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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도프 Sep 20. 2021

3,500원이 뭐라고!

배달 라이더는 왜 시간에 예민할까?

 회사 앞 돈가스집에서 점심을 먹었다. 두 조각쯤 입에 넣었을까, 아까부터 밖에서 기다리던 라이더가 급한 듯 문을 박차고 들어온다.


"아까 나온다고 해놓고 도대체 언제 나오는 거예요?"

"어떤 거 가져가시죠?"

"피자 돈가스요"

"어..잠시만요 죄송해요 주문이 꼬인 것 같은데, 잠시만 더 기다려주시겠어요? 죄송합니다"


"예? 아니 장난합니까?!"


이때부터 가게 사장님과 배달 라이더 간에 서로 언성이 높아지기 시작했는데, 그 옆에 있던 나와 동료는 얹히기라도 할까 싶어 막 나온 돈가스의 맛을 느낄 시간도 없이 후다닥 먹고 나왔다.

가게에서 나온 동료가 도대체 배달 한 건에 얼마기에 저렇게 화를 내는 거냐고 물어본다.


자, 그럼 라이더들은 도대체 배달 한 건에 얼마를 받기에 저렇게 화를 내는 것일까?


라이더의 수입구조

배달기사(라이더)는 기본적으로 배달을 완료할 시 발생하는 배달 수수료라는 것을 통해 수입을 창출한다. 이 배달 수수료는 기본요금 + 거리별 할증요금으로 계산되어 거리가 먼 배달을 진행할수록 높은 배달 수수료를 받게 된다.


지역 및 회사마다 조금씩 차이는 있을 수 있겠으나, 서울지역 기준 직선거리 0.5km ~1.0km 구간 배달료는 3,500원으로 설정되어 있고, 이 구간의 콜이 가장 많이 발생하여 이를 기본 콜로 보고 있다.

(*단건 배달은 수수료 체계가 다소 상이하나, 해당 글에서는 기재하지 않습니다.)


더불어, 직선거리 1.5km 이하로는 구간별 콜 기본요금이 있고 직선거리가 1.5km 초과되는 배달의 경우, 초과 거리 할증요금 발생하게 된다.


여기서 배차 중개 수수료라는 것이 추가로 발생하는데 이는 발생한 배달료 중 회사에서 가져가는 금액을 얘기한다. 통상 2~300원가량 발생한다. 이 금액을 공제하고 남는 수익이 라이더의 최종 수입이 되는 것이다.

● 라이더 배달 수수료 산정 공식

라이더 수입 = 기본요금 + 거리별 할증요금 + 기타 할증(날씨, 이벤트 등) - 배차 중개 수수료

자 그럼 처음 나온 상황에서 라이더가 기본 콜을 잡았다고 가정했을 시, 취소로 인한 라이더의 손해비용은 얼마 일까? 약 3,300원이라는 답이 나온다.

누군가에겐 크다면 큰 금액이지만, 통상 '3,300원 때문에 저렇게 얼굴까지 붉힐 일인가?'라는 얘기가 나올 법하다.


라이더가 시간에 예민한 "진짜" 이유_픽업 지연과 취소 비용

사실 이 라이더가 화난 이유는 취소된 3,300원 보다 뒤에 밀려있는 배달에 대한 압박이었을 것이다. 대부분 라이더들이 무리하게 배달을 하는 이유도 이러한 배송시간의 압박에서 오는 스트레스가 상당하기 때문이다.


쿠팡이츠가 새롭게 출범하면서 '한집배달'을 모토로 내걸었다. 이에 따라 배달시장의 배차 시스템에도 많은 변화가 생겼지만, 그전까지는 통상 배달 플랫폼 배차 시스템은 퀵서비스의 배차 시스템과 비슷한 '전투콜' 방식을 채택하고 있었다.


'전투콜' 이란 신규 주문이 발생하는 경우 해당 범위 안에 위치하고 있는 라이더 모두에게 동시에 노출을 시키고, 가장 먼저 선택한 라이더가 배차를 진행하는 일종의 선착순 배차 방식이다.

어떤 배달이건, 한 번에 한건씩만 수행하는 것보단 여러 개를 묶어서 진행하는 것이 기사 입장에서 효율적이고, 기대수익도 훨씬 높다. 전투콜+묶음배송 방식은 경험이 많은 기사일수록 본인의 배달 코스를 효율적으로 묶어 높은 수익을 기대할 수 있는 방식이다.

예시_묶음배송 진행방식

다만, 너무 많은 배달을 묶어 진행하게 되면 배달의 품질이 떨어질 수 있기 때문에 회사에서는 항상 무리한 배차를 지양하고 고객에게 안내된 배달시간을 준수할 수 있도록 교육한다.

더불어 무리한 배차로 인한 상품 픽업 지연 또는 주문 취소 발생 시, 라이더가 상품에 대한 비용을 부담해야 하기 때문에 라이더 입장에서도 배송시간은 본인의 수입과도 연결되는 가장 중요한 부분이라고 할 수 있다.


가정이지만 위 라이더가 3건의 주문을 잡고 있었고, 해당 돈가스집이 첫 번째 픽업 지였다면 이후 픽업 건들은 최소 5~10분 가량씩 지연되었다고 예상할 수 있다. 상품 픽업이 일정 시간 이상 지나게 되면 매장에서 해당 라이더에 대해 배차취소를 요청할 수 있다. 더불어 재조리가 들어가야 하는 경우, 라이더는 해당 음식의 금액까지 지불해야 한다.


운이 좋게 픽업을 모두 완료했더라도, 고객이 배송지연으로 취소를 시킬 수도 있다. 이 경우 역시 라이더가 매장 측에 음식값을 배상해야 한다. 최악의 경우, 점심 피크시간에 배달은 한 건도 하지 못하고 약 4~5만 원에 달하는 음식값만 지불하게 되는 것이다.


물론 위 상황에선, 매장의 귀책으로 픽업이 지연된 것이기 때문에 이후 배차 건에 대해서도 회사 측에서 조정을 해주겠지만, 사실 이 조정 과정 자체가 시간이 걸리고 1분 1초가 수입과 직결된 라이더 입장에서는 결코 반가운 상황이 아니다.


여기까지 얘기가 나오자 동료는 100%는 아니지만, 배달원들이 예민한 이유를 조금이나마 이해할 수 있겠다는 눈빛이었다.


커진 배달시장만큼 각 구성원들에 대한 정책적 담론과 토의는 이전보다 활발히 이루어지고 있는 중이다. 이와 더불어 이제는 이들에 대한 정성적 접근과 이해 역시 수반되어야만 각종 정책과 제도들도 보다 효과적일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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