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어로 말하는 모습을 보고 싶은데
선생님, 우리 아이가 집에서 영어로 말하는 걸 들어본 적이 없어요.
상담할 때 종종 듣는 이야기다. 영어 유치원에 보냈는데, 영어를 쓰는 걸 들어본 적도 없고.. 선생님은 잘한다고 하고.. 당최 우리 아이가 어느 수준인지 알고는 싶은데 답답한 어머님들의 마음 이해한다.
집에서는 영어를 안 쓰고, 유치원에서는 영어를 쓰는 것일까?
단지 원어민 선생님이 있다는 게 이유가 될까?
언어는 커뮤니케이션이다.
오는 말이 고와야 가는 말도 곱듯. 영어로 말이 와야 영어로 말이 간다는 걸 생각해야 한다.
집에서 내내 영어를 쓰라는 말이 아니다.
정말 간단한 지시어라도 좋다. 예쁘다는 칭찬도 좋다.
엄마도 영어를 써주어야 아이가 하다못해 yes / no라고 말할 것이 아닌가?
만 4세 까지 모국어의 95% 가 형성된다고 할 만큼 모국어를 익히는 것은 중요하다. 그리고 부모님이 꼭 영어를 유창하게 할 이유도 없다. (하지만 틀린 문장을 계속 말하면 잘못된 지식이 아이에게 입력될 수 있으니 그 점은 주의해야 할 것이다.)
그럼 도대체 어느 정도 써야 하냐고?
As much as you can이라고 말하고 싶다. 아이가 '아 우리 엄마도 영어로 말을 하는구나?'라고 느끼는 정도 말이다. 처음에 영어로 말하는 게 어색하다면, I love you 만이라도 영어로 말해 보는 건 어떨까?
간단한 영어조차 잘 떠오르지 않는다면, 생활영어 책에서 참고할 수도 있다. (서점에 엄마표 생활영어라고만 쳐도 대략 20권 정도는 볼 수 있을 것이다)
예능에서 특기가 몇 개 국어인 연예인들한테 꼭 시키는 게 있다.
"xx 씨, 중국어 할 줄 안다면서요? 저기 중국에서 온 zz와 대화해보세요."
그럼, 인사말로 시작해서 얼마나 언어를 배웠냐는 둥, 어느 도시에 가봤다는 둥의 표면적인 대화를 하다가 얼버무리며 끝이 난다.
그런데 그런 상황은 tv에서만 나타는 게 아니었다.
내가 아이들에게 영어를 가르치기 시작한 후 꼭 듣는 말이 있다.
"딸, 고모(나)한테 영어로 말해봐."
아무 말이라는 게, 끼가 넘치는 연예인들도 힘든데 하물며 어린아이에게 갑자기 영어를 시키다니?
그 상황이 불편해서 슬쩍 자리를 뜨곤 한다.
엄마가 영어로 이야기하는데도, 아이가 한글로 답한다고 낙담할 일이 아니라는 걸 먼저 말하고 싶다.
아이들은 자신의 감정을 자유자재로 표현하기 편한 한국어로 말을 많이 한다.
물론 영유 교실에서도 그렇다. 심지어 원어민 선생님에게도 끊임없이 한글로만 대답하는 아이들도 있다.
(4세 반이라서 훈련 시간이 필요하다. 영어 사용을 해야 하는 것에 훈련된 5세 반에서는 영어시간에 한글을 쓰는 아이는 찾아보기 어렵다.)
예를 들어, snow을 영어로 이야기했는데 "눈이요 눈!"이라고 말할 때면, 한글로 답하지 않는 게 중요하다.
"You got it. It is right, but we are learning that word in English."
"Could you say that word again, in English?"
영어로 이야기를 시작하면, 영어로 말하는 시간이구나라는 걸 알려주는 게 필요하다.
이 상황이 여러 번 반복되면, 영어로 말하는 시간이라는 게 인지가 되어 아이들도 영어로 답을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