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스뗄라 Jun 13. 2020

#25 왜 이래 나도 먹고 살만 해

#25 어느 날 한 장의 사진

결국 퇴사한 무용과 출신 마케터, 이제는 자치구에서 문화예술교육을 담당하는 막내 사원, 그리고 내 마음대로 끄적이는 문화예술과 무용.


"감 살 돈이 없어 그림을 못그리겠다면..."


아마 5월이었던 것 같다.

여느 날과 다름없이 출근 길에 끄적끄적 SNS을 하고 있던 그 때, 대박난 공익 광고라고 제목이 달린 한 장의 사진을 보았다. 그리고 그 순간 나는 표정이 굳어졌다.



진하고 굵은 글씨, 그리고 점점 옅어지고 작아지는..

문장이 끝을 향해 갈수록 점점 물감이 부족하다는 것을 뚜렷하게 보여준다.


이  짧고도 간결한 문장을 보고 어떤 생각이 드는가.

좋은가. 나쁜가. 물론 정답은 없다.

다만 주관적인 나의 판단으론, 개운치 않다는 것이다.


화가 = 돈 없는 사람


이 문장은 왠지 대중에게 예술을 업으로 삼아 사는 사람들은 금전적으로 여유가 없다고 더욱 생각하게 만드는 것 같다.

그리고 한국예술인복지재단은 그런 그들을 "...는" 기관으로 밖에 느껴지지 않는다.

즉, 예술가를 한순간에 일방적인 수혜자로 만들어 버린다는 것이다. (물론 어떤 예술가는 혜화역을 지나가며 갑자기 희망을 보았을 수도 있다.)


나는 이렇게 생각한다.

예술가와 한국예술인복지재단은 상생관계라고.

우리나라에 예술가가 존재하기에 한국예술인복지재단이 존재하고, 예술가 역시 재단이 있기에 조금 더 안정적인 환경에서 살아갈 수 있는 것이다. 이들은 서로의 존재 당위성을 증명해주는 것이다.

때문에 위와 같은 카피 문구는 부적절하다고 판단된다. 조금 더 기관의 존재 의미나 취지에 걸맞는 문장이었으면 좋았을 듯 싶다.


예술인복지법대로 예술인의 직업적 지위와 권리를 보장하는 문장. 내가 본 저 문장은 오히려 반대로 무너뜨리는 것 같았다.


그렇지만 점차 옅어지는 글씨를 통해 물감이 없다는 것을 한 번에 체감할 수 있게 한 점에서는 나름의 획기적이었다고 생각이 된다. 그럼에도 난 그 문장이 참 맘으로 안든다.


광고계에서 저명한 디렉터가 기획했다는 것도 알고, 그 분의 작품에 혹평을 하고 싶은 맘과 의도는 하나도 없다. 단지 난 문장이 조금 더 거칠지 않았으면.. 더 고려해봤으면 하는 바램뿐이다.


대박 공익 광고, 나는 글쎄...?

내가 말로만 듣던 프로불편러인가.


- 2020년 첫 글, 어느 6월에

* 필자의 개인적 의견입니다.


■이미지 출처: 한국예술인복지재단(http://news.kawf.kr/?searchVol=8&subPage=02&searchCate=03&idx=122)

작가의 이전글 #24 문화예술행정의 넋두리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