빠른 정보와 더 빠른 손가락이 필요한 치열한 입학 경쟁
근무하던 영어 유치원은 촌각을 다퉈 입학 신청을 해야 입학이 가능하기로 유명한 영어 유치원이었습니다.
물론 지금도 너무나 들어가고 싶어 하는 기관이에요.
전년도 늦가을 무렵에 어느 날이었어요. 아이들 방과 후 활동 신청서를 내러 갔다가, 그 광경을 우연히 보게 되었는데요. 수화기를 내려놓으면 계속 벨이 울리는 거예요. 알고 봤더니 입학 예치금을 10시부터 입금하는 순서대로 입학 순서가 정해지는 것이었어요. 전화 내용은 9시 58분에 넣었는데 입학할 수 있겠느냐, 10시 3분에 넣었는데 입학 확정이냐와 같은 것들이더라고요. 그 전화는 점심시간 즈음에나 마무리되었다고 해요.
그리고 다음 해 2월, 신학기 준비를 시작하는 날이었습니다. 치열한 전쟁을 눈앞에서 봤으니 미달일 경우는 절대 없었죠.
새로운 반 배정과 짝꿍 선생님 배정을 마치고 신학기 준비를 하기 시작하려는데, 데스크 선생님이 저를 부르시더라고요.
“엘라 선생님, 지금은 15명인데, 3월 말이나 4월 초쯤부터는 16명 정원 다 채워지니까 그렇게 알고 있어요”
“네, 그럼 이름표라도 미리 만들 수 있게 이름만 확인 부탁드립니다.”
“근데, 안 올 수도 있으니까 등원할 때 알려 줄게요.”
정원 중에 한 명이 비고, 한 달 뒤에는 또 안 올 수도 있다는 말은 좀 의아했어요.
제가 너무 순진했던 걸까요? 그 친구가 입학을 하던 날에서야 저는 눈치챌 수 있었어요. 원장님이 굉장히 그 아이와 부모님을 맞이하는 것도 모자라, 교실에서 등원한 아이들을 케어하고 있는 담임인 저도 원 입구까지 나와서 인사를 드렸어야 했거든요. 회장님의 지인이라고 하더군요. 돌아다니는 소문에는 회장님의 대학 동문이라고 하더라고요. 회장님이 누구냐고요? 저도 뵌 적은 없습니다만, 원장님께서 종종 말씀하시는 직책이긴 합니다. 대단히 높으신 분 인가 봅니다.
영어 유치원에는 원장님, 부원장님 자녀도 다니고, 회장님 손녀도 다니고, 회장님 지인 자녀도 다닙니다. 이 분들이 모두 다른 학부모님들과 같이 똑같은 치열한 입학 경쟁을 통해 들어오는 것일까요? 가뜩이나 입학하기 힘든데, 입학이 더 힘든 이유는 이런 이유들도 있었답니다.
입학부터 프리패스로 들어오는 데, 내 아이와 같은 반에 있는 특별한 아이들 때문에 내 아이가 손해 볼 수 있다는 겁니다. 뭐가 특별 케어냐고요? 별 거 없어요. 다른 엄마들은 지키는 유치원 수칙 같은 거 잘 안 지켜도 아무 말 못 하는 거죠 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