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르고 먹으면 비건인지 모를 맛!
비건을 시작하면서 즐거운 점 중 하나는 내가 그동안 다녀보지 않았던 맛집들을 찾아 다니는 일이다. 비건이 되기 전, 나는 꽤나 오랫동안 음식 자체를 즐기는 게 뭔지 잊고 살았었다. 어떤 음식을 먹어도 그냥 그랬고, 내가 음식을 먹는 건 그냥 배가 고프기 때문이었다. 직업특성상 여러 나라를 여행할 기회가 많았고, 유명한 레스토랑에 가볼 일이 많았지만 언제나 시큰둥했다. 그러다가 비건을 시작하게 되면서 내가 먹는 음식들에 대해 귀하게 여기게 되었고, 음식을 먹는 일을 몇 배는 더 즐기게 되었다! 아직 한국에는 비건 음식점이 많이 없지만, 아직 잘 알려지지 않은 숨은 비건 맞집들을 소개하고자 한다. (논-비건을 데리고 가면 비건 음식점인지 모를 거라고 100% 장담한다!)
프렌치 캐내디언 레스토랑이라고 해서 가보기 전부터 개인적으로 너무 기대가 많았던 곳이다. 캐나다인 남자친구가 한국에 왔을 때 푸틴을 먹으러 가려고 했던 곳이다. 음식 가격과 양은 무난하고, 음식도 대체로 맛있다(아주 솔직하게, 칸디악 피자는 너무 새콤하다..비추한다..). 뇨끼, 캔디악 피자, 그리고 푸틴을 시켰는데, 뇨끼가 가장 맛있었다. 다음에는 레가토니가 먹어보고 싶다.
공간도 너무 귀엽고, 캐나다인 사장님도 너무 귀엽고, 무엇보다 잘 알려지지 않은 공간이라 유니크해서 더 좋았다. 그리고 사장님이 야생 동물들을 촬영하는 사진작가이기도 해서, 동물을 정말 사랑하는 분이라는 생각이 든다. 아기자기한 공간과 따뜻한 분위기가 좋아 연인들에게 추천하는 공간이다.
▶가격대: 메인메뉴 13,000~16,000원대 / 비건와인 6,500원
▶추천메뉴: 뇨끼 (캔디악 피자 비추..ㅜㅜ)
▶금/토/일에만 문을 여는 곳이니 날짜 선정에 주의가 필요하고, 예약은 받지 않는다.
완전 비건 레스토랑은 아니지만 다양한비건 메뉴와 비건 옵션이 있어 찾았던 곳이다 (고기가 있는 메뉴는 없지만 치즈가 들어가서 그런 것 같다). 처음에 연남점을 방문하고 남자친구가 분위기와 음악에 반했었는데, 음식을 먹어보고 더 반했었다. 그래서 친구와 함께 성수점을 방문했는데, 연남점과는 다른 디자인과 친절한 직원분들에게 또 한 번 반하고 돌아왔다. 음식 양이 (특히 파스타가) 매우 적은 편인데, 그래도 갈 때마다 친절한 직원들이 서비스를 주신다. 저녁 늦은 시간에 사장님도 매장에 계셔서 남다른 애정을 느낄 수 있었던 곳!
처음에 갔을 때는 마들렌을, 두 번째 갔을 때는 초콜렛을 서비스로 받았는데 확인해보니 정식 메뉴판에는 없다. 둘 다 너무 너무 너무 맛있었다! 페퍼로니 피자는 내가 비건이 되기 전에 전 세계를 여행하며 먹어본 피자 중에서도 손에 꼽을 만큼 맛이 있는데, 페퍼로니를 직접 만든다고 한다. 비건 메뉴는 메뉴판에 v로 표시되어 있는데 피자는 비건이 아니다. 나와 같이 완전 채식을 하는 사람이라면 완전 비건으로 요청할 수 있다.
▶가격대: 메인메뉴 19,000~22,000원 / 음료 4,000~9,000원
▶추천메뉴: 페퍼로니 피자, 맥앤치즈, 가지버섯 샐러드
▶연남점과 성수점 두 곳이 있으며, 두 지점 모두 넓직한 편이고 분위기가 좋다!
음식점이라고 소개하기는 조금 어렵지만, 그래도 꼭 소개하고 싶었던 내가 좋아하는 공간 중 하나 - 제로웨이스트 컨셉의 카페 & 스토어이다. 카페공간, 공연공간, 비건 및 제로웨이스트 관련 제품 판매 공간, 그리고 리필스테이션이 모두 한 공간에 있다. 비건 (완전 채식 + 소비에 있어 동물성 원료를 사용한 제품 지양) 을 시작하면서 항상 내가 쓰는 샴푸와 비누, 그리고 식료품을 미리 구비해두는 습관이 생겼는데 식료품에서부터 화장품까지 리필스테이션의 구성이 다양해 비건이 아니더라도 꼭 방문해보면 좋을 것 같다.
매주 첫 째주 일요일에만 팬케이크 데이를 여는데, 남자친구가 방문했을 때 운이 좋아 먹어볼 수 있었다. 만 원 초반대의 가격이었는데 양이 정말 많아서 나는 반 정도 밖에 못 먹었다. 이 곳에서 판매되는 디저트 역시 100% 비건이다! 그리고 현재는 매장에서 땅콩을 원하는 만큼 요청하면 즉석에서 땅콩버터를 짜주는데, 맛도 좋고 가격도 저렴하다. 첨가물이 없기 때문에 건강에도 더 좋으니 강력추천!
▶가격대: 음료 4,500~5,500원
▶추천메뉴: 말차 팬케이크
▶인스타그램의 링크에서 리필스테이션에 대한 자세한 정보를 확인할 수 있다.
너무 유명해서 원래는 넣지 않으려고 했던 곳이다. 이태원 몽크스부처는 지금 소개하는 다른 곳들에 비해 가격대가 높은 편이다. 이태원 매장은 리뉴얼을 하면서 오픈바 스타일로 바뀌어서 요리하는 걸 직접 눈으로 볼 수 있고, 분위기도 좋다. 예전에는 루프탑도 있다고 들었는데 리뉴얼 이후에는 아직 루프탑은 공사가 끝나지 않아 오픈하지 않았다고 한다.
셰프님도 친절하고, 분위기도 좋아서 특별한 날에 가보기 정말 좋은 곳이다. 비건으로 파인다이닝을 즐길만한 곳이 서울에는 많지 않은데 그 중 하나인 것 같다. 너무 명성이 자자해 기대를 많이 했었는데 음식 자체는 아주 특별하진 않고, 분위기가 정말 좋다. 남자친구는 전 세계에서 자신의 최애 레스토랑이라고 했지만..내가 시켰던 감자퐁듀는 정말 맛있었다. 방문하기 최소 2~3일 전에 예약을 꼭 해야 한다.
▶가격대: 18,000~22,000원 (1인 1음료 주문 필수)
▶버섯 부르기뇽과 감자퐁듀
▶분위기 짱, 연인들이 특별한 날에 가기 좋은 곳.