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스뗄라 Sep 05. 2020

#29 온라인 완전 정복(feat. 실무진)

#29 앞으로 우린 이렇게 살아야겠죠?

결국 퇴사한 무용과 출신 마케터, 이제는 자치구에서 문화예술교육을 담당하는 막내 사원, 그리고 내 마음대로 끄적이는 문화예술과 무용


정말 오랜만에 글을 쓰게 되는 것 같다. 아무래도 이제야 조금 숨통이 틔어서이겠지?

(그 덕분에 내 브런치는 톤앤매너가 없다.)

어쨌든, 오늘 이 글을 쓰는 이유는 내가 "기억"하기 위함이다.


2020년 상반기 결산.

참 많은 일이 있었다. 그리고 지금도 진행중이다. 코로나 2차 확산.

끝날 만 하면, 터지고, 또 터지고... 이제는 하늘에서 바이러스를 뿌리는 것 같다.

이번 상반기는 '온라인'과 함께 했다.


우선, 매주 수요일과 목요일에는 지역학 강좌를 온라인으로 진행했다.

처음 하는 것이라 버벅이고, ‘OBS가 뭐야?’ 이랬었는데.. 이제는 얼추 나도 시스템을 안다.

아니지, 많이 안다.

네이버 밴드와 OBS. 살면서 써볼 일이 있을까 했던 것들을 장장 2-3개월을 연구하고, 사용하게 되었다.

나는 특히나, 신도시가 아닌 원도심에서 문화예술행정을 하고 있기에 온라인으로서의 전환이 더욱 쉽지만은 않았다. 일일 그 분들께 설명하고, 자료집을 만들어 배포하는 일까지 했어야 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이번 주에 마무리된 구청장님과 함께하는 온라인 집담회는 나 스스로 뿌듯하게, 대견스럽게, 한 번 더 성장했다는 느낌을 주었다.


준비하는 동안, 힘이 조금 들었다. 물론, 나의 팀장님께서 전체 머리는 잡고 갔지만, 내가 일일이 전화해 줌 프로그램에 대해 설명드리고, 테스트까지 하느라.. 나는 감정노동 아닌 노동에 시달렸다.

'아.. 정말 이렇게까지 해야하나?' 싶을 정도로. 우스갯소리로 나는 '00콜센터', '00시설관리공단'입니다 라는 말을 많이 했다. 진심 반 농담 반이었지만, 그 정도로 시스템에 대해 공부하고, 전파하는 일에 힘썼다.


그런데 막상 행사가 끝나고 나니, 그 모든 힘듦은 나에게 자산으로 돌아왔다.


나와 일대일 테스트를 한 주민분들은 내게 연락을 주어, 덕분에 잘 참여할 수 있었다며, 고맙다며, 수고했다며 응원의 말들을 해주었다. 요즘 같은 세상에..맘을 따스하게 만들어주는 짧지만 강한 문장들이었다.


그리고 나 스스로도 대견스러웠다. 변화하는 시대에 발 맞춰 가고 있다는 것이.

자리에 그대로 머무르고 싶기도 했고, 후퇴하고 싶기도 했다. 이렇게까지 해야하나 싶은 생각이 많이 들 정도로 말이다. 하지만 결국 해내고 나니, 나는 그간 많이 성장했다. (물론, 지금도 어렵다.)


나를 스스로 발전시킨다는 것은 대단히 어려운 일이다. 자의던, 타의던 발전했으니 다행이다.

이번 일을 계기로 나는 문화예술, 그리고 이를 뒷받침하는 행정에 있어서, 항상 앞으로 나아갈 방향에 대해 고민하고, 노력해야겠다고 생각했다. 앞으로도 시련은 계속 닥쳐올 것이다. 그 때마다 도망가고 주저앉는 것이 아니라 앞으로 영차영차 나가는 힘을 길러야겠다는 것이다. 나같이 보수적이고, 고리타분한 사람도 했으니, 모든 사람들이 할 수 있지 않을까? 라는 생각을 해본다.


