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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Zoe Mar 26. 2024

주어진 음식에 만족하는 삶

채식, 비건으로 살아가며 배운 안분지족 (安分知足)

완전한 채식생활을 한지 벌써 4개월이 지났다. 그 과정에서 단순한 식생활 뿐만이 아니라, 인생 전반에 있어서 내가 가진 것에 만족하는 안분지족의 삶을 배웠다. 


풍족하진 않지만 부족하지 않은 가정에서 자랐던 나는 언제나 음식 귀한 줄 모르는 아이였다. 성인이 되어 돈을 벌게 된 이후에는 더욱이 그랬다. 내가 원하는 음식은 탐욕하고, 내가 원하지 않거나 배가 부르면 아무런 죄책감 없이 음식을 버리고 낭비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음식에 대한 갈망이 언제나 깊었고, 항상 과식과 절제해야 한다는 강박 속에서 살아왔던 것 같다. 그리고 슬프게도 이런 음식에 대한 지나친 갈망과 다이어트에 대한 욕구는 나 뿐만이 아니라 친구들, 특히 한국인 여자 친구들이라면 거의 대부분 가지고 있는 증상 중 하나였다. (단순히 고기와 유제품 소비 때문이 아니라 그릇된 미적 기준과 그에 대한 갈망이 우리의 욕구를 부추겼다고 생각한다.)


채식을 시작하면서, 특히 한국에서는, 음식이 귀해졌다. 유제품이 아닌 대체우유를 카페에서 찾는 것도 그리 쉽지는 않았고, 채식전문 식당이 아니라면 식당에서는 먹을 음식이 거의 없었다. 채식을 시작하기 전에는 우리가 일상적으로 먹는 음식에 얼마나 많은 동물성 식품이 들어가는지 몰랐었다. 친구들과 만날 때면 항상 메뉴부터 확인해야 했고, 만약의 상황에 대비해 항상 내가 먹을 수 있는 음식들을 챙겨 다녔다. 그러면서 내가 먹을 수 있는 내 일용할 양식이 얼마나 귀한 것인지 알게 되었다. 내가 먹을 음식이 없어 배가 고픈 경험을 하면서 내가 먹는 음식이 절대 당연하지 않다는 걸 배웠다.


내가 가진 음식을 소중히 여기고 매 끼니를 감사하게 생각하다보니 내게 주어진 음식에 만족하는 법을 배웠다. 그리고 아이러니하게도, 음식이 언제나 있지 않다는 걸 알게되니 음식에 대한 갈망이 오히려 줄었다. 과식하는 날들에서 벗어나면서 신체적인 이점이 있는 건 물론이고, 무엇보다도 내가 가진 음식에 행복해하고 즐길 수 있게 되었다는 사실에 감사한다. 더 이상 음식에 대한 집착에 사로잡혀 의미없는 시간을 보내지도 않는다. 다른 변화 없이도 내 삶의 질이 전반적으로 올라갔다.


내가 가진 것에 만족하고 즐길 줄 아는 건 단순히 음식에만 국한된 게 아니다. 채식을 하면서 (특히 완전비건으로 라이프스타일을 전환하면서부터) 다른 물건들에 대한 욕심이 크게 줄었다. 채식을 통해 안분지족을 배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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