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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미령 Dec 04. 2022

초보 서예인, 격하게 상 받고 싶었다

혼자 가는 길이라

손가락 접기 게임 시~작!!!

수전증 있는 사람 접어!

지금  쓰러 는 사람 접어!

2년 넘게 글 안 쓴 사람 접어!

예서 안 배운 사람 접어!


코로나가 단계별로 일상을 쥐락펴락 할 당시, 서예를 배우던 센터가 잠시 휴원할 때부터 지금까지 초보 서예인이었던 나는 복귀하지 않았다. 

서예의 5체 중 예서는 내가 제일 좋아하는 서체지만 아예 배우지 못했다. 그래서 혼자 예서에 대한 이론 공부를 하고, 입첩과 출첩을 거듭하며 임서를 하였고, 어느 날부터 반야심경을 쓰기 시작했다. 아군들의 눈에 글씨가 제법 좋아 보였나 보다. 그런데 나는 그 칭찬이 좀 불편했다. 제대로 쓰고 있는지...

그래서

나는 글씨 검증을 위해 대회에 출전하기로 했다.


서예대회 준비작업

1. 도전할 대회를 정한다.

2. 한시 한편을 고른다.

시의 작가와 내용을 읽어보고 신중하게 고른다.  

3. 체본 만들기

시의 글자 수를 종이 크기에 맞게 배치한다. 그런 다음, 컴퓨터 앞에 앉아 서체를 정해서 체본 만들기에 돌입한다.

4. 연습지에 적는다.

처음부터 글의 모양이 잘 잡히지 않는다. 몇 번 써보면 감이 오기 시작한다. 이때 글자 수정을 위한 과감한 피드백이 필요하다. 쓰고 또 쓰고 또...

5. 작품지 위에 적는다.

연습지와 작품지의 가장 큰 차이는 가격이다. 엄~청 나다. 그리고 두 종이의 질감이 많이 달라 붓질과 먹빛의 차이도 다. 비싼 작품지의 소모를 줄이기 위해 처음에는 연습지를 활용하지만, 형태가 잡힌 후 작품지에 쓰고 또 쓰고...  작품지 위에 쓴 글 중에서 한 장을 골라 접수한다.

6. 발표를 기다린다.

성적이 우수한 상위 그룹은 현장에서 휘호대회를 한다. 휘호대회? 나는 꿈도 꾸지 않는다. 오직 이 정도는 괜찮다는 의미로 주는 입선만 바란다.

7. 드디어 바라던 입선을 했다.

아군들의 칭찬 빚을 조금 들 수 있어서 다행이다.


대회가 끝나면 수상작을 모아 전시회를 한다.

센터에서 서예를 배울 때 해서나 행서 작품으로 여러 번 입상을 했지만 한 번도 전시회에서 내 글을 본 적 없다. 부족한 글을 보기 민망했다. 상을 크게 기대하지도 않았다. 그때는 길을 잃지 않게 이끌어 주시는 선생님이 계셨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번에는, 엉뚱한 곳을 헤매는지조차 분간 못하는 혼자 가는 길이라 나침반이 필요했다.

격하게 상 받고 싶었다
그래도
여전히 너무 부족한 글이라
부끄러움으로
전시회에 가지는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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