그리고 오늘은 토요일이다.

토요일이면 아이들과 함께 줌에서 만나 노래를 창작한다.

처음에는 온라인으로 하는 것도 걱정, 인원이 안모일까 걱정했지만.. 아이들도 문화예술을 그리워했나보다.

나름대로 아이들은 많이 모였고, 열심히 참여해주고 있다.

해당 사업의 담당자로, 매주 토요일이 오들오들 거릴 정도로 두렵다. 참, 신기하게도 시스템은 행사든, 교육이든, 그 날 현장에서 모든 사건이 터진다. (아! 구청장님 행사때도 그랬다!) 그래서 긴장의 끈을 놓기가 참 힘들다.

이쯤되면 내가 IT전문가가 되어야 하는 것이 아닌가 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하지만 나의 노력으로 미래를 이끌어 나갈 아이들의 감수성과 창의성을 자극할 수 있다면, 나는 그것으로 만족한다. 실제로 온라인 수업이지만, 아이들이 변화된 모습을 볼 수 있다. 처음에는 쑥스러워서 입 한 번 못뗀 아이들이 적극적으로 노래를 흥얼거리고, 본인들이 찍을 영상에 대해서 피터지는 아이디어 싸움을 할 때 말이다.


그럴 때 마다 "아, 이 맛에 문화예술교육을 한다." 라는 생각을 참 많이 한다.


이 업이 주는 유일한 마약 같은 장점이라고 보면 된다. 내가 앞으로도 이 마약 같은 장점에 이끌어 이 업을 할진 모르겠지만, 적어도 지금은 그렇다.


코로나19 바이러스로 인해 참 많은 것이 변했고, 멈춰있다.

온라인으로 문화예술교육을 어떻게 할 수 있는 가에 대한 고민은, 점점 더 깊어져 가는 듯하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이번 일을 계기로, 나는 그 누구도 할 수 없는 값진 경험을 했다는 것이며,

앞으로 어느 기관을 가더라도 지금의 경험은 참 좋은 작용을 할 것이다.

누가 온라인 강의, 온라인 포럼, 온라인 교육을 한 번에 처리해봤겠는가.

내 스스로가 너무 장하다! (웃기네..)


그럼에도 실무진으로 아쉬운 것이 있다!!!!


"플랫폼의 부재"


온라인으로 진행하려고 하면, 항상 먼저든 생각은 '어떤 플랫폼으로 운영해야 하는거지?' 이다.

문화예술과 관련된 자체 플랫폼이 없다보니, 항상 이미 만들어진 획일화된 플랫폼을 이용해야 하고, 이로 인해 발생하는 데이터 관리나, 정리는 모두 실무진의 몫이 된다. 그렇기 때문에 장기적으로 보았을 때, 보다 업무를 효율이 하고, 또 참여하는 대상자들 역시 쉽게 접근하기 위해서는 자체적인 플랫폼이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지자체별이든, 범정부 범위에서든 말이다. (시 발표에 의하면, 예산이 책정되어 있던 것 같긴 한데..)


회사 내에서 이런 저런 이야기를 듣고 하면서, 경기도 권역은 참 잘하고 있는 것 같아서 부럽기도 했고, 속상하기도 했다. 언젠가 우리 지역도 그렇게 문화예술 분야의 인프라를 잘 조성하고 엮어내서, 새로운 동력을 만들어 낼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그래서 지금 이 상황을 항상 잊지 않고, 앞으로도 모든 상황에 있어서 포기하지 않았으면 한다.

우리의 문화권을 지키기 위해.

그렇기에 나는 오늘도 공부하고, 연구하고, 습득한다.

완전정복을 위해 가자!


- 2020년 9월 첫 주 토요일에

* 필자의 개인적 의견입니다.



작가의 이전글 #28 공연의 영상화에 대한 이모저모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