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4 시행착오를 겪어 볼게요
결국 퇴사한 무용과 출신 마케터, 이제는 자치구에서 문화예술교육을 담당하는 막내 사원,
또또 퇴사한, 그리고 내 마음대로 끄적이는 문화예술과 무용
얼마 전에 과도기라며 글을 쓴 적이 있다.
그리고 현 회사를 떠날거라는 다짐을 하게 되었다고.
그리고 그렇게 나는 지금의 회사와 시원섭섭한 이별을 앞두고 있다.
사실 두려웠다. 고민도 많이 되었다.
안정적인 것, 물질적인 것, 여러모로 어느 면에서 봐도 나는 지금 도박을 하는 것 같았다.
그럼에도 나는 도박에 내 인생을 걸었다.
23살, 지금 생각하면 참 어린나이에 나는 졸업과 동시에 취직을 했다.
고등학교 내 계획대로라면, 조기졸업을 해야했을텐데..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 23살이 되서야 깨달았다.
하지만, 저 나이때도 나는 늘 불안했다. 늦은 것 같았고, 흔히 말하는 루저가 된 것 같았다.
그리고 그렇게 23살의 8월 마지막 날, 약 4개월간의 인턴을 종료하게 되었다.
내 발로 회사를 뛰쳐나온 첫 번째이다.
그 때 알았다.
회사의 비전, 미래가 중요하다는 것을.
그리고 23살의 9월 초, 마케팅 에이전시에 정규직 신입으로 입사한다.
일이 너무나도 재미있었다. 집에 일을 가져 갈 정도.
주말에도 일을 하기 위해 노트북을 들고 룰루랄라 콧노래를 부르며 집 앞 카페로 나가곤 했으니.
그런데, 뭔가 헛헛했다.
내가 잘하고, 재밌어 하니까, 헛헛했다.
그래서 내가 잘 알고, 잘 이해하는 분야에서 일하고 싶었다.
또 깨달았다. 그 무엇보다도 나를.
그렇게 나는 또 두 번째 회사를 뛰쳐 나왔다.
첫 번째 회사도, 두 번째 회사도 나를 붙잡았었다.
하지만 나는 어리니까. 지금 아니면 안돼. 이런 생각으로 무작정 나왔다.
그 후, 지금의 회사를 만났다.
문화예술 쪽에서 일한다는 자부심과 함께 하루하루를 재미있게 보냈다.
내가 잘 아는 분야를 내 능력을 발휘하면서 일한다는 것은 참으로 행복했다.
그런데 나는 내 능력과 원하는 분야, 그리고 회사의 비전은 생각해 보았지만
어떤 일을 하고 싶은 지는 고민해본 적이 없었던 듯하다.
막연하게 문화예술? 그리고 행정?
이렇게 생각했던 것 같다.
그래서 이제는 전 직장이 된 그 회사를 나오려고 했던 것 같다.
나는 교육사업을 하고 싶은 것인가?
시민의 생활예술 사업을 하고 싶은 것인가?
공연사업을 하고 싶은 것인가?
물론, 자기가 하고 싶은 것만 하면서 사는 사람이 얼마나 있겠냐만은
적어도 나는 그런 사람이 되고 싶었다.
그래서 정말 내가 지원해보고 싶은 곳, 사업이 있는 곳들만 찾아 내 마음 속에 선정하여
계약직이던, 연수단원이던, 가리지 않고 지원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몇몇 군데의 면접을 보고 난 뒤,
나는 서울의 한 문화재단에 가게 되었다.
연수단원으로 말이다.
좋은 일인지 안좋은 일인지는 모르겠지만,
불안하면서도 떨리는 이 기분이 마냥 싫지만은 않다.
분명 내 인생에도, 내 커리어에도 도움이 될 테니까.
회사와 마지막 면담을 할 적에, 나에게 물으셨다.
"안정적인 정규직을 버리고, 계약직으로 가려는 이유가 뭐야?"
내 대답과 또 마음은 명확할 순 없지만, 하나는 확고했다.
(하나 말고도 여러 이유가 확고했겠지만)
"정말 내가 원하는 일을 죽기전에 꼭 한 번은 해보고 싶다. 이제는 더 나이 들면 도전이라는 것 자체를 상상도 못할 것 같다."
나는 후회하지 않으려 한다.
30살이라는 나이가 되기 전에, 해볼 것 다 해보고, 누릴 것 다 누려보리라.
이렇게 나는 정규직에서 계약직이 되었다.
앞으로 나는 나의 연수단원의 생활기를 적어보려고 한다.
어쩌면 이 공간에도 나와 같은 꿈을 꾸거나, 고민하는 사람들이 있을 것 같아서.
연수단원이 베일에 쌓인 것이 없지 않아 있고, 진솔하게, 솔직하게, 담백하게 남겨보려고 한다.
(시리즈 글이 하나 더 생긴다는 느낌? 어차피 톤앤매너도 없었지만)
나의 비정규직 앞날도 창창하길 바라며.
오늘도 글을 마친다.
- 2021년 3번 째 회사를 퇴사하며
* 필자의 개인적인 의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