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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한동윤 Oct 06. 2022

알고 보면 더 쿨하다. 스트리트댄스의 역사!

스트리트 댄스의 위상 변화

사람들이 다니는 장소에서 눈치 보지 않고 춤을 춘다. 당당함이 왠지 멋지다. 춤을 출 마땅한 공간이 없어서 길거리에서 생존해야 했던 스트리트 댄스는 개방이라는 특수성을 타고 대중에게 매력을 알렸다. 1980년대에 접어들면서 힙합이 젊은 세대의 새로운 문화로 부상했고, 힙합과 불가분의 관계인 스트리트 댄스를 다룬 영화가 여럿 만들어지면서 스트리트 댄스는 더욱 널리 전파됐다.


역동성, 즉흥성, 댄서 개개인의 독자적인 표현을 아우르는 스트리트 댄스는 최근 우리 안방에도 깊이 들어왔다. Mnet의 <스트릿 우먼 파이터>와 <비 엠비셔스>, JTBC <쇼다운> 같은 스트리트 댄스 서바이벌 프로그램이 속속 제작되고 있다. 한국 댄서들의 뛰어난 기량과 세계적인 명성을 방송국이 포착한 것이다. 브레이크댄싱, 로킹, 파핑, 크럼핑, 와킹, 하우스 댄스 등 스트리트 댄스에 속하는 여러 양식 중 브레이크댄싱은 2024년 파리 올림픽에 정식 종목으로 채택될 만큼 위상이 높아졌다. 스트리트 댄스에 대한 관심이 나날이 커지는 지금, 주요 장르들의 역사와 특징을 짚어 본다.


브레이크댄싱 Breakdancing

디제이 쿨 허크(Kool Herc)는 브레이크댄싱의 산파 역할을 했다. 그는 1973년에 열린 한 파티에서 동일한 레코드판 두 장을 준비해 같은 노래에서 반주만 나오는 이른바 '브레이크' 구간을 이어 틀었다. 힙합 음악의 기본 작법이기도 한 이 방식은 곧 다른 디제이들한테도 전해졌고, 춤 좀 춘다는 사람들은 브레이크 부분에서 빠르게 스텝을 밟거나 몸의 일부분을 바닥에 댄 채 회전하는 등 더욱 격렬하게 몸을 움직였다. 이들은 브레이크에서 춤을 춘다고 해서 '브레이크 보이'라고 명명됐다. 하지만 긴 호칭은 좀처럼 입에 붙지 않았다. 얼마 뒤 브레이크의 'b'만 빼서 남자들은 '비보이', 여자들은 '비걸'이라고 불렀다.


뉴욕 브롱크스의 댄싱 팀 록 스테디 크루(Rock Steady Crew)에 의해 확산된 브레이크댄싱은 1983년 영화 <플래시댄스>의 큰 흥행으로 더 많은 이에게 전해졌다. 한국에서는 2000년 iTV에서 방영한 다큐멘터리 드라마 <댄스불패>를 통해 브레이크댄싱이 대중에게 더 가깝게 다가갔다. 2001년 세계적인 브레이크댄싱 경연 대회 <배틀 오브 더 이어>에서 우리나라의 비주얼 쇼크(Visual Shock)가 퍼포먼스 부문에서 우승했고, 이는 이후 국내 브레이크댄서들이 활발하게 세계 무대에 진출하는 물꼬가 됐다.


로킹 Locking

1960년대 후반 돈 캠벨(Don Campbell)에 의해 만들어진 춤으로, 그의 이름을 따라 원래는 '캠벨로킹'(Campbellocking)으로 불렸다. 손목을 돌리고 손가락으로 찌르는 동작이 주를 이루며, 코믹한 표정을 짓는 것이 특징이다. 때로는 마임을 결합해 유쾌함을 강조하기도 한다. 과거의 로킹 댄서들은 흥겨운 분위기, 희화적 표현을 극대화하기 위해 줄무늬 양말, 화려한 색채의 셔츠, 나비넥타이, 흰 장갑, 커다란 팔각형 모자를 착용하곤 했다.


