 무엇인지를 알리는 좋은 상징을 제공한다. 인스타그램에 보이는 매거진 B는 서적이지만 책들과는 동떨어진 곳에 놓여있다. 커피 테이블이나 별도의 진열대에서 존재감을 보인다. 매거진 B는 단순한 콘텐츠를 넘어 가구로서의 역할을 하고 있다.


매거진 B 10주년 전시를 보고

매거진 B 10주년 전시회 오픈 소식을 듣자마자 29cm에서 바로 예매했다. 매거진 B가 연출하는 전시는 매거진의 퀄리티만큼 좋을 것 같다는 기대도 있었고 내가 좋아하는 브랜드 매거진이 10주년이 되었다는 것도 기념한만한 일이라고 생각했다. 전시의 초반 일정은 이미 매진이었고 전시 중반 일정으로 예약을 했다. 방문 전 몇몇 후기를 보니 생각보다 전시가 아쉬웠다는 리뷰가 많았다. 그리고 실제 내가 매거진 B의 전시를 방문해 보니 관람객이 어떤 점에서 실망했는지 알 것 같았다. 매거진 B는 시각적으로 굉장히 세련된 매거진이다. 또한 매거진이 다루는 브랜드는 이름만 들어도 알 수 있는 영향력 있는 브랜드들이 많다. 그러므로 많은 사람들이 이번 전시에서 브랜드의 후광을 입고 스케일이 커진 전시를 떠올렸을 수 있다.

하지만 이번 전시는 10살을 맞이한 매거진 B의 생일잔치 느낌이었다. 매거진 B를 좋아하고 매거진 B가 다룬 브랜드를 좋아하는 사람들이 오가며 함께한 10년을 뿌듯해하는 그런 자리 말이다. 어떻게 보면 상업적이지 않아 조금은 건조한 매거진 B 다운 전시라는 생각이 들었다.

전시장에 들어서면 가장 먼저 나를 반기는 매거진 B 아트월은 모든 전시 구역 중에 가장 화려하고 유니크하다. 이 아트월을 지나면 매거진 B와 브랜드를 나타내는 멋진 인용구들이 모직물에 인쇄되어있다. 이곳을 지나면 이번 전시의 메인 스테이지가 나오는데 지금까지 매거진 B가 다루었던 브랜드가 나열되어있다. 평소에 관심을 가지고 있었던 브랜드들의 실물을 볼 수 있어서 좋았다. 매거진 B가 연출한 브랜드의 대표성과 내가 생각하는 상징과 서로 비교해보는 재미가 있다. 나는 이곳이 아트월 다음으로 가장 사람들의 흥미를 끄는 곳임과 동시에 실망을 할 수밖에 없는 곳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 전시회는 매거진 B가 다룬 브랜드가 얼마나 경이롭게 연출할 것인가에 대한 기대감을 가질 수밖에 없는데 이곳의 전시는 마치 각각의 브랜드가 각자의 위치에 덜렁 놓여있는 느낌을 준다. 오히려 아우라가 빠진 브랜드의 알맹이를 보는 느낌이 드는 독특한 전시였다. 마지막 스테이션은  매거진 b의 발행인과 블루보틀을 포함한 브랜드 창립자들의 인터뷰가 펼쳐진다. 극장 같은 느낌의 멋진 공간에서 헤드셋을 통해 창립자들의 브랜드 철학을 들을 수 있다. 한 가지 문제가 있다면 관람자가 많아 모든 인터뷰를 여유 있게 볼 수 없다는 것이다. 하나 대형 스크린을 두고 여유 있는 좌석을 두었다면 좋았을 것 같다.


이번 전시회는 광고 없이 좋은 브랜드를 10년간 소개해준 매거진 B 생존과 성장을 축하하는 작은 전시회였다. 어떤 부분에서는 아쉬움도 있었지만 관람을 마치고 나오면 브랜드에 대한 묵직한 의미와 애정이 살아나 여운이 많이 남는 전시여서 만족스러웠다. 사실 이번 매거진 B 전시를 보러  관객은 어떤 사람들 일지 궁금한 것도 있었다. 나처럼 브랜드에 관심이 많은 사람들일까? 힙한 문화를  사람들일까? 예술성을 가진 개성이 강한 사람들일까? 어쩌면 나처럼 자기 자신에 대해 생각이 많은 사람들일 수도 있을  같다. 브랜드를 통해 자기 자신을 읽고 싶은 사람들, 브랜드를 통해 자기 위치를 알고 싶은 사람들, 브랜드를 통해  나은 브랜드를  안에서 만들고 싶은 사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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