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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스뗄라 Mar 15. 2021

#36 연수단원의 3월 첫 주

#36 남의 집에 놀러간 느낌이랄까?

결국 퇴사한 무용과 출신 마케터, 이제는 자치구에서 문화예술교육을 담당하는 막내 사원,

또또 퇴사한, 그리고 내 마음대로 끄적이는 문화예술과 무용


지금은 2021 문화예술기관 연수단원으로, 하나 하나 느낀 점을 기록하고 있습니다.


첫 날의 설레임

2021년 3월 첫 주.

설레이는 맘으로 지하철에 몸을 실었다.

긴장해서인지 평소보다 일찍 일어나 도착하니, 25분이나 일찍 도착했다.


'여기는 어디인가'

'나는 누구인가'


로비에 덩그러니 앉아 담당자분이 오시기까지 기다렸다.

9시가 되기 5분 전, 드디어 담당자분이 날 찾아왔다.


휴, 드디어 어색함을 그나마 조금 덜 수 있겠어!

응? 아니네?

담당자분과 나, 오직 단둘이 마주보고 앉아 계약서도 검토하고, 이런 저런 회사 이야기를 나눴다.

나는 참 낯을 많이 가리는데-


또 회사의 규모가 있다보니, 왠지 모르게 주눅 아닌 주눅이 들었다.

지하부터 지상 n층까지 건물투어를 하는데.. 이 공간이 이 공간인지 참으로 많이 헷갈렸다.

그리고 이 팀 저 팀 인사하며 돌아다니다보니, 어느 새 꼬르륵 배꼽시계에 맞춰 점심시간이 되었다.


팀원들과 함께 점심을 먹고, 자리까지 정비하고 나니 벌써 퇴근할 시간이 되었다.

도망치듯이 나와버렸다. 아직까지는 남의 집에 놀러간 것 같은 기분이었다.

신세지고 온 느낌? 이 또한 괜찮겠지라며 나 자신을 달랬다.

내일은 더 재밌는 일이 펼쳐질거라면서 말이다.


공부하는 중입니다

아직까지 딱 맡은 업무가 없어, 그 동안 시간이 없다는 핑계로 미루어 놓았던 칼럼, 논문 등을 읽고 있다.

처음에는 (아니, 물론 지금도) 눈치보느라 글을 읽는 건지, 모니터만 바라보고 있는 것인지 했는데

한 3일 정도 지나니, 나도 모르게 진지하게 읽고 있었다.


그렇게 하나 하나 읽어내려가다보니, 새삼 내가 바보였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다.

지금 눈 앞에 보이는 실무에 급급해서 실제로 문화예술계가 어떻게 돌아가고 있는 지 몰랐기 때문이다.

그래서인지 이 시간이 참으로 나에게 필요했고, 중요하고, 소중하다는 것을 느끼게 되었다.

잠시 나에게도 쉴 시간을 주는 것이기도 하고, 견문을 넓힐 수 있는 유일한 시간이기도 하니 말이다.

앞으로 더 소중히 써야 할 것 같은데.. 그럼에도 아이러니하게 일이 하고 싶긴 하다.


일 욕심 많은데

위에서 잠깐 이야기했듯이 아직은 맡아서 하는 업무가 없다.

처음에는 긴장하느라, 적응하느라 괜찮았는데 시간이 흐를수록 일이 하고 싶다는 욕망이 커지고 있다.

나에게 어떤 업무를 맡길지는 모르겠지만, 굉장히 흥미로울 것 같기 때문이다.


그런데 다들 보기에 아직까지 내가 공간이든, 사업이든, 분위기에 적응한 것처럼 보이지 않을 것 같다.

불편해보이겠지. 나 스스로도 그렇게 느끼는 데.


메일 작성, 그리고 전화 받는 것은 자다가도 딱딱 할 수 있을 것 같았다.

음 그만큼 어렵지 않게 잘했다고 생각한다.


그런데 이 무슨 일인가.

메일 하나 보내는 것도 굉장히 조심스럽고, 전화를 받아도 개미 목소리로 소곤소곤 댄다.

이러니 내게 일을 맡겨줄리가.


매일 퇴근 길에 한 숨을 내쉰다.

오늘 나의 바보같은 모습으로 인해.


괜찮아지겠지.


4번째 명함과 깨달음

새로운 직장명이 박힌 명함을 받았다.

오묘한 감정이 들었다. 너무 짧은 시간에 정리하고 이직해서 그런가보다.

이 명함을 받아 한참을 들여다 보고 있는데, 내가 이자리에 있기까지 어찌보면 내가 투덜되었던 그 회사도 한 몫 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잡스러운 업무부터 가내수공업, 행정까지.

안해본 것보다 해본 것이 더 많았기에.

그래서 두렵기는 해도, 못하진 않을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경험치가 있기 때문에.


그래서 해보고 후회하는 게 더 낫다고들 하나보다.


좋아.

나도 이번 기회 해보고 후회하지 뭐.

기왕 하는 거 잘하자. 즐겨보자. 또 어떤 인연이, 또 어떤 기회가 어떻게 생길지 모르니까.

그 어느 날 백지명함이 되더라도.


- 연수단원 일주차를 지나며

* 필자의 개인적인 의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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