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일기55
‘나는 무슨 색일까?’
어떤 잎들은 빛을 받으면
안보이던 본색이 드러나지
그저 시커멓거나 아주 샛노랗거나
그래서 더 아름다워지거나
혹은 안보이던 상처와 흠집
벌레먹은 구멍까지 보이기도 해
아무 말을 안하고
무심한 표정으로 누구를 만나면
내 속에 무엇이 있는지 잘 몰라
사소한 몸짓이나 스쳐간 말투
우연한 감정의 노출 정도로
남들은 각자 아는 것처럼 단정을 해
어느 순간 아주 밝은 빛에 잡혀서
굴곡과 생김과 두께까지 보여주게 되면
더는 숨기지 못하는 내 본색
포장도 꾸밈도 가식도
산산히 들통나고 붉은 심장색이 보이지
애당초 어떤 사람이었는지
진실이라는 빛
순결한 빛
선한 생명의 빛 앞에는 못 감추지
나는 무슨 색이 드러날까?
내 속에는 무슨 색이 만들어졌을까?
단풍처럼 낙엽되기 직전이 되면…
사진일기55 - 나는 무슨 색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