우리나라에서는 1990년대 후반 댄스 가수들이 로킹을 많이 췄다. 유승준의 '가위', 베이비복스의 '야야야', 클레오의 'Good Time' 등의 브레이크 구간에서 로킹을 볼 수 있다. 하지만 이들 안무의 주요 동작은 오리지널과는 조금 달랐다. 새천년을 전후해 N.Y. 크루의 최종환, 오리지널리티 크루 같은 댄서들에 의해 비로소 본연의 로킹이 전달됐다.


파핑 Popping

1970년대 중반 캘리포니아주에서 발생한 춤으로, 팔과 다리, 가슴 등 신체 근육에 힘을 줌으로써 '팡'(pop) 하고 튕기는 동작이 주를 이룬다. 근육의 수축과 이완이 기본 특징이지만 만화나 영화의 스톱모션 기법에서 영감을 얻은 '애니메이션'(animation), 다리, 엉덩이, 어깨 등을 돌리며 위치를 이동하는 '부걸루'(boogaloo), 고대 이집트 벽화에 착안해 손과 팔을 직각으로 빠르게 연결하는 '터팅'(tutting) 등 다양한 스타일로 나뉜다. 파핑은 1980년대 중반 <브레이킹>, <브레이킹 2> 같은 댄스 영화를 통해 저변을 넓혔다.


우리나라에서 스트리트 댄스에 대한 지식과 이해가 부족했던 시절에 사람들은 파핑을 '각기'라고 불렀다. 어떻게 생겨난 이름인지, 무슨 뜻인지는 알 수 없다. 2000년대 들어 파핑의 선구자인 댄싱 팀 일렉트릭 부걸루스(Electric Boogaloos)가 내한한 이후 파핑을 비롯해 스트리트 댄스의 여러 양식, 동작에 대한 역사와 올바른 명칭이 어느 정도 공유되기 시작했다.


뉴 스타일 힙합 New Style Hip Hop

흔히 힙합 댄스는 비보잉, 로킹, 파핑, 크럼핑 등의 각종 스트리트 댄스를 통칭하는 포괄적 용어로 쓰이지만 1990년대 초반 미국 뉴욕에서 발생한 춤을 의미하기도 한다. 나중에 엘리트 포스(Elite Force)로 개명하는 몹톱(Moptop), 미스피츠(Misfitss) 같은 팀들은 이 시기에 나온 힙합 음악에 맞춰 유연함, 댄서 개인의 느낌을 강조한 춤을 선보였다. 댄서들은 이를 가리켜 '뉴욕 스타일 힙합'이라 칭했고, 이를 줄인 '뉴 스타일 힙합'이 이내 일반적 용어로 쓰이게 됐다.


뉴 스타일 힙합은 2000년도를 전후해 '시워크'(C-Walk), '할렘 셰이크'(Harlem shake), '크럼핑'(krumping) 같은 춤이 인기를 얻으면서 쇠락했다. 한편 2005년 미국 댄스 오디션 프로그램 <유캔댄스>가 방송된 이후에는 서정미와 스토리에 중점을 두는 '리리컬 힙합'(lyrical hip hop)이 힙합 댄스의 새로운 트렌드로 나섰다. 태양의 '나만 바라봐', 박재범의 '별' 안무는 리리컬 힙합에 영향을 받은 대표적인 예다.


스트리트 댄스를 제대로 즐기려면

영화든 음악이든 스포츠든, 많이 알 때 재미있는 법이다. 스트리트 댄스는 각 장르가 결이 다르며, 저마다 핵심이 되는 기초 동작과 주요한 기술들을 지닌다. 유튜브에 게재된 댄서들의 퍼포먼스, 배틀 영상을 보면서 동작들을 익혀 둔다면 안목이 넓어질 것이고, 춤이 더욱 흥미롭게 느껴질 듯하다.


또한 음악을 많이 알면 즐거움이 증대될 것이다. 브레이크댄싱, 파핑, 로킹은 펑크(funk) 음악을 주로 쓴다. 디스코에 앞선 장르인 펑크는 다이내믹한 리듬, 관악기 연주 등으로 경쾌함을 발산해서 춤추기에 좋다. 댄서가 음악의 중요 부분에서 멋진 동작을 잡았을 때, 소위 '비트 킬링'(beat killinh)이 연출됐을 경우 춤이 더 근사해진다. 스트리트 댄스와 음악은 이렇게 상생한다.


한국전력공사사보 2022년 8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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