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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LEE Jan 01. 2024

서른의 첫 독립

한국 나이로 나이 서른, 독립 했습니다.


사실 서른이 되기 이전까지는 혼자 나와 살아야 하는 이유는 딱히 없었다.

부모님과 큰 갈등이 있었던 것도 아니었고, 불편한 점보다는 오히려 부모님 밥 먹고 지내는 게 익숙했다.

학교를 집에서 멀리 떨어진 곳에 다니거나, 직장이 물리적으로 너무 멀었다면 독립을 해 볼 생각을 했을 수도 있었겠지만, 독립할 필요성을 크게 느끼지 못했었다.

오히려 친구들이 가끔 혼자만의 공간이 필요하지 않냐고 물어보곤 했지만, 딱히 내방은 따로 분리되어 있으니까, 거실과 부모님, 내방이 따로 분리 되어 있다고 생각했었기에 불편하다는 생각은 하지 못했었다.



그렇게 주변 사람들이 너는 자취해 보고 싶은 생각 없냐고 물어볼 때마다

그냥 "결혼 전에는 꼭 혼자 살아봐야지" 라는 막연한 목표 정도로 생각했었는데, 서른이 되자마자 이상하게 조급한 마음이 들기 시작했다.

아마 서른이 되던 그 시기쯤 춘식이와 결혼 이야기도 오가고 있었던 터라, 지금이 아니면 정말 내가 언제 혼자 살아보겠나 싶었다.



그런 조급한 생각들이 드는 순간, 나도 독립할 준비가 되었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오히려 춘식이는 그런 결정을 내린 나를 이상해했다.

결혼 준비하려면 돈도 모아야 하고, 인생에 한 번뿐인 꿈꾸던 로망도 좋지만 현실적으로 월세며, 관리비, 집에만 가만히 있어도 나가는 게 돈인데 부모님 집에서 지내는 게 좋지 않나 싶었겠지만, 춘식이의 현실적인 이유들을 뒤로 하고 난 하루라도 더 빨리 독립을 해야겠다는 결심이 들었다.



그렇게 나는 무작정 부모님과 춘식이에게 독립을 선언하고, 바로 집 구하기 실행에 옮겼다.

춘식이는 독립을 선언한 나를 응원하기도 하지만, 한편으론 계속 내심 섭섭했던 것 같다.


2023년 7월 춘식이와 여름, 회사 근처로부터 하나둘씩 반경을 넓혀가며 살 집들을 알아보기 시작했다.

집을 구하는 일이 처음이었기에 어디서부터 어떻게 해야 할지 쉽지 않았다. 심지어 부동산 플랫폼에 올라온 매물 정보를 보는 것조차도 어려웠다. 무지의 상태로 현실적인 이유들을 뒤로하고 부동산 플랫폼에 올라온 괜찮아 보이는 집을 골라, 무작정 춘식이와 집들을 보러 갔었다.



처음에는 로망 있는 집들만 찾아다녔는데, 자취 로망 물씬 풍기는 이상적인 집은 너무 비쌌고, 가격이 합리적이면 오래되거나 좁은 집이였고, 애매한 집은 그냥 애매해서 싫었다.

예산은 한정적이고, 원하는 집을 구하지 못해서 마음이 조급해지기 시작했다.

그렇게 며칠째, 마음에 드는 집을 찾지 못하고 시간만 보내다가, 현실과 이상 그 사이의 내적 타협을 하다보니

거리는 조금 멀지만, 내가 원하는 집 구조로 예산에 맞는 매물을 구할 수 있었다. (그뒤로 부동산 잔금 문제, 이사 등 많은 일들이 있었지만)



그렇게 우여곡절 끝에 현재 이 글을 쓰는 지금은 벌써 독립해서 나와 산지 네 달 정도 되었고, 한 여름이 지나 벌써 겨울이 되었다.

아무튼 지금 내가 이 글을 처음 쓰는 이유는 결혼 전까지 독립해서 서툴지만 지극히 나의 취향으로 가득 담긴 나의 공간들 안에서 흘러가는 이모저모 한 사물과 생각들을 담아보려고 한다.


화이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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