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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스뗄라 Sep 10. 2020

#30 업무시간이 종료되었습니다.

#30 행정은 24시간이 아닙니다.

결국 퇴사한 무용과 출신 마케터, 이제는 자치구에서 문화예술교육을 담당하는 막내 사원, 그리고 내 마음대로 끄적이는 문화예술과 무용


“월화수목금 9 to 6”

이상적인 근무 시스템이자 미생들의 워너비 근무 시간이다.


물론 나처럼 문화예술행정을 담당하는 사람들 중에는 ‘화수목금토 8 to 5’ 도 있다.

(코로나 영향도 있고, 뭐 꿈다락 같은 사업도 있고?)


그럼에도 아주 중요한 부분은,

내가 이번 글에서 말하고 싶은 것은,

모두 공평하게 주 2회 쉬는 날이 있고,

하루 8시간만 근무한다는 사실이다.


이것이 지켜지길 바란다는 것 자체가 굉장히 우스운 일이지만, 그럼에도 오늘은 지켜졌으면 해서 글을 쓴다.


내가 취업 준비할 당시, “MD는 뭐든지 다한다의 줄임말이야”라는 이야기를 참 많이 들었다.

이런 말에 비추어 생각해보니 MD분들은 그렇다 치면, “행정 하는 사람들은 닥치는 대로 한다!! 주먹구구식이다!!”라고 이야기할 수 있을 것 같다.


이 말의 50% 의 책임은 실제로 닥쳐서 무엇을 하는 업무 프로세스에 있고, 다른 50%는 함께 작업하는 아티스트 분들께 있다.


나도 예술을 전공한 사람이니, 부디 곡해 듣지 말길 바란다. 우리 모두 행복하자는 뜻에서 하는 것이니.


#1. 저 오늘 쉬는 날이에요..


쉬는 날 아침, 정말 늘어지게 늦잠을 자고 싶은 날이었다. 그런데 이런 내 모습이 싫은 지 내 핸드폰이 계속 울렸다. 몸도 안 좋아서 요 며칠 병가도 쓰고, 병원에 검사받으러 여기저기 끌려 다닐 때여서 정말이지 너무나도 핸드폰 화면을 들여다보기 싫었다.


그럼에도 어렵게 몸을 일으켜 부재중과 카카오톡을 하니, 내 전 담당 사업의 문화예술 파트 선생님(이하: 아티스트 1)였다.


아티스트 1: 여보세요.


나: 네, 여보세요. 무슨 일이세요?


아티스트 1: 아, 오늘 회의 있잖아요. 그거 내가 일찍 와서 전화했어요.


나: 저 오늘 쉬는 날이라.. 그리고 그 회의 담당자가 아니에요..


아티스트 1: 그럼 어떡해요?


나: 네? 아, 그럼 제가 담당자한테 연락해볼게요.


아티스트 1: 네, 알겠어요


뚝.


굳이 내가 담당자에게 전화해줘야 하는 일인건지.

본인 사업 담당자 정도는 아는 게 아닌가?

내가 쉬는 날이라 했으면, 낄끼빠빠였어야 하지 않나?


결국 나는 천장을 멍하니 바라보며, 담당자에게 기어들어가는 목소리로 해당 사안에 대해 말해주었다. 정말이지, 내 방 흰 천장처럼 멍해지는 순간이었다.


그만 하고 싶었다.


#2. 생일날까지 왜 이러세요?


오랜만에 친구들과 모여 내 생일파티를 즐기고 있었다. 그것도 완전한 주말, 일요일에!

그런데 핸드폰이 반짝하더니, 함께 일하는 아티스트2가 긴 장문의 카톡을 보내왔다. 하지만 이 날 만큼은 조금이나마 벗어나고 싶었기에, 애써 외면했다.


한 10여 분이 흘렀나?

팀장님이 내게 카톡이 왔다. 저 카톡이 무엇이냐고.


