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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스뗄라 Sep 08. 2021

#38 문화재단도 별 거 없더라

#38 학교 다닐 때가 좋다는 것이 새삼

결국 퇴사한 무용과 출신 마케터, 이제는 자치구에서 문화예술교육을 담당하는 막내 사원,

또또 퇴사한, 그리고 내 마음대로 끄적이는 문화예술과 무용


연수단원 6개월 차, 알면 알수록 어렵다.


어느 덧 시간이 흘러 9월이 되었다.

3월에 정말 엊그제 같은데, 지금은 가을비가 촉촉하게 내리는 9월이다.


6개월이라는 시간동안 정말 많은 변화 아닌 변화들이 있었다. 짧고 또 긴 6개월이라는 시간은, 나에게는 소중했고, 뜻깊었고, 딱 필요했던 시간이었다.


“학교 다닐 때가 좋은 거야.”

‘학교 다닐 때가 좋지, 사회 나와봐라 얼마나 힘든 줄 아냐.’


어릴 때 수도 없이 듣던 말이다.


그렇다. 정말 지금 마음으로는 학교 다니는 학생들이 좋은 때인 것 같다.


이렇게 말하면 너무 수동적일 것 같긴 한데.. 그럼에도 말해보자면..

말 그대로 시.키.는.대.로 공부하고, 때되면 시험 보고, 한만큼(?) 성적 나오고..

참, 한 길만 오롯이 파면 되는 것 같은 때였던 것 같다.


그런데 막상 이렇게 사회에 나오면, 아니지 그저 또 한 해 한 해 흘러 나이를 먹어도, 미래와 진로에 대해 끊임없이 고민한다. 아직도 그렇게 머물러 있다.


그래서 그런지 연수단원의 시간이 참 고맙다.


그렇게 목빠지게 바라보던 문화재단 이라는 곳에 왔으니, 막연하게 새로운 세상이 펼쳐질 줄 알았다.

그런데..? 역시 사람 사는 곳 다 똑같다. 기대한 바와는 다르다.


경험해보지 않았으면, 꿈에 꿈을 더해서 부풀고 부풀어서 펑하고 터지지도 몰랐을텐데-

좋은 면으로도, 안 좋은 면으로도 참 좋은 기회인 것 같다.


어딜가나 사내 정치질은 있고, 어딜가나 상하 위계질서는 있다. 탑 다운 참 좋아해!

모든 곳이 그렇지만, 나는 재단은 다르겠거니 했다.

이게 완전히 없을 것이라 기대한 것이 아니라, 조직 규모가 크다 보니, 그리고 또 출범한 지 시간이 꽤 흘렀다보니, 그만큼 이를 대하는 방식이 조금은 다르지 않을까 했던 것이다.


하지만 실상은 놉! NOPE!


그래서 나는 생각했다. 꼭 굳이 문화재단이 아니어도 되겠구나! 그럼에도 채용 공고를 곁눈질로 쳐다 볼테지만.


연수단원의 스펙이 그렇게 대단하다면서!

어느 날, 파견직으로 온 직원과 이야기하다가 들었다.


“요새는 연수단원도 스펙이 대단하대요.. 경력이 없는 사람이 없다고요..”


이 이야기를 듣고, ‘오잉?’ 이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돌이켜보니, 나와 같이 연수단원 면접을 본 사람들이 꽤나 스펙이 대단했던 것 같다.

유학파에다가 경력도 있었으니.. (그래서 당시에 내가 위축되었다...TMI)


그만큼 취업난이 심하다는 것도 있고, 재단에 대한 로망이 많은 것 같기도 하다.


하지만, 이 파트의 요지는 취업난이 아니다.


내 생각에는 오히려 연수단원은 막 대학을 졸업한 진짜 초초초초초초 신입 보다는, 일을 조금 해 본 사람들이 해보면 좋지 않나 싶다.


내가 연수단원을 해보면서 느낀 바로는, 연수단원 기간동안 개인적으로 사업 혹은 조직과 잘 맞는 지 살펴보고, 앞으로의 청사진을 그려 볼 수 있는 시간을 가질 수 있을 것 같다. 그간의 커리어를 되돌아볼 수 있는 휴식기랄까? 더 이상 되돌아가기 힘들 때가 아니라, 아무것도 모를 때가 아니라, 딱 어중간할 때! 결정할 수 있을 때! 이 때가 적합한 것 같단 말이다!


