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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영웅 Jul 06. 2020

에디터의 시대, 에디터의 마음

에디터 : 좋아하는 것으로부터 좋은 것을 골라내는 사람

최근 에디터라는 명칭이 주목받고 있다. 과거에는 출판사에서 책을 편집하는 사람, 언론사에서 기사를 편집하는 사람 등 주로 텍스트 콘텐츠를 다루는 사람을 주로 에디터라 지칭했다면 지금은 어떠한 정보나 데이터를 가공하여 대중에게 상품으로 내놓는 사람들을 에디터라 칭한다. 취향에 대한 글을 써오면서 앞으로 어느 때보다 에디터가 중요해지는 시대가 올 것이라고 생각해왔다. 에디터는 현시대의 문화를 편집하는 대표적인 직업으로 그들의 손에 의해 취향이 탄생하고 취향의 단계가 구분되기 때문이다..

에디터는 내가 동경하는 직업 중 하나다. 그들은 좋은 콘텐츠를 발굴하면 먼지가 낀 곳을 탈탈 털어 멋들어진 문장으로 보수공사를 하고 사람들이 좋아할 만한 디자인으로 가다듬어 하나의 문화로 탈바꿈시킨다. 적극적으로  라이프 스타일을 선도하며 사회가 필요로 하는 문화 데이터를 만들어가는 에디터들의 모습은 마치 선구자처럼 보였다.

새로운 삶, 새로운 생각, 멋진 사건이 필요하셨죠? 여기 제가 가지고 온 문화를 좀 보시겠어요? 환상적이지만 많은 노력이 필요하지는 않습니다.


일필휘지로 갈겨쓴 한 줄의 문장으로 세상을 평정한 에디터, 무명작가의 글을 누구나 아는 베스트셀러로 탈바꿈시키는 에디터, 몇 장의 이미지와 몇 마디 시적인 문구로 라이프 스타일을 제안하는 에디터 나는 이런 에디터의 세계에 대해 호기심을 품어왔지만 실제 그들의 삶을 엿보기 어려웠다. 에디터들은 항상 존재해 왔지만 스스로 제안하는 문화 뒤에 숨겨져 있기 때문이다.

그러던 어느 날 매거진 B에서 출간한 잡스 시리즈 에디터 편을 만나게 되었다. <JOBS-EDITOR 에디터 : 좋아하는 것으로부터 좋은 것을 골라내는 사람> 책에서 다양한 영역의 에디터들을 만날 수 있었고 그들의 인터뷰를 통해 나의 직업관 또한 선명해지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꼭 직업인으로서의 에디터가 되고 싶은 사람이 아니더라도 에디터의 마음을 가진 사람들이 읽어보면 좋을 인사이트가 가득하다. 이 글의 말미에서나 쓸 말을 미리 하자면 “자신의 일에 대해 좋은 직업관을 가진 사람들은 매력적이다.”

이 책은 현시대에 에디터라는 이름이 가장 잘 어울리는 8명의 진솔한 인터뷰를 담고 있다. 책을 읽는 내내 한 명 한 명의 매력적인 에디터들에게 인간적으로 빠져들 수밖에 없었다. 여기서 말하는 매력은 위대한 게츠비의 파티에서나 나올법한 화려한 라이프 스타일을 가진 호화로운 사람들을 뜻하지 않는다. 때로는 불완전하고 때로는 깨지고 흔들려도 자신들이 하는 일에 대해 끊임없이 흥미를 느끼는 사람 그리고 스스로 가치 있다고 생각하는 일을 꿋꿋이 해내는 그들의 모습에서 우리는 매력을 느낄 수 있다. 책이 각각의 인터뷰이에게 초점을 맞췄다면 나는 책에 등장하는 네 가지의 큰 주제별로 에디터의 일을 정리하고자 한다. 여기서 인용되는 내용은 책에서 발췌한 것으로 에디터의 일에 대해 8명의 에디터들의 답변을 정리한 것이다. 이들에 대한 자세한 이야기가 궁금하다면 서점에서 구매해 보길 바란다. (리디북스에 전자책도 있다.)


