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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스뗄라 Jan 01. 2021

#33 '나'란 사람의 과도기

#33 2020년과 2021년 사이

결국 퇴사한 무용과 출신 마케터, 이제는 자치구에서 문화예술교육을 담당하는 막내 사원, 그리고 내 마음대로 끄적이는 문화예술과 무용


꼬리에 꼬리를 무는 2020년


내가 잘하는 게 뭘까?

내가 좋아하는 게 뭘까?

이 일을 계속하는 게 맞을까?

진정 내가 하고자 했던 일은 무엇일까?


2020년은 혼돈의 카오스였다.

정신없이 휘몰아치는 일뿐 아니라 개인적으로도 매우 혼란스러웠다.


작은 조직에서 영혼을 갈아가며 만든 성과들.

대외적으로 좋은 평가가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뭔가 나는 석연치 않았다.

그건 아마도 한 공간을 사용하는 '내부'에서의 인정 아닌 인정을 받지 못해서였지 않았을까 싶다.


재미가 없었다. 답답했고, 지쳤고, 싫어졌다.

워낙 이 쪽 분야가 성과라고 볼 수 있는 것들이 딱히 없는 것이기에, 눈에 잡히는 것들이 없었다.

그나마 성과라고 하는 것도 제작된 콘텐츠 정도? 물론, 영혼을 갈아서 만든.. 가내 수공업

(가내수공업.. 한두 번 했더니 이제는 당연한 줄 아는..)


나는 꽤나 '성과'를 중시하는 편이다.

내가 인정받을 때, 살아있음을 느끼고, 만족하고, 더 의욕을 가지고 전진한다.


그런데 내 직장은 아니다.

내가 열심히 하는 것은 당연한 것이고, 구나 시에서 좋은 소리를 들어야 하는 것도 역시 당연한 것이다.

나는 당연하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말은 무조건적으로 때린다고, 소리친다고, 다그친다고 달리는 것이 아니다.

적절히 당근과 채찍이 분배되어야 한다. 그 조화가 결국, 1등 하는 경주마를 만드는 것이다.

세상에 당연한 것은 없다.


그래서인지 한 동안 나는 자존감이 급격하게 떨어졌고, 회사에 출근하기 싫었다.

진지하게 다시 다른 길을 고민했다.


2021년 첫 날인 지금도, 그 고민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답이 없었기 때문이다.


나와 친한 직장동료 1과 2는 내게 그랬다.


직장동료 1: 00씨는 무조건 성과중심주의 회사로 가야 해! 그러면 더 일을 잘할 거야!

직장동료 2: 그런데 너무 슬퍼하지 마. 워낙 일을 잘하잖아. 능력이 있는 사람이라고!


그래. 나는 딱 떨어지는 것을 좋아했고, 좋아한다.

그리고 일을 못한다는 소리를 들어본 적이 없다. (자기 자랑 아니다.)


다만 어려웠던 것은, A는 A가 아니었기 때문이다.

춤을 출 때는 춤만 잘 추면 1등을 했고,

행정을 공부할 땐, 정말 열심히 공부만 하면 A+을 받았다.

이 과정에서 나는 인정받았다 생각하며, 만족했던 것 같다.


그런데 이 곳에서는 100을 투입한다 해서 100이 나오는 것이 아니었다.

단순히 일의 성과가 아니라 함께 하는 사람들과의 격려, 인정이 없다는 것이다.


그게 나의 결핍이었다. 


2020년 마지막 날


2020년 12월 31일

결국 내 마음의 문은 닫히게 되었다. 


늘 항상 나와 부딪히던 한 상사와 어김없이 대립이 있었다.

사실 나는 그 사람이 이간질을 하건, 업무적으로 나에게 태클을 걸던 상관없었다.

그렇지만 함께 일함에 있어, 윗 상사의 마인드가 글러먹은 건 상당히 문제가 있다고 생각한다.

참 수많은 어록이 있지만, 12월 31일이 역대급이었다.


문화예술계의 화두라고 하면 화두인, "예술인 고용보험"에 대한 이야기가 나왔을 때,

그분은 "우리는 월 50 넘지 않게, 48만 원에서 끊어"라고 이야기했다.


참으로 창피한 이야기이다.

그 순간 나는 소리 높여 이야기했다.


"벌써부터 안 해줄 생각부터 한다니, 정말 슬프네요"


안 해주려는 것이 아니다고 하지만, 이미 말은 나와버렸다.

물론 고용보험으로 인해 업무가 늘어날 수 있다.

하지만, 다른 곳은 몰라도 예술가와 함께 일하는, 세금으로 운영되는 이 곳에서는 

이를 당연히 받아들이고 오히려 좋아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우선적으로 적용해 건강한 환경을 조성해야 한다.


그런데 이런 곳에서 그런 말을 하다니.

가뜩이나 예술인 지원과 복지에 관심이 많은 내 앞에서.


예술인이 있기에 기관이 존재하는 것이다.

그들의 생활이 보장되지 않아, 더 이상 예술을 접할 수 없을 땐, 기관도 불필요하다.

그들이 없는 데 어떤 수로 예술을 향유할 수 있게 할 것인가.

결국 본인들 밥그릇도 없어진다는 것을 모른다. 매우 어리석다.


하.. 내가 이런 사람 밑에서 일하다니..

당연하게 고용보험이며 이것저것 보장받으면서, 그것 하나 해주기 싫어하는 태도라니.

심지어 막내 직원 앞에서. 창피하다. 부끄럽다.

본인이 맞는 보장은 당연한 권리인데, 예술가는 아니라는 건가?

이중적인 사람. 평소에는 그렇게 예술인, 예술인 하더니.


2021년 떠날 거다


아직 나는 과도기다.

그런데 분명한 건 2021년엔 이 곳을 떠날 거다.


그렇기 위해 준비가 필요하다.

다시 스펙을 쌓아야 하고, 공부도 더 열심히 해야 한다.


잠시 대학원 갈 계획을 미뤄두고, 조금 더 바른 상사가 있는, 그동안 눈 여겨본 몇 군데로 떠날 거다.

누구나 내게 그럴 것이다. 어딜 가던 똑같다.


똑같지 않을 것이다. 단호하다.

썩을 대로 썩었는데도, 인지하지 못한 사람들이 있는 공간과는 다르다.

변하고 있고, 변한 곳도 많다.


부디 2022년 이 맘 때는 늦은 사춘기와 과도기가 끝나,

예전의 나로 해맑게 웃고 있었으면 좋겠다.


두서없지만 정말 나의 복잡한 심경과 머릿속을 그대로 적어본다.

나만의 공간이니까.


- 2021년 1월 1일을 맞이하며

* 필자의 개인적인 의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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