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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스뗄라 Jun 27. 2020

#27 문화예술교육 담당자의 현타

#27 행정가 마인드가 뭐 어때서?

결국 퇴사한 무용과 출신 마케터, 이제는 자치구에서 문화예술교육을 담당하는 막내 사원, 그리고 내 마음대로 끄적이는 문화예술과 무용


바로 어제, 6월 26일 퇴근 직전에 일어난 일이다.

지난 #26 글에서 썼다시피 현재 코로나19로 인해 예정대로 사업이 운영되고 있지 못하다.

그 중 토요어린이문화예술교육사업이 포함되어 있다.

본래 5월 중에 예정되어 있던 이 사업은, 개학이 늦춰지고 또 코로나19 수도권 확산으로 인해 지금 6월말까지 멈춰있다. 실상 멈춰있다는 것은 사업을 운영할 준비를 하지 않고 있다는 것은 아니다.

새롭게 일정을 조정하고, 강사님들과 타진하고, 또 홍보물도 만들고 있는 중이긴 하다.


다만, 어제 나와 팀장님 대화의 주요점은 "온라인"이었다.

현재 내가 근무하고 있는 기관에서는 약 4-5개 사업을 온라인으로 전환하여 운영 중이다.

심지어 축제도 온라인으로 하겠다고 하는 중이다. (휴...)


어찌되었던 앞서 말한 토요어린이문화예술교육사업(짧게 줄여서 토요문화학교라 칭하겠다.)을 온라인으로 진행하자는 의견이 나온 상태이다.


결론적으로 이야기하면, 담당자인 나는 NO이다.


몇 가지 이유가 있지만, 차분히 이야기해보고자 한다. (지금 감정은 절대 차분하지 않다.)


첫 번째로는 참여자 확보이다.

온라인으로 전환하여 진행하였을 때, 안그래도 현재 온라인 피로도가 높은 아이들과 학부모들에게 더 가중을 주는 것밖에 안될 것 같다. 그렇기에 참여자를 확보하는 것이 더욱 어려울 수 있다. 사실상 토요일에 문화예술기관에 아이들을 보내는 이유는, 하나는 교육이요, 또 하나는 엄마도 육아에서 잠시 해방하고 싶은 마음이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온라인으로 진행한다하면, 부모들은 또 하나의 일거리(?)가 늘어나기에 굳이 나서서 할 의향이 없다는 것이다. 나름 오프라인에 비해 물리적 시간과 공간이 제약이 없다 하더라도.  (오프라인으로 진행해도 이 부분은 똑같이 적용된다. 아이들의 건강이 위협받는 상황이라고 판단한 부모들은 불특정 다수의 어린이가 모이는 곳에 보내지 않을 것이기에-)


위와 같이 근거를 제시하였을 때, 나에게는 새로운 답변이 돌아왔다.


"작년에 참여한 아이들을 대상으로 하면 되지!"


자, 이렇게 자연스럽게 두 번째 이유를 들게 된다.

두 번째 이유를 듣기 전에 작년의 상황을 우선 알아야 한다. 작년 참여자는 총 6명이다.

그 중 한 가정의 아이가 3명이다. 이것 역시 문제가 된다. 한 사업의 수혜자가 고작 6명이라니..!!

내가 아마 중도 입사 하지 않았더라면, 작년 상황을 더 힘들어 했을 것 같다. (Anyway!)

그런데 몇 달 전, 작년 참여자 어머님들께 안부인사 겸 사업 안내겸 겸사 겸사 전화를 한 적이 있다.

보통 반응체크 같은 것이다. 그런데 반응상 총 3명의 아이만 참여할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2명은 미지수, 1명은 안할 것 같다는 확신.. 그리고 나머지 3명.

이 3명이 위에서 말한 한 가정의 아이들이다.


다시 본론으로 돌아와서, 작년에 참여한 아이들을 대상으로 하면 된다는 말의 내 반대 이유는

수지타산이 맞지 않다는 것이다.

이 말은 곧 정부의 예산이 투입되는 양에 비해 수혜자(결과)가 너무 턱없이 적다는 것이다.

어느 정도 비등하게 맞아 떨어져야 정책이 실행되는 것이다. 

2019년의 6명도, 2020년의 3명도 절대 우리의 예산으로 나와서는 안되는 수혜자이다.

물론 문화예술을 정량적으로 평가하는 것은 위험하지만, 어쩔 수 없는 것이다.

우리는 국민의 세금으로 운영하고 있고, 이것은 보다 효율적으로 사용해야 함은 틀림없기 때문이다. 한 아이를 위해서 몇 백에서 몇 천만원을 쏟는 것은 복지가 아니다. 그것은 정말 예술을 업으로 살아갈 아이들을 위한 투자 정도 되야 한다고 본다.

(매번 실인원 말고, 연인원으로 결과보고서를 내고 그러니까 실질적 수혜자 인원에 대한 감각이 없는 게 분명하다.)


이어 말하자면, 경험율에서도 문제가 있다고 본다.

