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어 유치원에 재원 중인 학부모님들께 선물을 받지 않는다는 공문은 나갑니다. 하지만, 정말 아무도 안 주고 주는 선물은 거절할까요?
답은 ‘거절하긴 하지만, 받는 경우가 훨씬 많다’입니다. 웬만하면 받아요.
스타벅스 카드는 말할 것도 없고, 작은 가방을 받았다는 분도 계시고, 립스틱 등의 화장품류를 받는 선생님들도 꽤 있으시죠.
선물을 주는 방법에도 무려 세 가지가 있답니다.
첫 번째는 통 크게 쏘는(?) 방법입니다.
장점은 무조건 우리 담임 선생님을 챙기실 수 있다는 것이지만, 단점은 다른 선생님들도 챙겨야 하기에 비용이 많이 듭니다.
영어 유치원에서 피자, 커피, 도넛 간식류를 반려하신 적은 한 번도 없거든요. 다 같이 받는 건 괜찮은 선물이라고 받는 이유도 설명해주셨어요. 코로나가 한창이던 때에는 학부모님께서 손 소독젤과 핸드크림을 모든 원아들에게 나눠주기도 했었는데, 원장님께서 감사 인사까지 직접 하시며 받으셨답니다.
두 번째는 우리 아이를 밀접하게 케어하는 선생님들께 드리는 선물이에요.
주로 담임 선생님, 원어민 선생님, 셔틀 선생님 정도 챙겨 드리죠. 장점이라면, 우리 선생님들께만 인사를 할 수 있어서 부담은 적다는 것입니다. 하지만 단점은 선생님의 선물이 원장님의 몫으로 돌아갈 수 도 있다는 것이랍니다.
오늘도 가방에 있던 신청서를 내러 데스크로 향하던 날이었습니다. 오늘은 원장님이 잠깐 저를 부르시더라고요.
“아침에 Jayden 어머님이 추석이라고 떡을 원으로 보내셨어. 선생님들이랑 나눠 먹어요.”
라며 세 판을 주시는 것이었습니다. 저희 반 구성은 원어민 선생님 한 분 + 한국인 선생님 세 분으로 구성되어 있는데 말이죠.
스승의 날에 꽃 네 송이를 보내주셨던 게 생각나 의아하다고 생각을 하던 찰나, 원장님 책상을 봤는데 똑같은 떡 보자기가 있더라고요.
학부모님의 의사가 있었든, 없었든 간에 일단 원장님, 때로는 데스크 선생님들까지도 선물이 제공된 뒤에야 교실에 있는 선생님들께 전달되는 거죠.
세 번째 방법은 담임 선생님께만 선물을 드리는 방법입니다.
개인 전화번호로 상담을 하는 경우가 많은 편인데, 카카오톡 선물 등으로 드리는 경우입니다. 장점은 타깃으로 하는 특정 선생님께 정확하게 선물을 할 수 있다는 거지만, 단점은 다른 분들은 연락처가 없어서 마음이 있어도 챙겨드리기 어렵다는 것이겠지요. 기프티콘, 상품권 등으로 보내시는 경우가 많습니다. 번호가 노출된 선생님들 중에 단 한 번도 선물을 받지 않으신 분들이 과연 있을지요?
감사의 한 표현일 뿐 중 하나인 거라고 생각해요. 사실 '우리 아이가 많이 배워온다', '유치원이 재미있다고 한다' 이런 코멘트만 남겨주셔도 그날 하루 힘들었던 피로가 싹 씻겨지거든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