<잡스 에디터 - 인터뷰이>

[제러미 랭미드] 영국 남성 전문 온라인 쇼핑 서비스 <미스터포터> 저널리스트

[사사키 노리히코] (전) 동양경제신보사 / (현) <뉴스픽스> 최고 콘텐츠 책임자

[조퇴계, 이지현] 로컬숍 전문 매거진 <브로드 컬리> 대표, 디자이너

[황선우] : (전) 여성중앙, 씨네21, 코스모걸, 더블유코리아 에디터 / (현) <펜유니온> 대표

[정문정] : (전) <대학내일> 디지털미디어 편집장 (현) 에세이 작가

[김뉘연] : <워크룸프레스> 편집자
[니시타 젠타] : 라이프스타일 매거진 <브루터스> 편집장


1. 에디터의 일이란 무엇일까?

[조수용] 에디터 = 크리에이터라고 볼 수도 있어요.

[제러미 랭미드] 독자에게 좋은 시간을 제공하는 일

[사사키 노리히코] 편집해가는 과정, 그 의미를 통해 이 세상을 더 재미있는 곳으로 만들고 싶어요.

[황선우] 에디터는 공동으로 일하지만 스스로 크리에이터이자 아티스트이다.

[정문정] 에디터는 전문가와 대중의 중간 지점에서 정보의 양과 질을 조정해 소개하는 번역가이다.

[김뉘연] 에디터쉽은 ‘어떤 일에서든 판단을 내리는 순간마다 적용할 수 있는 기준’ 정도가 되지 않을까 싶어요.

[니시타 젠타] 에디터란 다양한 것을 모아서, 그 안에서 좋은 정보를 골라 정리하고, 알기 쉽게 전달하는 직업입니다.


언젠가 책을 편집하는 친구에게 에디터는 무얼 하는 직업이라고 생각해? 라고 물어본 적이 있다. 그러자 그는 이렇게 대답했다.

“글쎄 깊이 생각해 본 적은 없지만 우리가 하는 일은 대중의 바로미터를 세우는 일인 것 같아. 사람들이 소비해도 좋을만한 콘텐츠를 만들거나 또는 소비했으면 하는 문화를 만드는 일이지.” 그는 항상 대중적인 문화에 관심이 많았고 인기 쇼프로그램을 챙겨 보는 스타일이다. 아니 오히려 일반인들보다 더 대중의 콘텐츠를 탐닉하는 모습을 보여주었다. 당시 나는 에디터에 대해 자기 생각이 확고해야 하고 대중매체를 탐닉하기보다는 항상 새로운 문화를 찾아다니는 묘한 기인의 모습을 기대해왔었던 것 같다. 하지만 그가 말하는 에디터의 일이 대중의 바로미터라는 얘기를 듣고 보니 적극적으로 대중문화를 리뷰하는 그의 태도가 이해가 되는 것도 같았다. 지금 사람들이 무엇을 원하는지 앞으로 어떤 것에 반응할 것인지 그리고 이들을 만족시키는 콘텐츠는 어떻게 기획되어야 하는지 등 스스로의 삶 속에 일어나는 모든 이벤트에 호기심을 가지고 지켜보는 사람 바로 그들이 에디터들인 것이다.


[조수용] 에디터 = 크리에이터라고 볼 수도 있어요.
전 에디팅이 곧 크리에이티브와 같은 레벨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이에요. 보통 창조한다, create라는 것을 무에서 유를 창조하는 걸로 많이 생각을 하는데 진짜 크리에이티브는 에디팅이라는 행위를 통해 나오거든요. 그렇기 때문에 제 관점에서는 에디터 = 크리에이터라고 볼 수도 있어요.


[제러미 랭미드] 독자에게 좋은 시간을 제공하는 일
제가 몸담고 있는 라이프스타일 저널리즘을 소비하는 사람들이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면 그것만으로도 행복합니다. (...) 제 현장에서는 이야기를 만드는 것뿐 아니라 독자에게 좋은 시간을 제공하는 일 역시 동등하게 중요합니다.