개인적으로 나는 경험율이 중요하다고 본다. 많은 사람들이 한 번이라도 문화를, 예술을 접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이다. 따라서 기존 참여자를 두고 또 같은 사업을 한다는 것은 실질적 의미가 없으며, 중복 수혜와 같다는 것이다. 그들이 또 한번에 수혜를 받기에 다른 사람들은 수혜를 못받는다는 개념이다. 물론 사업에 있어서 연속성을 가지겠다만, 그 결과가 의미를 도출할 수 없다면 이미 실패한 것이다.


또 하나는 사업의 취지와 목적에 부합하는 방식이 아니다 라는 것이다.

본 사업은 지역문화자원을 활용하여 문화예술교육과 결합하는 것이고, 이를 통해 자라나는 아이들이 내가 발딛고 사는 지역에 대한 이해를 높이면서 그들의 창의성을 높이는 것이다.

그런데 온라인으로 진행하면, 지역문화는 온데간데 없이 연출가인 음악 강사가 구성과 음악작업을 다한 후, 아이들에게 노래를 부르라는 것 밖에 되지 않는다. 역시나 그 과정에서 아이들의 의견을 수렴하고, 소스로 활용할 수 있으나 아이들의 창작활동을 실질적으로 거의 없다고 보면 된다.

(또한 이번에는 '내가 겪은 코로나19' 는 주제의 곡을 만들어보자고 하셨는데, 나는 이것 역시 불만이다. 백상예술대상처럼~ 화면에 아이들의 모습이 나오고 노래하면~ 휴.. 기록적 의미로 본다면좋은 취지이긴 하겠다만, 아이들에게 조금 행복한 주제를 던져줬음 하는 바램이 있다. 그래서 나는 올 해는 아이들이 지역의 설화에 나오는 장소를 탐방해보고, 직접 눈으로 보면서 배운 그 느낌으로 곡을 창작보았음하는 바램이 있었다. 지금은 불가능하지만. 아니면 지역 민요의 배경이 되는 곳에 대한 학습을 하고, 다시 편곡해보는 것도. 처음에는 어느 정도 반영이 되었지만, 결론적으로 된 것은 없어서 현재 너무 우울하다...)


그야말로 맹목적인 결과만을 위한 사업이라고 보면 된다. 

우리는 이 사업을 했어. 그래서 이런 노래도 만들었고, 음반도 냈어. 어때? 멋있지?

이게 무슨 의미가 있는가. 나는 아직 이해가 안된다.


또, 예술가 지원을 위해서라도 사업을 운영해야겠다는 식으로 이야기할 때도 있다.

(제 글을 쭉 읽어보신 분들이라면 아시겠지만) 나는 예술가의 복지에 상당히 관심을 가지고 있다.

그럼에도 이건 아니라고 생각된다.

본 사업을 담당하는 1명의 예술가의 안정적 생계를 위해, 3명의 참여자로, 예산을 투입한다?

과연, 그 예산의 몇 %가 예술가에게 갈까? 계산은 하고 저런 논리를 펼치시는 건지 난 당최 이해가 안된다.

억지라는 것이다. 이렇게 이야기 한다면, 이건 문화예술교육도, 예술가 지원도 아닌 것이다.

그럴라면 예산을 예술가 지원으로 변경하여 운영하던가. 


이것도 아니고, 저것도 아닌 것으로 결과에 급급하여 하는 사업을 옳지 않다.

그런 사업의 결과는 정책의 목적에 부합하지도 않는 것이며, 그 많은 예산을 저 깊은 바다에 털어버리는 것에 불과하다.


1명의 행정가와 1명의 예술가, 1명의 보조예술강사가 3명의 참여자를 위해?

문화예술교육에 대해서 공부할 때, 1명의 예술가에게는 5-10명 정도가 붙는 것이라고 알고 있다.

그 최소 기준도 못맞출 사업을 억지로 하려고 하다니.


나의 이런 의견에 팀장님을 말씀하셨다.


"너무 관적인, 너무 행정가 마인드다."


맞는 말이다. 하지만 나는 행정을 하는 사람이다.

어쩔 수 없이 생각해야 하는 부분이다.


사실 어제 저 말을 듣고 '내 사업 운영 방식이, 아니면 나의 사고가 잘못 된 것일까?' 라는 생각을 계속 했다.

그럼에도 나는 아닌 건 아니다.


모든 사업을 무조건적으로 온라인으로 전환해서 하는 것은 능사가 아니다.

조금 더 체계적이고 지속할 수 있는 방안을 찾아야 하는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어느 정도의 시간이 필요하고, 조사하고, 공부해야 한다.

하지만 그 누구도 나에게, 우리에게 시간을 주지 않을 뿐이다.


코로나를 계기로 문화예술 분야 외에도 공부를 해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고, 계획도 짰다.

나는 아직 병아리이다.

이번에도 병아리라, 위에서 하면 하라는 대로 순응할 수 없겠지만, 내년에는 아님 내후년에는 장닭이 될 것이다.


- 2020년 6월 마지막 주 토요일

* 필자의 개인적 의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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