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절의 시침과 분침이 일제히 봄의 정중앙을 가리킨다. 5월이 되면 우리 주변은 한층 진한 초록빛으로 물든다. 여기에 가정의 달이라는 또 다른 이름이 지닌 특수한 기운이 푸른색을 덧칠한다. 가족을 향한 고마운 마음, 사랑의 감정이 평소보다 더욱 왕성하게 돋아나 대기의 채도를 높인다. 5월은 유난히 싱그럽다.
어린이날은 5월이 강한 생기를 분출하는 데에 큰 몫을 한다. 아이들의 웃음, 즐거워하는 모습은 어른들에게도 에너지를 준다. 이러한 이유로 이가현 작가는 5월에 특히 중대한 역할을 한다. 한국예술종합학교 연극원 극작과를 나온 이가현 작가는 <엔통이의 동요나라> 1, 2편, <어린왕자와 지구이야기>, <안녕, 지구>, <자라는 자라> 등의 어린이 음악극, 동화 콘서트로 아이들과 소통해 왔다. 작품을 본 많은 아이가 기뻐하고 상상력도 키웠을 듯하다.
극본과 더불어 극에 들어가는 노래도 작사하는 이가현 작가는 플레이리스트에 동요를 빼놓지 않았다. 두 아이의 엄마이기도 해서 동요는 생활의 일부분으로 정착했을 것이다. 이가현 작가의 몇몇 선곡과 답변에는 동요 작사가로서의 고민, 부모의 삶이 깃들어 있었다.
라흐마니노프 <피아노 협주곡 2번 다단조 작품번호 18번>
이 작품을 즐겨 들으시는 특별한 이유가 있을까요?
저 자신에게 작업 시작을 알리는 음악이에요. 작업 직전에 꼭 듣는 음악이거든요. 일상을 보내다 작품 안으로 들어가는 건 늘 어려워요. 일상을 떠나 작품 안으로 나를 끌고 들어갈 연결고리가 필요한데, 이 음악이 그런 역할을 해 줘요. 노트북을 켜서 한글 파일을 열고 이 음악을 들으면서 하얀 화면을 봐요. 그렇게 연주를 따라가다 보면 일상에서 떨어져서 작품 속으로 들어갈 준비가 되는 것 같아요.
이 작품에서 집중해서 들으시는 부분은 어디인가요?
아무래도 도입부에 가장 집중하죠. 건반을 묵직하게 내려치는 그때, 저한테 붙어 있는 일상을 떼어 놓고 나면 연주가 저를 겨울숲 같은 환상적인 공간으로 이끌고 가는 느낌이 들어요. 그 이후로는 귀는 곡을 듣고 있지만 머릿속으로는 작품을 생각하기 때문에 연주에는 집중하지 못하는 것 같아요. 그러니까 저는 이 곡의 도입부에 훈련된 걸지도 모르겠어요. (웃음)
월간 <국립극장> 5월호 '이달의 스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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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webzine.ntok.go.kr/Article/Theater/Details?articleId=198053
https://www.youtube.com/watch?v=-UEeRlLIMgU