[사사키 노리히코] 편집해가는 과정, 그 의미를 통해 이 세상을 더 재미있는 곳으로 만들고 싶어요.

수직이 아닌 수평, 또는 다른 방향으로 사람과 일, 서비스나 재화를 연결하는 새로운 그림을 그릴 수 있는 사람이 더 많아져야 해요. 경제, 문화, 기술을 어떻게 더하고 빼고 곱하느냐에 따라 미래는 다채로워질 거니까요. 편집해가는 과정, 그 의미를 통해 이 세상을 더 재미있는 곳으로 만들고 싶어요.


[황선우] 에디터는 공동으로 일하지만 스스로 크리에이터이자 아티스트이다.
이들은 좋은 취향을 가진 멋있는 사람들이기도 하고, 매사에 호기심을 갖고서 새로운 흐름을 주시하고 찾아내는 사람들이기도 하지만 무엇보다 아이디어를 내고, 특정 분야의 잘하는 사람들을 찾아내서  모으고, 텍스트와 비주얼과 영상으로 자신의 목소리를 녹여낸 결과물을 만들어내서 전달한다.  

[정문정] 에디터는 전문가와 대중의 중간 지점에서 정보의 양과 질을 조정해 소개하는 번역가이다.

새로운 정보를 공부하거나 경험하고 그것을 다시 편집해 소개하는 일을 하다 보면 개인의 성장과 커리어의 성장이 함께 이루어지는 기쁨을 느낄 수 있다. 

[김뉘연] 에디터십의 정의는 ‘어떤 일에서든 판단을 내리는 순간마다 적용할 수 있는 기준’ 정도가 되지 않을까 싶어요.

어떤 일을 구상하고 진행해서 완성한 뒤 알리는 일까지 적용할 수 있을 테니까 이 정도의 느슨한 정의를 내려봅니다.

[니시타 젠타] 에디터란 다양한 것을 모으고 또 모아서, 그 안에서 좋은 정보를 골라 정리하고, 알기 쉽게 전달하는 직업입니다.

편집이라는 단어를 한자로 쓰면, 모아서 엮는다는 뜻이 됩니다. 그러니 엮기 전에 우선 철저한 컬렉터가 되어야만 하죠. 에디터란 다양한 것을 모르고 또 모아서, 그 안에서 좋은 정보를 골라 정리하고, 알기 쉽게 전달하는 직업입니다. 동시에 사람과 사람을 연결하고, 주어진 기획에 가장 적합한 사람을 찾아내고 팀을 만드는 능력도 필요하고요.


2. 에디터가 가져야 할 자질은 무엇일까?
- [제러미 랭미드] 호기심은 에디터의 필수 자질
- [사사키 노리히코] 대세에 휩쓸리지 않는 확고한 신념
- [조퇴계, 이지현] 분명 그 뒤에 숨어 있는 이유들이 있는데, 그걸 알려주는 거죠.
- [정문정] 세계에 대한 꾸준한 관심으로 타인을 설득하는 최적의 방식을 찾는 것
- [황선우] 결국 어떻게든 일이 되게 만드는 근성
- [니시타 젠타] 에디터는 매력적이어야만 합니다.


다양한 에디터들이 에디터의 자질에 대해서 이야기해 주었지만 가장 와닿는 자질은 정문정 작가와 황선우 작가의 말이다. 결국 에디터는 타인을 설득하는 콘텐츠를 만들게 된다. 돈벌이 어서이기도 하고 또 회사 내에서 부여받은 업무이기도 할 것이다. 내가 보여주고 싶은 것을 보이는 것에 만족하지 않고 타인이 자신의 콘텐츠를 읽어야 할 최고의 명분을 만드는 능력이 있어야 한다. 그러기 위해 에디터는 매력적인 소재를 찾기 위해 세상에 대해 꾸준한 관심과 호기심을 가져야 한다. 여기에 황선우 작가의 말을 조금 더 빌리자면 좋은 콘텐츠란 주로 엉덩이의 힘이 강한 사람에게서 나오는데 글을 읽다 보면 엉덩이의 힘이 강한지 약한지 금세 파악할 수 있다. 매력적인 소재를 찾은 에디터 하면 꾸준한 마감의 근육으로 자신의 콘텐츠의 완성도를 높이는 일 그리고 결국 어떻게든 일이 되게 만들려는 근성이 필요하다.

