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명 달려서 도망쳤는데 다시 너에게로 왔다
너와의 거리는 직선이 아니라 원이었나보다
닿아있으면
서서히 녹아내리는 내 모습이 안쓰러워
바로 보이는 방향으로 무작정 내달렸다
지친 몸과 다친 마음으로 네 생각이
차츰 사라지는 듯했다
달리고 또 달리고 다시 달렸다
주위의 아름다운 풍경을
미쳐 볼 새도 없이 전력을 다했다
얼마나 뛰었을까
완전히 풀어진 몸과 헤쳐진 마음을
챙겨 안고 끝이겠거니
그렇게 믿었다
지친 몸을 이끌고 터벅터벅 걸었다
물 한 모금 마실 여유도 없이
달린 그 기나긴 길 끝에
잘 웃고 잘 울던 네가 서 있었다
직선의 길인 줄 알았던 단순해 보이는 그 길이
빙글빙글 돌아 다시 너에게로 돌아오는
너를 향한 애달픈 내 마음이었음을
깨달았음에도 나는 다시 달릴 수밖에 없었다
다시 마주한 너의 시선은 날 향하지 않았기에
그토록 그리던 너의 마음은 싸늘히 식었기에
너와 함께 있던 나의 마음은 언제나 둥글었기에
너에 대한 내 마음은 날카로운 직선이 될 수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