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응은 약해도 알찬 음악 프로그램
스튜디오 장비들에 전원이 들어오고 음악이 흐른다. 1985년 영화 <백 투 더 퓨처>(Back to the Future)의 사운드트랙 휴이 루이스 앤드 더 뉴스(Huey Lewis and the News)의 '파워 오브 러브'(The Power of Love)다. 이어 시간을 거슬러 올라가는 컴퓨터 그래픽이 등장한 뒤 <백 투 더 퓨처>의 로고를 흉내 낸 프로그램 제목이 화면 중앙에 나타난다. KBS1 교양 프로그램 <Song큐멘터리 백투더뮤직>의 오프닝이다.
5월로 1주년을 맞지만 생소한 이가 많을 듯하다. 전주 KBS가 제작하는 <송큐멘터리 백투더뮤직>은 수요일 낮 1시에 방송된다. 평일인 데에다, 저녁 시간도 아니라서 대다수가 존재를 모를 수밖에 없다. 높은 시청률을 기대하기 어려운 현실이지만 구성이 실해서 음악을 좋아하는 이들이라면 재미있게 시청할 만하다.
이 프로그램은 1980, 90년대에 큰 인기를 끌었던 가수를 초대해 활동과 삶에 관한 얘기를 듣는 것을 주된 레퍼토리로 삼는다. 노래들이 만들어지게 된 배경, 널리 알려지지 않은 크고 작은 사건들에 대한 전말을 접할 수 있으니 차분하게 진행됨에도 흥미진진하다. 한때 가요계를 주름잡았던 인물을 초대했는데 공연이 빠지면 섭섭한 일이다. 노래도 평균 서너 편 부른다. 어떤 일화를 소개할 때에는 배우가 대신 연기한 영상을 삽입해 극의 성격도 갖춘다. 대중음악 평론가의 해설을 곁들여 교양의 기능까지 충족한다. 토크쇼, 드라마, 인터뷰, 콘서트가 집적된 호화로운 다큐멘터리다.
여기에 더해 <송큐멘터리 백투더뮤직>은 감동과 교훈도 선사한다. 초대된 가수들은 과거에는 화려한 전성기를 누렸으나 대부분 세월이 지나면서 가요계의 동향이 바뀜에 따라 자연스럽게 주류에서 밀려났다. 건강 문제로 음악을 놓으려 했던 이도 여럿이고, 소속 회사와의 갈등, 이런저런 경영난 탓에 심한 고초를 겪은 경우도 많다. 모진 풍파를 이겨 내고 삶과 음악 생활을 의연하고, 유연하게 영위하는 모습이 잔잔한 울림을 준다.
비중은 적은 편이지만 라이브 무대도 프로그램의 매력 중 하나다. 출연하는 가수들이 무수한 공연을 소화한 베테랑이기에 탄탄함은 기본으로 깔린다. 기타리스트 강선우, 베이스 연주자 윤시양, 퍼커션을 담당하는 황진영으로 구성된 하우스 밴드 '써니강 트리오'는 원곡과는 확연히 다른 스타일의 편곡, 어쿠스틱 악기 특유의 맛을 살린 연주로 라이브를 한층 근사하게 만든다. 최성수가 나왔을 때 들려준 '풀잎사랑'은 다년간의 경험을 통해 습득한 공연 노하우, 새로운 편곡, 생동감 있는 연주가 잘 어우러진 일품 퍼포먼스였다.
사회자인 소찬휘와 신유는 이따금 쇼를 더욱 다채롭게 하는 조력자로 나선다. 조관우 편에서는 '늪'을 셋이 함께 불러 진귀하고도 훌륭한 무대를 선보였으며, 서울패밀리 위일청이 출연했을 때에는 소찬휘와 신유가 '이제는'을 불러 시청자들에게 색다른 느낌을 전달했다. 가창력이 뛰어난 두 엠시는 프로그램의 특별한 무기다.
현재 4, 50대가 즐길 만한 음악 방송은 전무하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기껏해야 트로트 예능 정도다. 2018년 막을 내린 KBS1 <콘서트 7080>이 중년 이상의 세대를 겨냥한 마지막 프로그램이었다. <송큐멘터리 백투더뮤직>은 이런 기근 상황에서 단비 역할을 한다. 편성이 값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