[제러미 랭미드] 호기심은 에디터의 필수 자질이에요.

에디터의 역할이 미래에 어떻게 될지 짐작하긴 어렵습니다.  반년마다 새로운 것이 쏟아져 나오니 아무도 예측할 수 없어요. 그러므로 모든 것에 열린 마음을 갖는 것이 중요합니다. 호기심은 에디터의 필수 자질이에요. 호기심이 없으면 새로운 걸 발견할 수 없으니까요.

[사사키 노리히코] 에디터십을 갈고닦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혼자서 생각할 수 있는 능력을 키워야 해요.

편집 사고를 하는 데 있어 가장 필요한 자질은 무엇일까요?  독립적 사고와 비판적 사고라고 생각합니다. 에디터십을 갈고닦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혼자서 생각할 수 있는 능력을 키워야 해요. 대세에 휩쓸리지 않는, 자기만의 확고한 신념이 있어야 비로소 다른 사람의 의견도 적절히 받아들일 수 있고, 그 결과 혼자서는 힘든 규모의 결과물도 뽑아낼 수 있습니다. 동시에 언제나 비판적인 시선으로 상식이라 불리는 것들을 바라보고 의심해야 합니다.... 진정한 오리지널을 발견하기 위해서는 타인은 물론 자신의 생각까지 항상 의심해야 합니다.


[조퇴계, 이지현] 분명 그 뒤에 숨어 있는 이유들이 있는데, 그걸 알려주는 거죠.”
“우리가 취재한 내용을 글로 전할 때 ‘오 정말?’ 보다는 ‘헐 진짜?’라는 느낌을 주는 게 더 좋은 것 같아요. ‘오 정말 잘하고 있구나, 정말 노력하고 있구나’가 아니고 ‘저런데도 저걸 하고 있단 말이야? 왜 저걸 하지?’라는 질문을 제시하는 것이 저희 취재 및 편집 방향이에요. 분명 그 뒤에 숨어 있는 이유들이 있는데, 그걸 알려주는 거죠.”

[정문정] 제대로 말 걸고 싶으니까, 에디터는 백 번 듣고 한 번 말한다.
에디터로서 내가 익힌 기술 중에는 세계에 대한 꾸준한 관심을 토대로 타인을 설득하는 최적의 방식과 시기를 찾아내는 일도 있었다. 제대로 말 걸고 싶으니까, 에디터는 백 번 듣고 한 번 말한다. 남의 말은 듣지 않고 자기 말만 하는 사람이 넘치는 세상에서 꿋꿋하게. 내가 하고 싶은 말을 다른 사람들이 듣고 싶어 하는 방식으로 편집하는 과정을 거쳤다.

[니시타 젠타] 이 세상의 수많은 정보를 끌어들이기 위해서라도 에디터는 매력적이어야만 합니다.

에디터는 누구보다 많이 웃고, 떠들고, 화내고, 울고, 먹고, 기뻐하고, 상처 받고, 상처를 주는 사람이어야 합니다. 오스카 와일드는 이렇게 말했어요. “선과 악으로 사람을 구분하는 것은 터무니없다. 사람은 매력적이거나 지루하거나 둘 중 하나다. 이 세상의 수많은 정보를 끌어들이기 위해서라도 에디터는 매력적이어야만 합니다. 싫어하는 것보다 좋아하는 것을 찾아야 합니다. 좋아하는 게 많은 사람에게는 지루할 틈이 없거든요.


