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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스뗄라 Apr 03. 2021

#37 인트라넷과 메신저, 그리고 연락

#37 연수단원과 뉴딜, 무슨 소용인가? 네트워킹도 일도 안돼!

결국 퇴사한 무용과 출신 마케터, 이제는 자치구에서 문화예술교육을 담당하는 막내 사원,

또또 퇴사한, 그리고 내 마음대로 끄적이는 문화예술과 무용


지금은 2021 문화예술기관 연수단원으로, 하나 하나 느낀 점을 기록하고 있습니다.


새로운 문화재단에 연수단원으로 입사한 지 어언 한 달이 흘렀다.

한 달간 많이 우울하기도 했으며, 눈치보기도 바빴다.

아무래도 전직장과 현직장의 분위기가 극과 극이라 그런지도 모르겠다.


넓어진 사무실과 내 자리

그런데 내 공간 같지 않다.

분명 누가봐도 내 자리라고 하는데, 아직은 낯설었다.

그리고 하루에도 열 두번씩 롤러코스터를 탔다.


주어진 일이 마땅히 없었기에, 더욱 그랬던 것 같다.

물론 주변도 돌아보고, 인물도 파악하고, 동향을 알아보기에 좋은 시간이었지만

왠지 모르게 소외되고, 위축되어 버렸다.

내 스스로가 동굴을 만들고 들어가버리게 되었다.책


그럼에도 후회하진 않았다.

밤새 고민하고 눈물을 흘릴 지 언정 도망가고 싶진 않았다.


그렇게 하루 하루를 지나가던 때,

전직장에서 연을 맺은 한 주민분의 전화가 왔다.


"선생님, 오늘 제가 조금 늦어요! 한 10분 정도요!"


그 때, 생각했다.

'아, 오늘이 책 발간으로 인해 소소하게 만나는 날이었지?'


"네, 오늘 오시는 거죠? 제가 팀장님께 말씀 드려 놓을게요~"

라고 말하고 통화를 마쳤다.


익숙한 번호를 누르고, 몇 초 지나지 않아

뚜루루루루----


"네, 00000입니다."

"팀장님, 저에요"

"오, 네! 무슨 일이에요?"
"오늘 000님 10분 정도 늦는다고 연락이 왔어요."
"아, 연락이 그 쪽으로 갔군요~ 알겠어요~ 고마워요!"
"네~ 또 연락 드릴게요!"


뭔가 "팀장님, 저에요" 라고 말할 때

헛헛한 마음이 채워지는 것 같았다.


서로 고집도, 욕심도 많아 부딪치는 일도 많았기에

합을 맞추는 데도 시간이 다소 걸렸지만,

그만큼 맞춘 합은 또 나름의 케미를 만들어 냈기에

무언의 감정이 있었던 듯 하다.


사실 고민을 안했다면, 거짓말일 거 같다.

내가 잘못 선택한 것일까?

다시 돌아갈까?


그런데 결론은, 주어진 기회에 최선을 다하는 것이었다.


가끔 다 잊고 수다를 떨고 싶을 때가 있다.

친구들도 좋지만, 유독 생각나는 한 분이 있다.


때론 언니 같고, 때론 상사 같은 분.


정말 생각없이 통화 버튼을 눌렀다.

받지 않으셨다.


그러고 얼마 지나지 않아 전화가 오셨고,

꽤 오랜 시간동안 대화를 이어갔다.


무의미한 이야기도 있고, 재미난 이야기도 있었다.


말은 하지 않았지만, 그 분은 내 상황을 아는 듯 모르는 듯 하였고,

나는 의미가 있는 듯 없는 듯한 위로를 받았다.


그렇게 작은 여유를 찾기 시작했다.


마음의 여유를 가지기 시작하고서부터

그나마 새로운 곳에서의 생활이 정착되고, 안정이 되기 시작했다.

물론, 아직까지 말투, 말 한마디에 움찔하긴 하지만.


그러다, 한 상사분이 나와 면담을 요청하였다.

이런 저런 이야기를 듣고 나니 마음이 한결 나아졌다.

(차마 이 공간에 쓸 순 없지만, 내 다이어리에는 빼곡히-)


그 후, 인트라넷을 열 수 있게 되었다.

사내 메신저도 사용할 수 있게 되었다.

그리고 어제는 내부 문서를 상신하게 되었다.


매번 하던 일인데, 시스템이 다르다보니

하나 하나 들여다보면서 꼼꼼히 살피게 되었다.


이제서야 조금 일을 하는 것 같다.

이제서야 숨통이 틔이는 것 같다.

내가 일을 이렇게 좋아했나 싶다.


알고보니, 다른 연수단원은 인트라넷 접속도 못하는 곳도 있다고 한다.

상주를 안하는 곳도 있고, 일 없이 앉아 다른 공부를 하는 경우도..

이럴거면 이런 뉴딜 일자리나 연수단원을 왜 만드는 지 모르겠다.

실효성이 있는 지 참...


다들 이력서에 한 줄을 더 채우기 위함이고,

다들 기관 경영 평가에 한 줄을 더 채우기 위함이겠지.

이런 것을 win-win 이라고 하는 건가 싶다.


아쉽다! 

뭔가 한 달이 지났지만 아쉬운 점이 하나씩 보인다.

뭐랄까 네트워킹이 안되는 것 같달까?


문화예술기관 연수단원들의 네트워킹이 되면 좋을 것 같다.

사실 인터넷에 검색을 해보아도, 후기 같은 것도 찾아 보기 힘들다.


이 쪽 계통은 있으면 있을 수록, 네트워킹이 반인 것 같다.

그렇기에 이런 지원사업을 운영할 때, 한 번 더 신경쓰면 좋지 않을까 싶다.


나 역시 일하면서 만난 사람들과의 관계를 끊지 않으려 하다보니,

종종 이 곳 저 곳에 소식을 듣곤 한다. 굉장히 중요한 자원이다.


그렇기에 이런 사업을 하면서 네트워킹을 더욱 넓힌다면,

너무 좋을 것만 같다.


여차하면 내가 찾아서 모아볼까도 하는데,

코로나로 인해 집합금지이니 이것도 쉬운 것 같진 않다.


온라인으로 한 번 모을 수 있을려나!


- 연수단원 한달 차

* 필자의 개인적인 의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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