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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Brodi Jan 14. 2024

그럴싸한 겉멋

‘그럴싸한 것’만큼 위험한 상황이 없다.


겉멋이란 “겉모양만을 꾸미는 어설픈 멋”을 말한다.


본인은 평소 밴드, 디제이, 글쓰기 등 다양한 취미 활동을 해왔지만, 올해부터 더 유의미한 성과를 이루고 싶어 활동 범위를 확장하고 새로운 시도를 하고 있다.   

글쓰기 클럽 운영

플랫폼 서비스 기획

학생들 대상 커리어 강연 등



이렇게 바쁜 일상을 보내며 많은 자극과 배움을 얻고 있지만 왠지 모르게 공허함과 불안감이 있다.



본인의  급한 성격에 비해 아직 그렇다 할 결과물을 내지 못한 것이 이유일 수 있고, 내 기대치가 현실과 비교하면 너무 멀거나, 나의 역량 자체가 부족하거나 잘못된 방법론을 선택한 것일 수 있다.



오랜 시간 나홀로 고민하고 최근 소중한 지인들을 만나며 이 불편한 감정의 근원을 찾아보았다.

매우 바쁘긴 한데, 속 한편이 참 답답하다





첫째, 내가 과거에 성과를 만들어 온 행동 방식이 현재 크게 달라졌다.


20대 시절의 나는 현재보다 더 도전적이고 창의적인 접근 방식을 택해왔다. 논리보다 직감을 믿었고, 꼼꼼함보다 순발력으로 움직였다.



위의 특장점 덕분에 본인의 전공(컴퓨터 공학)을 벗어나 마케팅 직무로 스타트업에서 커리어를 시작할 수 있었다.

대학 시절 ‘페이스북 소셜 페이지’ 기획 운영 경험으로 타 브랜드나 콘텐츠로부터 업무 위탁을 받아 용돈을 벌 수 있었고, 한때 인턴으로 근무한 회사에서 나의 마케팅 기획서가 이유 불충분하게 인정받지 못하자, 경쟁 업체에 나의 마케팅 기획서에 대한 자문을 구해보다가 영입되기도 했다.



그 이후 스타트업에 취업하면서도 직감과 순발력을 극도로 활용하여 성과를 만들어 온 것 같다. 물론 경력이 쌓이며 부족했던 능력을 보완하고, 필요에 따라 업무 접근 방식을 바꿔왔는데 이 과정에서 내 본연의 행동 방식의 큰 변화를 끼쳤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내가 다니던 스타트업 회사가 카카오에 피인수된 이후 오랜 기간 사업 기획자로서 카카오 T 업무를 맡았다. 산업 및 조직 특성 상 더욱 꼼꼼한 리스크 매니징과 설득 논리, 체계 수립이 필요했기에 평소 본인의 특장점을 살리는데 매우 어려움을 겪었다.



물론 오랜 시간의 인내와 경험으로 많은 성장을 이루긴 했으나, 어느새 업무 외 영역에서도 체계와 논리를 따지고 있는 나를 보면 씁쓸하다. (그렇다고 논리 체계가 완벽한 것도 아님)



개인적으로 하고 있고, 추구하는 일들은 ‘직감과 순발력’으로 빠르게 증명해가며 성장 단계를 거치는 것이 더 중요한데 말이다.  생각이 너무 많아지며 사소한 것에도 민첩하게 움직이지 않는 나를 보았다.



킹-연아의 명언을 되새겨보자.





둘째, 본질보다 ‘내가 바라보는 내 모습’을 중요시 했다.



지금 내가 진행 중인 프로젝트의 본질을 다시금 생각해보았다.

1. 프로덕트를 만드는 것보다 ‘서비스를 만드는 것’

2. 강단에 오르는 것보다 ‘청중 1명의 인생을 바꾸는 것’

3. 매일 글을 쓰는 것보다 ‘내 언어를 좋아하는 독자를 만드는 것’



내가 이루고 싶은 본질적인 가치는 후자에 해당하는데, 어느새 전자에 몰입하고 있었다. 본질을 놓치면 당연하게도 방향을 잃고 헤매거나 전혀 관련 없는 결과물이 나오기 마련이다.



분명 의미를 찾기 위한 일들을 벌여놓았는데, 그저 바쁘게만 느껴지는 공허함의 원인은 여기 있던 것 같다.