3. 앞으로 에디터의 역할은 어떻게 변할 것인가?

[황선우] 앱스토어, 쇼핑몰, 뉴스 서비스처럼 정보를 취사선택, 가공해서 멋지게 제시하려는 시스템에 에디터의 역할이 추가되고 있다.
[정문정] 이제 에디터의 역할은 영업력 있는 마케터와 콘텐츠 크리에이터의 사이 어디쯤에 자리한다.

[사사키 노리히코] 편집자보다 편집자 겸 경영자의 가치가 높아질 것이라고 봅니다.
[니시타 젠타] 편집이라는 작업 자체는 잡지가 아닌 다른 분야에서도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습니다.


이들이 말하는 점을 종합해 보면 전통산업의 에디터는 줄어들고 있지만 무수히 많은 곳에서 새로운 유형의 에디터들이 탄생할 것을 예고하고 있다. 가장 대표적인 에디터의 탄생은 바로 온라인 마켓에의 에디터다. 11번가나 지마켓 등 오픈 마켓에서 활동하는 유통 사업자들의 상품 설명을 보면 너무 지저분하고 산만하여 물건 사는 것을 포기하고 싶을 때가 있다. 그에 비해 마켓컬리에서의 장 보기는 즐거움을 선사한다. 잘 짜여진 상품의 스토리와 멋진 이미지가 담긴 상품 소개서는 생산자의 브랜드를 강화하고 상품을 소비하는 고객의 높은 퀄리티의 라이프 스타일을 상상하게 만든다. 이런 일련의 과정이 브랜드의 신뢰도를 한 것 높여주기 때문에 조금 비싸더라도 구매 버튼을 누르게 하는 힘을 가진다.


마켓컬리 인사이트​라는 책에서 소개되는 아래의 문단을 통해 우리는 두 가지의 사실을 알 수 있다. 첫째 다양한 분야에서의 플랫폼 에디터들이 늘어날 것이다. 이들은 퀄리티를 추구하는 온라인 마켓(마켓컬리, 29cm)에서 무수히 많은 상품들을 스토리텔링 할 것이다. 둘째 에디터는 상품 소개를 최적화시키는 설계자가 될 것이다. 창의적인 카피라이팅보다 ’컬리 스타일’과 같이 그 기업에 어울리는 문법을 만들어 최적화된 상품 소개를 개발하고 상품 소개라는 콘텐츠를 상향 평준화시키는 작업을 요구받을 것이다.

요즘 소비자는 상품의 품질 혹은 가격만큼이나 그것을 누가 만들었고, 어떻게 골랐으며, 왜 판매하는지를 알고 싶어 한다. 즉, 상품의 스펙만큼이나 스토리텔링이 중요하다는 뜻이다. 온라인 채널인 마켓컬리는 고객과 직접 대면할 수 없다는 명확한 한계를 지니고 있다. 그 때문에 서비스 초기부터 스토리텔링에 공을 들였다. 기획 단계부터 상품에 관한 검증을 충분히 했고, 소비자 평가 등 시장조사를 하면서 상품 자체가 아닌 맥락을 이해하려 노력했다. 이는 광고기획사에서 콘셉트를 만들어내는 ‘크리에이티브’ 작업과 유사하다.

  상품위원회를 통과해 매입이 결정된 상품에는 이름과 스토리가 부여된다. 그다음으로는 홈페이지에서 더욱 가치 있어 보이게 하는 비주얼 작업이 기다리고 있다. 이른바 콘텐츠 기획 단계다. 마켓컬리는 네이밍과 스토리텔링, 비주얼 기획 등을 통칭하는 콘텐츠 기획 단계에서도 ‘컬리 스타일’을 추구한다. 즉, 창의력과 임기응변이 중요한 영역이지만 특정 개인에게 퀄리티를 의존하지 않고 누구나 같은 색깔을 낼 수 있도록 운영 프로세스를 설계하는 것이다. <마켓컬리 인사이트>


