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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스뗄라 Sep 12. 2020

#31 사업을 위한 사업이 되지 않았으면 해요!

#31 문화누리카드 이벤트?!

결국 퇴사한 무용과 출신 마케터, 이제는 자치구에서 문화예술교육을 담당하는 막내 사원, 그리고 내 마음대로 끄적이는 문화예술과 무용


요새 SNS에서 종종 보이는 이벤트가 있다.

바로 '문화누리카드 소비촉진' 이벤트다.

이것을 보는 순간, 정말 뜨악했다!!


문화누리카드는 기초생활수급자 및 차상위계층이 문화예술, 체육, 여행을 향유하는 데 있어서 소외되지 않도록 지원하는 문화복지 지원사업이다. 즉, 국민의 문화권을 보장하기 위해 시행된 제도로, 다양한 공연장, 전시장 등에서 사용할 수 있다.


그런데 지금은 어떤 상황인가?

코로나19. 심지어 지금은 사회적 거리두기 2.5단계이다.

코로나 사태가 발생하자마자, 가장 먼저 지역에 있는 크고 작은 문화 시설들이 문을 닫았다.

그 이후, 아예 국공립 이용시설이 폐쇄되었으며, 실내체육시설도 울며 겨자 먹기식으로 문을 동여매게 되었다.

이러한 상황에서 문화누리카드를 사용할 사용처가 어디있을까?
문화예술을 향유할 수 없게 조여맨 상황에서, 카드 사용을 위해 즐기긴 하라니?

매우 아이러니한 상황이라고 생각된다.


잠시 다른 이야기로 가면, 문화누리카드 자체의 효용성도 의심된다.

문화예술, 체육을 체험하는 데 있어서 굳이 모텔 같은 곳도 사용처로 만들어야 하는가?

그런데에 있어서 지금 같은 상황에서는 그런 곳들만 사용할 수 있는 게 아닐까?

실제로, 2016년도에는 관광지 인근에 숙박시설이 아닌, 시내 중심에 위치한 모텔과 무인텔의 사용이 많았다고 한다. (당시에는 지역 사용처 목록조차 없어 그럴 수 있기도 하다.)

어쨌든, 내가 이야기하는 골자는 해당 카드(사업)의 목적과 부합하지 않은 사용처가 있고, 국민들은 이러한 곳을 더 많이 이용한다는 것이다.


또 하나.

수도권 지역 외에는 문화생활을 즐기기 위해서는 시내로 나가야 하기에, 장거리를 이동해야 하는 수고로움이 있다. 종종 '배보다 배꼽이 더 크다'라고 말할 정도로, 교통비도 만만치 않다는 것이다. 물론, 일반 사람들도 공연 한 편을 보기 위해 오랜 시간 이동을 하고, 여비를 사용하지만!

이 사업의 대상자들은 대부분 노인이거나, 경제적으로 다소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점에서 생각해볼만한 것도 같다.


하나만 더 말하자면, 방금 말한 이 사업의 대상자들!

대부분이 어르신들이다. 본인들의 문화향유를 위해 사용되는 것보다는 다른 이들을 위해 사용되는 것이 더 많다는 것을 의미하기도 하다.

한 인터뷰에서 한 어르신이 이렇게 말했다.

"손자 책 사는 것도 못한다."

코로나19 상황으로 동네 서점이 열지 않아서 불편하다는 것을 이야기했지만, 나는 순간 이렇게 생각했다.

'아, 정말 이 사업은 필요한 사람들을 위해 있는 게 맞나? 다른 유럽과 같은 국가들을 모방하는 것에 그치는 게 아닌가?'


물론, 아닌 사람들도 있다. 정말로 이 카드가 있어 새로운 예술을 접하고, 향유할 수도 있다.

하지만 아직까지 허점이 많다는 것을 말하고 싶었다.


다시 본론으로 돌아와서, 이러한 문제점을 안고 있는 문화누리카드가, 현 상황에서 사용률이 저조하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소비 촉진을 유도하는 것이 맞는가라는 질문을 하고 싶다.


'전년 대비 10% 하락'


수치만 보았을 때는 성과가 좋지 않은 것으로 볼 수 있다. 하지만 모든 사업 성과 평가에는 내/외부 상황도 고려해야 한다. 사용처도 마땅치 않고, 기존 사용처도 접근성이 떨어지고, 심지어 대상자들은 온라인 사용이 더딘 상황인데..


온라인상에서의 사용을 늘리기 위해 실무자들이 대행을 한다는 것도 사실은 어이가 없다.

일이 또 하나의 일을 만들고, 또 다시 일을 만들어 내는 느낌이다.


내가 누누히 말하지만, 문화와 예술 그리고 복지는 다른 의미이고, 둘이 상호보완작용을 할 수 있지만, 동일 선상에 두고 있는 것은 반대이다.


자, 우리는 어떤 일에 힘을 쏟고, 세금을 사용하고 있는가.

부디 정량적 성과를 위한, 사업을 위한 사업이 되지 않길 바란다.

물론, 문화누리 소비촉진으로 인해 침체된 문화예술, 관광, 체육 분야의 수요가 확대될 수 있다는 생각도 옳다고 본다. 다만, 그렇다면 현 상황이 아니었어야 한다.


지금 당장 영화 한 편을 보러 가기도 힘든 상황에서,

지금 당장 미술관에 갈 수도 없는 상황에서,

이러한 요구를 하고, 결과치를 뽑으려 한다는 것은,

오만이고, 자만이라고 생각된다.


오늘도 한 공연장에서 사회적 거리두기 2.5단계가 끌날지도 모르는 13일 이후에도 무기한 휴관을 연장한다는 알림을 받았다. 이 알림이 오늘 내가 쓴 글과 주장을 뒷받침해주는 하나의 근거가 될거라 생각한다.

한 편으로는 문화누리카드 사업을 운영하는 전국의 모든 담당자들이 얼마나 괴롭고, 고충이 많을까라는 생각도 든다. 참, 미안한 마음도 가지게 되었다.

실제로 이런 글을 쓰는 나 역시도 매우 조심스럽다.


- 주말 근무를 마치는 중에

* 필자의 개인적인 의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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