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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Zoe Mar 28. 2024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 산다는 것

캐나다에 온지 10일차, 적응기.

토론토에 온지 딱 열흘이 지났다. 짧다면 짧은 기간이지만 열흘동안 살면서 겪어본 것중에 가장 큰 감정의 요동을 겪어왔다. 마냥 행복할 거라는 기대와는 달리 크고 작은 문제와 어려움들과 마주하면서, 한국에서의 편안했던 삶과 대조되어 더욱이 힘들었으리라 생각된다.


홍콩에서 한국으로 돌아와 지냈던 약 1년간의 삶은 한 마디로 부족함 없는 삶이었다. 돈 걱정은 할 일이 없었고 (더 저축하고 아끼며 살아갈 수 있었는데 흥청망청 살았던 나의 과거를 후회한다..), 겨울에는 따뜻하고 여름에는 시원한 집에서 일했고, 원한다면 언제든 여행할 수 있을만큼 자유로웠다. 캐나다로 오기로 결심했던 건 내 학업을 위해서였지만, 사랑하는 사람이 없었다면 캐나다에 오기로 결심하지 않았으리라 확신한다. 즉, 이 사람 또한 나를 캐나다로 오게한 큰 이유 중 하나였다는 것.


그럼에도 불구하고, 인천공항에서 한국 땅을 떠나면서부터 너무나도 울적했다. 그동안 단 한 번도 싸우지 않을 정도로 감정적으로 성숙하고 이해심 깊은 남자친구도 이런 내 감정을 이해하지 못했다. 한창 좋을 시기에 우울해하니 오히려 당황스러워했다. 그렇게 우리는 처음으로 말다툼까지 했다. 나 조차도 내가 왜 이렇게 슬프고 우울한지 스스로 알지 못하니 그는 더욱이 이해가 되지 않았을 거다. (이 글을 보고 있다면, 여행까지 가서 슬퍼해서 미안해..ㅠㅠ)


감정을 추스리고 생각해보니 내 마음이 혼란스러웠던 이유는 두 가지였다. 하나는 풍족했던 한국에서의 삶을 저버리고 외딴 곳으로 와서 비자도 직업도 없는 (비자는 해결됐다..) 이방인이 되었다는 서글픔, 그리고 또 다른 하나는 남자친구 집에서 함께 살면서 스스로 얹혀산다고 생각해 마음이 편치 않았던 것. 그리고 그래서인지 농담도 농담으로 받아들이지 못하고 눈치를 보며 혼자 힘들어했다. 꼬박 하루를 운전해서 갔던 퀘백에서도 꽁해있던 나는 결국 싸움을 만들어냈고, 다행히 대화를 하면서 오해를 잘 풀었다.


학업을 포함해서 나는 캐나다에서 몇 가지 이루고 싶은 목표를 가지고 이 낯선 땅에 왔다. 그리고 그 목표와는 별개로, 연애 또한 내 캐나다에서의 삶에 있어 큰 비중을 차지할 거다. 학업도, 연애도 자신감이 있지만, 내가 원하는 목표점에 다다를 수 있을지는 그 끝에 다다르기 전까지는 알 수 없다. 돌이켜보면 인생에 있어서 실패했다고 생각했던 순간이나 어려움에 부딪혀 좌절했던 순간에도 나는 항상 또 다른 길을 찾고 있었고, 그렇게 지금의 내가 되었다. 지구 반대편 낯선 땅에서 외간 남자와 함께 사는 이 과정은 이 사람을 사랑하는 과정을 배우는 일이기도 하지만 내 스스로를 알아가고, 사랑하고, 또 지켜내는 방법을 배우는 일이기도 한 것 같다. 오늘도 나는 내가 알지 못했던 또 다른 내 모습을 배워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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