이처럼 에디터는 앞으로 모든 상품을 콘텐츠화 시키는 작업에 당면할 것이다. 또 스스로 콘텐츠를 영업하고 협업하고 제작하며 콘텐츠를 경영해야 할 것이다. 인쇄 매체의 끝없는 추락으로 사양산업의 대표적인 직업으로 오해를 받았던 에디터의 일은 이제 온라인으로 옮겨와 더욱더 확장된 전문성을 요구받게 되었다. 이들은 수많은 기업들의 디지털 영토를 구축하기 위해 글로 사진으로 영상으로 콘텐츠 전쟁을 이어나갈 것으로 보인다.

 

[황선우] 앱스토어, 쇼핑몰, 뉴스 서비스처럼 정보를 취사선택, 가공해서 멋지게 제시하려는 시스템에 에디터의 역할이 추가되고 있다.

에디터라는 직업을 필요로 하는 곳들의 범주가 달라지고 있는 것은 분명하다. 앱스토어, 쇼핑몰, 뉴스 서비스처럼 정보를 취사선택, 가공해서 멋지게 제시하려는 시스템에 에디터의 역할이 추가되고 있다. 플랫폼의 형태는 달라지지만 에디터의 직무가 사라지지 않을 것이라는 점은 확신할 수 있다.

[정문정] 이제 에디터의 역할은 영업력 있는 마케터와 콘텐츠 크리에이터의 사이 어디쯤에 자리한다.

내가 입사할 때만 해도 에디터라고 하면 ‘상식’, ‘글쓰기’, ‘깊이 있는 취향’, 정도를 테스트했는데 디지털 미디어 에디터들에겐 얼마나 넓고 얕은 취향이 있는지가 중요했다. 그들은 워드가 아닌 PPT로 카드 뉴스를 만들어서 제출했고 개인 미디어로서 팔로워가 얼마나 많은지 설명하며 자신이 대중에 소구 하는 화법에 능통하다는 걸 입증해야 했다. 이제 에디터의 역할은 영업력 있는 마케터와 콘텐츠 크리에이터의 사이 어디쯤에 자리한다.


[사사키 노리히코] 편집자보다 편집자 겸 경영자의 가치가 높아질 것이라고 봅니다.

앞으로의 시대에는 기자보다 편집자의 가치가 높아질 것이고, 더 덧붙이자면 편집자보다 편집자 겸 경영자의 가치가 높아질 것이라고 봅니다. (…)
오늘날에는 동영상, 음성, 사진, 문자, 이벤트 등 무수한 편집 대상이 있습니다. 게다가 각 분야의 경계가 점점 흐릿해져서 다양한 분야를 연결해 의미를 창출할 수 있는 시대입니다. 그래서 편집자는 이 좋은 재료를 활용할 줄 아는 요리사가 되어야 하죠. 칼질 전문, 밥 짓기 전문처럼 장인의 방식이 아니라, 자르고 굽고, 짓고, 담아내는 모든 걸 해낼 요리사의 재능을 가진 사람의 가치가 앞으로 비약적으로 올라갈 겁니다. 3년 반 전에도 이런 생각을 했는데, 지금도 이 생각은 변함없습니다.


[니시타 젠타] 편집이라는 작업 자체는 잡지가 아닌 다른 분야에서도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습니다.

편집이라는 작업 자체는 잡지가 아닌 다른 분야에서도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습니다. 다양한 분야에서 응용이 가능하니 그만큼 편집이란 행위를 주목할 겁니다. 이 세상 모든 것이 편집으로 완성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죠. 그렇게 생각하니 내일 당장 없어져도 되는 직업이라는 생각도 드네요. (웃음) 잡지가 사라진다고 생명에 지장이 있거나 한 것은 아니니까요.



4. 에디터가 되고 싶은 사람들에게 어떠한 조언을 해줄 수 있나요?

[제러미 랭미드] 온라인에서 자신의 창작 공간을 가져야 합니다.