한편 많은 주변 이들이 나의 바쁘고 도전적인 모습에 응원과 격려를 보내준다. 작게나마 관심을 주는 것 자체에 고마움을 느낀다. 물론 표면적으로 좋아 보이는 측면만 보여주다 보니 현실적으로 유용한 조언을 들을 기회가 많지 않다.



오로지 나의 시야와 행동 범위에 의존적이고, 평소 깊이 있는 대화를 나눌 기회가 적다 보니 중간마다 본질을 놓친 것 같다. 심지어 좋은 이야기만 듣다 보면, 내가 바라보는 내 모습에 스스로 심취하게 된다. 정작 내 기준에서 결과물이 마냥 만족스럽고 자신이 넘치는 것도 아닌데 말이다.



본인을 아는 사람은 알 테지만 나의 고집과 자존심은 꽤 단단하다. 사람은 30대 중순 무렵부터 구려진다는 말이 있는데, 최근 이 말을 떠올리며 내 모습을 경계하기 시작했다.



다행히 겸손과 배움의 중요성을 느끼고 있던 시기라 배울 점이 많은 지인의 조언에 감사를 느낀다. 잠시 놓치고 있던 ‘본질’에 다시 주목하려고 한다.



30대 이후부터 새로운 음악을 듣지 않는 경향성이 강해진다고 한다.  기존 이용하던 서비스나 상품보다 양질의 것이 나와도 투자 비용이나 귀찮음 때문에 원래의 것을 선택하는 ‘자물쇠 효과’ 때문이라고 한다.



이처럼 자기 고집이 고착화되는 시기가 될 수 있다.





셋째, 그럴싸하면 잘 되어가는 줄 안다.



꼼꼼한 체계, 탄탄한 근거, 전문성과 전문 용어. 이들이 분명 중요한 시기가 있다. 즉, 중요하지 않은 때도 있다는 말이다.



본질은 뒷전이고 뒤죽박죽 생각과 과정을 거쳐 나온 결과물은 ‘생뚱맞은 모습을 띠거나 그럴싸한’ 모습으로 세상에 나온다.



혹은 과정 자체만 그럴싸해서 일이 잘 흘러가고 있는 것처럼 착각하게 한다.


어라? 그럴싸한데?




지금까지 많은 글을 쓰고, 많은 것을 시도하며 느꼈지만 ‘그럴싸한 것’만큼 위험한 상황이 없다.



예상치 못한 상황에 대응하기 어렵고, 상대적으로 깊이 있는 상대를 만났을 때 우스운 모습을 보이게 된다. 우린 부정적인 경험을 토대로 성장하게 되지만, 그럴싸한 상황에 심취하면 문제를 자신이 아닌 다른 곳에서 발견하려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주관은 아집이 되고, 내가 과일이라면 알맹이가 아닌 껍데기만 무르익는 셈이 된다.



물론 아무것도 시작하지 않은 것보다는 그럴싸한 상황이 나을 수 있다. 그러나 앞서 말했듯 자기 고집이 굳어지는 시기일수록 경계가 필요하다. 본인의 시간과 비용, 애정과 열정, 과거의 영광과 미래의 꿈을 객관적으로 부정하는 것은 매우 어렵겠지만 말이다.



힙합으로 비유하면 fake MC, 디제이로 비유하면 핸드싱크 디제이, 전문가로 비유하면 헛똑똑 ㅈ문가가 되고 싶진 않을테니 말이다.


세상 다 산 것처럼 말하는 꼴불견이 되지 말자.




그래서 그럴싸한 모습을 갖추는 것에 애먹지 말고, 다시 한번 내가 하려는 일의 본질과 가치를 떠올리려고 한다. 그리고 그것을 이루는 방법을 간결하게 생각하려고 한다.



커리어의 방향성, 개인의 정체성, 세상에서 이루고 싶은 꿈들이 복잡하게 얽혀 있는 현시점에 겉멋 따위는 쫙 빼고 말이다.


진정한 멋은 표면적인 모습에만 드러나는 것이 아니다. 이를 잘 알고 있음에도 무언가 해내야 한다는 의무감에 쫓겨온 것 같다. 불필요하게 벌인 일은 수습하는데 에너지를 소모하게 한다. 이 또한 배움의 과정이겠지만, 앞으로는 더 기민하고 간결한 태도를 갖춰보려고 한다.



‘잘하는 것’을 증명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는 말을 남기고 싶다. ‘잘하는 것’을 증명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는 말을 남기고 싶다. (‘열심히’의 가치를 평가 절하하는 것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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