‘아.. 결국 나는 카톡을 읽어야 하고, 오늘 답변도 해야 하는구나.. 지겹다.’


카톡 메세지에는 행정적 절차를 잘못 이해하셔서 생긴 오해가 담겨 있었다. 나는 부랴부랴 전화해서, 차근차근 정말 A부터 다시 설명했다. 그제서야 이해한 아티스트2.


휴..


그 후, 다시 팀장님께 보고까지 완료했다.


그 순간, 화가 치밀어 올랐다.

‘분명 처음 설명드렸을 땐 아무 말도 안 하시더니,

갑자기 이 주말에??’


내 잘못이겠거니 하면서 넘어갔지만, 알아줬음 했다.

당신이 일요일에 일한다 해서 나도 같이 일하는 게 아니라는 것을.


그런데 아티스트2는 원래 그랬다.

수업 전 날, 뭐가 필요하다 준비해달라.

밤늦은 시간에 뭐가 필요하다 준비해달라.


이제는 나도 하나부터 열까지 맞춰 줄 마음도, 기력도, 의지도, 생각도 없다. 이때서부터인지 점점 단호해져 갔다.


(물론 내 근무시간도 이야기하고, 미리 말해달라고 요청했지만, 반영되는 건 하나도 없었다.)


#3. 새벽 1시 30분은 너무 하지 않아요?


큰 행사 하나를 끝낸 후, 코를 드르렁 드르렁 골면서 곯아떨어진 적이 있다.


징- 징- 징-


‘이 시간에 왜 전화하신 거지?

밤샘 작업 중이시라 그런가? 아 그래도 내일 연락하자.’


요새 같이 작업하는 아티스트3.


그림 작업을 보통 밤에 한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그리고 요새 수정과 보완작업으로 예민한 상황이라 애써 외면하고자 했다.


다음 날 아침, 나는 출근하자마자 전화를 걸었다.


‘고객님의 전화기가 꺼져있어..’


‘엥? 무슨 일이지?

아.. 밤샘으로 지쳤나 보다.’


그리고 몇 시간 후,

아티스트3에게 전화가 왔다.


왜 전화했냐고.


네? 먼저 전화하셨잖아요.


알고 보니, 밤새 작업이 아닌 두둠칫두둠칫한 후

정신도 없는 상태에서 내게 전화를 누른 것이다.


음, 되돌아보면 재밌는 해프닝이지만..

정신도 못 차릴 지경에 전화할 사이는 아닌 것 같은데, 우리.


그나저나 작업은 했나?


No.


와우... 그래....


나의 해프닝은 여기서 끝이 아니지만,

가장 최근에 일어난 것을 중심으로 적어보았다.


나도 예술계에서 아티스트들이 어떻게 작업하는 지 잘 알고 있다. 그 생리와 환경을.


하지만, 본인들이 그렇다 해서 모든 사람이 그렇다고 생각하진 말았으면 한다.


서로 지킬 예의는 지켜가며, 배려할 건 해가며 작업하자.


나의 요새 이런 날카로운 신경질에 대리님이 말하셨다.


“나는 그래서 내 업무 시간 이외에는 카톡도, 전화도 일체 안 보고, 답변도 안 해”


야박하다고 생각할 수 있다.

하지만 나도 살아야 하고, 소위 말하는 워라밸을 지키기 위해 오늘도 다짐한다.


업무시간이 종료되었습니다.


굳이 안 그러셔도 야근 때문에 죽을 것 같습니다.

유연근무제 하면 뭐해, 나는 퇴근하는 시간이 한결같은데. 8시에 출근해도.. 뭐..

대중교통 밀집 때문에 유연근무제 한다면서요, 그런데 밀집될 때 떠나잖아요..?

매일 한 시간씩 무료노동 중이네.


- 야근에 쩌들어 퇴근하는 길에

* 필자의 개인적인 의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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