[사사키 노리히코] 첫째, 무조건 독서, 둘째, 많은 사람과 술을 마실 것

[조퇴계, 이지현] 내가 진짜 궁금한 걸 취재하는 거죠.

[김뉘연] 한국어 외 특정 언어를 하나 더 구사할 수 있으면 좋고, 다양한 분야의 책들을 살펴보면 좋습니다.

[니시타 젠타] “에디터는 언제든지 다양한 직업으로 변할 수 있는 직업입니다.”


[제러미 랭미드] 온라인에서 자신의 창작 공간을 가져야 합니다.

에디터나 작가 등을 꿈꾼다면 블로그가 있는 게 보통이죠. 온라인에서 자신의 창작 공간을 가져야 합니다. 초반에 독자 수가 적을 수 있지만 그건 중요하지 않습니다. 자신의 세계를 창조하는 게 중요하죠. 소속이 없더라도 스스로 첫발을 떼는 것이 가장 중요합니다.

[사사키 노리히코] 첫째, 무조건 독서, 둘째, 많은 사람과 술을 마실 것

첫째, 무조건 독서, 둘째, 많은 사람과 술을 마실 것. 술을 마시는 문화가 서서히 사라져 가는 추세이긴 한데, 술만큼 사람과 사람을 이어주는 것도 없다고 생각합니다. 술을 마시면 즐거워지고 자연스럽게 아이디어도 떠오르죠. 잔뜩 읽고, 잔뜩 여행하고, 잔뜩 사랑하고, 사람들과 술을 잔뜩 마시고 잔뜩 떠는 것, 그런 하루하루를 보내다 보면 어느새 매력 넘치는 에디터가 되어 있을 겁니다.... 모두 지나치게 반듯 하달 까요. 에디터라면 누구보다 왕성한 호기심을 가지고 장난기 넘치는 존재로 남아 있기를 바랍니다.


[사사키 노리히코] 에디터는 과감히 비즈니스를 펼쳐야 합니다.
사업 전개와 콘텐츠 제작의 많은 부분이 닮았다는 사실을 피부로 느끼고 있습니다. 에디터야 말로 더 적극적으로 더 과감하게 자신의 비즈니스를 펼칠 필요가 있어요. 다양한 분야를 연결해서 가치를 만드는 편집자의 재능을 잘 발휘한다면 다른 직업에 있는 사람보다 성공할 확률이 높으니까요.


[조퇴계, 이지현] 내가 진짜 궁금한 걸 취재하는 거죠. 

대상 독자를 설정하지 않고 취재를 시작하는 접근 방식도 고려할 만해요. 내가 진짜 궁금한 걸 취재하는 거죠. 남이 궁금해할 것 같은 것 말고요. 궁금한 걸 취재하면 그 과정이 정말 재미있거든요.

[김뉘연] 어떤 언어든 한국어 외 특정 언어를 하나 더 구사할 수 있으면 좋고, 다양한 분야의 책들을 살펴보면 좋습니다.

어떤 언어든 한국어 외 특정 언어를 하나 더 구사할 수 있으면 좋고, 다양한 분야의 책들을 살펴보면 좋습니다. 편집자는  매사를 의심해야 하는 직업입니다. 책에 실리는 글에 오류가 없는지 최대한 따져봐야 하기에, 아무리 꼼꼼해도 지나치지 않아요.  그런데 일이란 매듭지어야 할 때가 결국 오잖아요. 따라서 적절한 순간에 내려놓는 태도를 동시에 갖춰야 하고요.

[니시타 젠타] “에디터는 언제든지 다양한 직업으로 변할 수 있는 직업입니다.”

에디터라는 직업의 최대 강점은 다양한 직업군의 사람을 만나 깊은 이야기를 나눌 수 있다는 것입니다. 그런 의미에서 다른 직업을 꿈꿀 필요가 없고요. “에디터는 언제든지 다양한 직업으로 변할 수 있는 직업입니다.”


이 책에서 8명의 에디터들에게 던지는 중심 질문 네 가지를 같이 정리해 보았다.