그래서 나는 앞서 말한 것과 같이 꼭 재단이 아니어도 되고, 꼭 사업팀이 아니어도 된다.

마음이 한결 가벼워졌다. 그리고 시야도 한 폭 넓어졌다.


때문에 저는 ‘내가 이 길이 맞는 지 궁금하다’ 하는 분들께 연수단원을 추천합니다!


나만 그럴까요? 연수단원에게 ‘책임감’이란?

이렇게 소중한 시간을 보내면서 마음이 가벼워지던 와중에 느낀 것이 있다.

책임감으로 인한 부담감이 줄어들고 있다는 것!

전 직장에서는 내가 주도적으로 맡고 있는 일도 있고, 잘하고 싶다보니 “책임감”이라는 것이 큰 짐으로 다가왔다. 물론, 기분 좋은 짐이다! 그런데 지금은 주체적인 일보다는 지원 형식의 일이 많다 보니, 차차 그런 것이 사라지고 있다. 좋은 건지, 안좋은 건지. 다만, 연수단원에게 엄청난 책임감을 바래서는 안된다는 것이다. 분명 (나를 포함해서) 그들도 그 자리에서 최선의 노력은 다하고 있을 것이다. 하지만 오버해서까지 바라진 말라는 것이다. 받은 만큼 일한다! (급여에 책임감 부분 이런 것도 있어야 할 듯) 이건 그냥 내 생각!


받은 만큼 일한다! 쭉쭉 이야기 해보자!

요새는 하반기라서 이리저리 새로운 채용 공고를  찾아 헤매이고 있다. 쏙쏙 들여다 보고 있다고 해야지!


그런데 얼마전에 한 재단이 뜬 것을 보고 확인해보니, 급여가 정말 최저시급(?) 어찌보면 그 정도도 안될 정도로 자그만했다.


이것을 보는 순간, ‘아, 내가 무엇을 위해서 여지껏 노력했던 것일까?’ 라는 생각을 했다.


‘20살부터 지금까지 복수전공도 하면서, 하나만 바라보고 달려왔는데, 내가 이 돈을 받고 승진때까지 최소 5년동안 살 수 있을까??’


또 한편으로는, ‘내가 저 돈을 받고 최선을 다할 수 있을까?’


그렇다. 나 역시도 보상심리겠지.

내가 투자하고, 노력한 값을 원하는 것.

그래서 이 연수단원까지 내가 선택한 것이었지.


현실은 원래 그렇다지만, ‘원래그렇지 않길 바라고, 그런 현실이 없길 바란다.


그래서인지 이 현타는 꽤나 오래 갔다. 미래를 딱 내다 보고 꿈꿀 때 말이다. 타이밍이 너무 절묘했다.

결론이 나면, 곧 다시 글을 쓰리라.


아쉽다, 네트워킹

이제 연수단원도 얼추 마무리가 되어 가는 상태라, 무슨 현장조사 같은 인터뷰가 나온다고 했다. (이 일정을 정하는 과정도 정말 할 말이 많지만, 이정도는 뭐 어디 낄 축도 안되어서 넘어가겠다.)


그런데 막상 점점 시간이 지날수록 아쉬웠다. 같은 업계 종사자들끼리 네트워킹하는 것은 어디나 중요하다. 허나, 이렇게 큰 기관에서 운영하는 인력지원사업 마저도 이러한 기회를 주지 않다니.. 너무나도 아쉬웠다.


물론 코로나19라는 위협적인 요인이 있었지만, 온라인으로나마 서로가 서로의 존재를 알고 도움을 주고 받는 사이가 되었더라면 더 좋았겠다는 생각이 든다.


부디 사업 담당자가 이 글을 읽었으면 좋겠다.

아님 진짜 내가 한 번 모아볼 걸..


본래 내 브런치의 취지는 문화예술계의 이슈에 대한 개인적인 생각을 다루는 것인데, 요새는 많이 퇴색된 것 같다.

다음편 부터는 다시 재정비해서 돌아올 것이다. 아마도?


- 연수단원 마무리 과정 중에

* 필자의 개인적인 의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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