나는 꾸준히 글을 쓰고 또 서비스나 사회를 리뷰하며 나의 콘텐츠를 에디팅 하고 있다. 직업으로서 책을 편집하거나 또 매거진의 기사를 다루지는 않지만 개인 채널인 브런치와 유튜브로 창작 활동을 하고 인스타그램이나 페이스북을 통해 활동을 알리는 편이다. 에디터가 되고 싶다고 해서 꼭 직업인으로서의 에디터가 되어야만 할 필요가 없다. 에디터십이 있다면 충분히 스스로가 에디터가 되어 콘텐츠를 생산할 수 있고 또 회사나 모임에서 다루는 콘텐츠를 스스로 에디팅 해볼 수 있을 것이다.


앞으로의 에디터 역할에서 한 마디 덧붙이고 싶은 게 있다면 바로 책임감을 명예로 삶는 직업인이 되었으면 한다. 에디터의 문화는 곧 대중의 문화 즉 우리 모두의 문화로 확산될 가능성이 크다. 여기에 좋지 못한 의도나 잘못된 정보로 얼룩진 콘텐츠는 사람들의 생각을 오염시키기도 하고 또 촉진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사회적으로 책임감을 갖는 소셜 에디터십을 통해 대중에게 끼치는 영향에 대해 항상 고민하고 논의하는 직업인이 되어야 할 것 같다.


매달 하나의 브랜드를 심도 있게 다루는 브랜드 다큐멘터리 매거진 B는 자극적인 기사나 광고를 실지 않으면서 심심치 않게 완판을 이어나가는 프리미엄 매거진이다. 이곳에서 최근 잡스라는 단행본 시리즈를 런칭하며 각 시리즈별로 하나의 직업을 집중 조명하고 있다. 최근 직업의 경계는 흐릿해지고 있고 안정적인 직장은 고리짝 시절 얘기가 되어버렸다. 직장인이 아닌 직업인으로서 우리는 막막한 커리어의 세계를 고민해야 하는데 막상 누군가에게 묻기는 너무 개인적이고 전문가의 컨설팅을 받기에는 접근성이 떨어진다. 그런 의미에서 잡스 시리즈에서 제공하는 직업인들의 심층적인 인터뷰는 우리에게 좋은 가이드를 제공할 것으로 본다. 일과 삶이 일치하는 사람들의 멋진 이야기뿐만 아니라 해당 직업에서 감내해야 할 고뇌도 잘 보여주고 있기 때문이다.

잡스 시리즈가 재밌는 이유는 우리에게 단순히 기능으로서 분류되었던 직업이 그곳에 속한 다양한 사람들의 이야기를 통해 직업이 아닌 하나의 브랜드로 비추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일은 보통 고통이라는 단어로 쉽게 이어지곤 하는데 잡스 시리즈에서의 일은 곧 삶이고 키워나가야 할 자신의 브랜드라는 마음가짐을 갖게 한다. 결국 브랜드 안에는 수많은 직업인들이 존재하는데 그 직업을 향유하는 사람들이 스스로 그 브랜드를 구성하고 또 형성하고 있는 것이다. 어떠한 직업을 가지고 있던 당신은 이미 그 직업의 브랜드다.


브랜드를 사람으로 쪼개서 보는 것 다시 말하자면 우리가 세운 세계를 다른 각도로 재분류하는 일을 해야 할 때가 된 것이죠. (...) 브랜드가 어떤 사람들이 만들어낸 상징적 결과물이라고 한다면 그 브랜드를 만드는 사람은 실체에 가깝고, 우리가 그 사람을 조명하는 것은 본질로 한번 더 들어가는 일이라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브랜드의 이면에 있는 것처럼 보이는 어떤 사람의 일, 직업에 대한 이야기는 또 다른 차원의 브랜드 이야기일 겁니다. - 조수용  <JOBS-EDITOR 에디터 : 좋아하는 것으로부터 좋은 것을 골라내는 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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